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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개인의 삶과 여성들의 서사, 의미들

광기, 문학, 정신 의학 그리고 페미니즘

by 장미 에디터
2025.11.0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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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를 보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기 시작한 초반, 한 70-80쪽까지는 좀 혼란스러웠다. 시간이 오갔다가, 이야기가 전환되었다가. 불안정했던 시절을 그대로 옮겨 담은 것 같았다.


추천사에 적힌 '회고록'이란 단어를 보고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작가가 하는 말을 이해 없이 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어느 기점부터 작가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영미문학을 알았더라면 작가가 언급하는 작품에서 작가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지 않아서 낯설고 어려울 때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걱정과 함께 책장을 넘기게 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기우였다.

 

 

정신병원에서 살아가는 것, 자발적으로 찾아가 입원한 것 반복해서 도움을 요청한 것이 그 증거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삶이 구원받기 원했다. 우리는 죽기를 원했거나, 아니면 삶과 죽음 사이의 무언가를 원했다. 병동 생활은 우리가 원한 것에 가장 가까운 상태였다.

 

 

어릴 적 이유 없이 우울한 시기가 있었다.

 

사람들은 우울증 환자를 보면 저마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기질적으로 그런 사람이라 원인도 이유도 트리거도 딱히 없었다. 그냥 우울하면 안 되나? 조금 억울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작가가 하는 말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작가는 환자가 되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의사는 발병 원인이 머나먼 과거에 있다고 확신하고 기억을 끄집어내려 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 재혼 가정에서의 불안정한 청소년기, 상처를 관리받지 못한 후유증은 의사들이 만족할 수 없는 과거사였을까? 치료를 해야 하는 사람이 환자에게서 제일 멀리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 답답함에 나도 모르게 작가의 편을 들게 되었다.


 

18학점도 버거웠지만,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이 부끄러웠고, 따라잡기 위해 모든 걸 읽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더 열심히 노력할수록 그건 더 불가능한 일로 느껴졌다. 내가 제시간에 목표를 이를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남은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에 마비될 것만 같았다.

 

어느 책이든 그 책이 될 수 있었겠지만 이때 내게는 바로 이 책이었다. (중략)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이 없었다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모르겠다고. 내 인생의 그 시기에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작가는 습관적, 혹은 거의 의무적으로 읽고 쓰는 사람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문학'은 조금 다른 형태로 책 속에서 꾸준히 인용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에리카 종,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샤럿 퍼킨스 길먼. 자기만의 방, 댈러웨이 부인, 벨 자, 누런 벽지와 다른 단편들. 정신 병원에 장기 입원한 여성 환자인, 광기를 지니고 있는 그녀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자아를 확립하게 된다.

 

이를 보면 그녀를 위한 구원은 가정에도, 학교에도, 연애에도, 병원에도 없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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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신경쇠약, 의학계의 가부장제적 사고, 그리고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의외였던 건 이야기가 인종 문제로까지 확장되는 것. 정신 병원 환자의 대부분은 백인 여성이고, 저임금 노동자인 병원 직원들은 흑인이었다는 사실을 시작으로, 인종 차별과 우울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앞서 언급했던 문학적 서사들도 백인 여성이 주체였다는 것. 개인의 일생을 말할 때 문학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여성 이슈를 다루고 있어 어떠한 페미니즘 서적으로도 보였다.


다 읽고 책을 덮으니 지적인 회고록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의 인생을 반추한다기엔 방대한 분량의 여성 문학 서사가 긴밀하게 얽혀있었다. 누군가의 삶에는 어떠한 문학이 강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 그녀가 영향을 받았듯 이 책도 누군가에게 진한 흔적을 남기고 가리라는 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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