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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일단 떠나보았다

생각보다 일상적이었던 여행이었다

by 김지연 에디터
2026.09.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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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3(월)에 나 혼자 공주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왜 하필 공주냐고 묻는다면 딱히 거창한 이유는 없고, 거리가 아주 멀지 않고 밤이 유명하다는 점이 그나마 답이 될 것 같다. 집에서 공주까지는 대략 2시간 정도 걸렸다.

       

      공주에 가면 무엇을 할지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다만 식당 몇 곳과 유명하다는 문화유산 몇 곳을 지도에 저장해 두었을 뿐이다. 공산성도 그중 하나였다. 일단 내 목표는 제육 맛집과 육회비빔밥 맛집을 정복하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만 성공했다.

       

       

       

      첫 출발


       

      맨날 혼자 여행 가겠다고 노래를 부르다가 겨우 떠난 곳이 공주라 기분이 아주 새로울 줄 알았는데, KTX에 몸을 실으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큰맘 먹고 시작했는데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아 오히려 싱거웠다. 그래도 여행에 대한 나의 진입장벽이 조금은 낮아진 계기가 된 것 같다.

       

      덜컹거리는 KTX 창밖으로 풍경 영상을 담았다. 사실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가 영상 편집용 소스를 모으는 것이었다. 용산역에서부터 부지런히 촬영하느라 진이 빠진 채, 새삼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끊임없이 바뀌는 풍경을 보며 나는 재차 스마트폰을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공주역에 도착하자 열차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리 확인해 둔 시간표대로 무사히 버스를 타고 공주 시내로 향했다. 내 첫 목적지는 국밥집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답사로 방문했던 곳이었는데, 우연히 다시 마주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빨간 국물의 공주 국밥 맛은 예전 그대로였다. 나처럼 혼자 온 손님들이 꽤 보였지만, 혼자 4인석을 차지하고 앉아 먹으려니 은근히 마음이 불편했다. 앞으로 혼자 여행을 자주 다니려면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이후 공산성으로 향했다. 입장 전에 밤 아이스크림 라떼를 사 들고 매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주역을 거쳐 온 방문객은 입장료가 무료라니 기쁜 소식이었다. 날씨도 좋고 여러모로 운이 좋은 하루라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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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성의 역사는 잘 모르지만, 걷다 보니 이미 떠난 줄 알았던 매미 소리가 들려오며 참 시원했다. 영은사를 지나치다 한 일행의 사진을 찍어주고 다시 길을 나섰다.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숨이 차올라 공북루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늘 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쌓였던 피로가 그럭저럭 풀리는 기분이었다.

       

       

       

      일단 걸어본 왕복 1시간 30분


       

      시내 쪽으로 슬슬 걸어가다 보니 문득 국립공주박물관에 가보고 싶어졌다. 문제는 버스 배차 간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었다. 결국 나는 도보로 왕복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를 걷기로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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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골목 사이를 걸어가는 길이라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나를 제외하고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관광객은 더더욱 없었다. 햇빛이 점차 강해져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막길을 오르고 또 걸은 끝에, 드디어 박물관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박물관 전시실로 곧장 향하기보다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는 것을 택했다. 다른 관람객들도 사정이 비슷한지 대다수가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30분 동안 멍하니 쉬고 나서야 비로소 힘을 내어 전시를 보러 갈 수 있었다.

       

      전시실에는 역시 백제 관련 유적이 가득했다. 한국사, 특히 백제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나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최대한 보물들을 눈에 담으려 애썼다. 싱겁게도 전시는 20분 만에 다 보고 나서, 나는 다시 도보로 40분을 걸을 마음의 준비를 했다.

       

       

       

      에너지는 음식으로 충전한다


       

      여전히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걸어서 이동한 나는 몹시 지친 상태로 막국숫집에 들어섰다. 이번에도 4인석밖에 남지 않았는지 넓은 테이블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물 막국수 하나를 주문하자 서비스로 콩물 한 컵을 내어주셨다.

       

      음식은 금방 나왔다. 걸으면서 기력을 너무 썼던 탓에 맛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후루룩 비워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메밀면과 잘 어우러져 꽤 훌륭한 막국수였다. 하지만 그보다도 서리태 콩물이 훨씬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기념품으로 밤 파이 6구를 사고는 미리 점찍어 둔 카페로 이동했다. 주택가 사이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카페였는데, 평판을 보니 빙수가 가장 유명한 것 같았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아이스 자몽차를 주문했다. 예전에 다른 카페에서 자몽차를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서였는데, 이곳 역시 자몽 알갱이를 듬뿍 올려주어 비슷한 맛이 날 것 같았다.

       

      실내에 자리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날씨가 조금 더웠지만, 담장 너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아기자기한 건물들을 구경하기에는 오히려 더 좋았다. 다만 의자가 불편한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기댈 곳이 마땅치 않아 허리를 꼿꼿이 세워야 했는데, 생각해 보면 풍경 구경에나 충실히 하라는 무언의 의미 같기도 했다.



       

      여러모로 운수 좋은 날


       

      마지막 식사를 위해 유명한 제육 맛집으로 향했다. 원래 대기 시간이 기본 1시간은 훌쩍 넘는 곳으로 유명한데,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았는지 20분도 채 되지 않아 입장할 수 있었다. 곧바로 제육 정식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해가 져서 야외 자리도 꽤 시원했다.

       

      기본 반찬과 국, 공깃밥이 먼저 나왔다. 국물만 간간이 떠먹으며 메인이 나오기를 기다리니 드디어 먹음직스러운 제육이 등장했다. 상추쌈에 생마늘까지 얹어 한입 가득 먹으니, 식사가 만족스러웠다. 후식으로 구수한 숭늉까지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곧장 밤 아이스크림을 파는 옆집으로 향했다.

       

      이곳 역시 평소에는 대기가 길기로 유명하지만, 저녁 시간이라 한산한 덕분에 곧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남은 메뉴가 시그니처인 밤 아이스크림밖에 없었지만, 애초에 그것을 목적으로 찾아온 길이라 전혀 아쉽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창밖으로 저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슬슬 어두워지는 것을 보니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딱히 특별하지 않았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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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짧은 당일치기였지만, 이번 혼자만의 여행을 통해 깨달은 점들이 있다. 생각보다 여행이라는 것은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며, 우리의 삶을 뒤흔들 만큼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흔히 일상으로부터의 현실 도피를 위해 여행을 떠나곤 한다. 하지만 여행 한 번 다녀온다고 해서 과연 완벽한 도피가 가능할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애초에 도피를 목적으로 공주에 온 것은 아니었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에 내심 너무 큰 의미를 부여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돌이켜 보면, 앞에서 말했듯이 여행을 가로막던 내 안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조금은 허물어진 계기가 된 듯하다. 거창한 것은 시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행이 생각보다 전혀 거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 앞으로는 언제든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를 떠나든 대단한 각오나 큰맘을 먹을 필요 없이, 가볍게 짐을 꾸려 가볍게 다녀오면 그만이다. 이것이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공주라는 도시가 내게 건네준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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