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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보행자 눈길 마실 일기
산책에 실패한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가
며칠 동안 눈이 함빡 내리더니, 청단풍나무가 양옆으로 그늘을 만드는 산책로가 깡깡 얼었다. 길의 앞뒤로 흰 주단 몇 필을 깔아놓은 모양새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다. 줄타기하는 광대처럼 두 팔을 장대 삼아 몸통을 뒤뚱거리며 중심을 잡는데, 주황색 야광 바람막이를 입은 할머니는 등산 스틱을 얼음에 퍽퍽 꽂아 넣고 금세 앞질러 걷는다. 할머니의 속도를
by
양자연 에디터
2025.02.12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독일에서 함께 할머니가 된 두 사람 - 두 사람 [영화]
독일에서 함께 할머니가 된 레즈비언 부부의 이야기, 영화 <두 사람>
반박지은의 다큐멘터리 영화 <두 사람>이 2월 12일 개봉한다. <두 사람>은 40여 년 전, 재독여신도회에서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 수현과 인선이 이민 1세대, 이주 노동자, 그리고 레즈비언으로서 서로에게 쉴 곳이 되어주고, 곁에서 여생을 함께하기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일, 한국 그리고 한인교회 수현과 인선은 한국에서 태어나 독일 베를린에 산
by
진세민 에디터
2025.02.12
리뷰
전시
[Review] 누군가는 쏘았고, 누군가는 찍었다 - 퓰리처상 사진전
Shooting the Heart, Shooting the Pulitzer
사진: Alamy Stock Photo Shooting. 각기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쇳덩이의 트리거가 당겨지는 순간 그 반대편에 놓인 누군가의 시간은 그대로 멈추어 박제된다.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돌아볼 수 없는 사람.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저 건너편에서는 귀를 울리는 파열음이 여기저기서 솟아나고 있다. 퓰리처상은 그런 시간들 속에서 우리가 특히 잊지
by
김민정 에디터
2025.02.12
오피니언
여행
[Opinion] 오스트레일로드 ② - 빈번한 상상력 [여행]
호주 시드니 여행기 2편
입국 비행시간은 열 시간. 나는 생각한다. 이 열 시간은 정말로 ‘열 시간’일까? 정방향적인 열 시간이 맞을까? 호주와 한국의 시차는 한 시간. 호주가 한 시간 빠르다. 그렇다면 시간을 조금은 거슬러 가는 거지 않을까? 자연의 물리법칙에 대담하게 맞서는 인간의 기술력(감히?). 그래서 비행기는 마치 시간 여행 장치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 ‘시간 여행’
by
안태준 에디터
2025.02.12
리뷰
도서
[Review] 예술과 경영의 만남, 일맥상통하는 철학에 관하여 -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
미술과 경영 모두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키스’ 덕분에 얀칼슨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 해에 8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 했던 SAS는 불과 1년 만에 7100만 달려 흑자라는 엄청난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MOT는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에게 서비스 품질을 보여 줄 수 있는 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자사에 대한 고객의 인상을 좌우하는 극히 중요한 순간인 것입니다. …
by
김지민 에디터
2025.02.12
리뷰
전시
[Review] 인식되지 않은 일을 기록하는 일 - 퓰리처상 사진전 [전시]
찰칵. 다른 시선으로 찍다
허리를 깊숙하게 숙인 경찰관과 그런 경찰관을 신뢰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어린 소년. 몸이 잔뜩 말라 주저앉은 소녀와 뒤에서 그 소녀를 바라보는 독수리. 퓰리처상 하면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들이 있다. 그 이미지들은 강한 감정을 남긴다. 신념, 사랑, 분노, 슬픔, 안타까움, 그리고 죄책감. 사진작가가 탄생시킨 이 이미지들은 그 창조주의 의도에 따라 선별되어
by
윤희수 에디터
2025.02.11
리뷰
전시
[Review] 뷰파인더 너머에는 무엇이 - 퓰리처상 사진전
억압, 일상, 행복, 생명, 온정, 악의 그리고
방학 시즌에는 가능하면 전시회 관림을 피하는 편이다. 어딜 가든 아이 동반한 가족 관람객이 많아서 평일이나 주말할 것 없이 붐비기 때문. 그러나 퓰리처상 사진전은 이야기가 다르다. 나이 제한이 있어서 사람이 덜한 것도 있지만, 지금까지 본 사진전 중 퓰리처상 전시가 가장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그때 이후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며 전시장으로 발을 옮겼
by
장미 에디터
2025.02.10
리뷰
공연
[Review] 불안과 외로움으로 써내려가는 젊음의 일대기 - 연극 저수지의 언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겪는 불안과 외로움을 솔직하게 보여줌으로써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진단하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들을 탐구한다.
2024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연극 <저수지의 인어(작 송천영, 연출 이원재)>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겪는 불안과 외로움을 솔직하게 보여줌으로써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진단하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들을 탐구한다. 이 작품이 전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공간에 따라 셋으로 나누어지고, 그것은 주인공 철수를 중심으로 치밀하게 연결
by
장연우 에디터
2025.02.10
작품기고
The Artist
[마음의 영속] 흔들리는 고요 속에서
마음이 있는 자리에 곡예가 존재한다고 말해도 됩니까?
illust by LUST 남겨진 것들이 망각을 가져온다면 망각이 발화를 불러온다면 경계 없는 문으로 뛰어들어간다면 막다른 언덕 위에서 나를 달리게 하는 건 무엇입니까 마음이 있는 자리에 곡예가 존재한다고 말해도 됩니까? 위태로움이 있는 자리에 고요함이 존재한다고 말해도 됩니까? 잠복이 있는 자리에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말해도 됩니까?
by
김윤하 에디터
2025.02.10
오피니언
사람
[Opinion]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사람]
실패하면 어떠한가. 우리에겐 다시 도전해볼 다른 날들이 무한히 있는데.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당신이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요 근래 몇 번 타인의 글에 댓글을 작성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생각하고 보는 관점을 어떻게 달리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수많은 차이점을 보일 수 있다고. 그러니까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그 말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많은 실패들 나는 언제나 '나의 장점'에 자신있게 높은 회복탄력성을
by
손수민 에디터
2025.02.09
오피니언
사람
[Opinion] F⋅R⋅I⋅E⋅N⋅D⋅S [사람]
미국에서 만난 나의 프렌 그룹에 대하여
©Alamy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 뉴욕의 맨해튼에 사는 20대 여섯 남녀의 사랑과 꿈 그리고 인생을 담은 시트콤이다. 서로에게 익살스럽게 굴다가도, 각자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항상 곁에 있어 주는 이 친구들을 보고 있다 보면, 내 교환 학생 시절 4개월을 함께 보냈던, 인터내셔널 갱이라 칭해지는 우리 친구 그룹이 생각난다.
by
배수빈 에디터
2025.02.09
문화는 소통이다
ART insight
[ART insight] 행복을 말하지 않는 진짜 행복
의식하지 않는 순간 우리 곁에 있는 행복이 보인다
종종 사람들은 삶에 낙이 없다, 사는 게 재미없다고들 한다. 어쩌면 우리가 인생에서 누리는 기쁘고, 즐겁고, 유쾌한 순간들은 견뎌내야 하거나 불안해하는 시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을 것이다. 행복은 이 기쁘고, 즐겁고, 유쾌한 순간들의 단순한 총합만은 아니다. 행복은 평균치이다. 여느 인생이 그렇듯 우리에겐 좋은 순간도, 힘들고 버겁고 슬픈 순간들도 존재
by
이소영 에디터
202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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