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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다니엘 시저는 어떤 사랑을 했길래 [음악]

찬바람과 함께 사사로운 감정들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by 이지연 에디터
2025.11.04 14:48

 

 

사랑 노래가 흔해빠진 실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는 가수들이 있다.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특별한 누군가를 발견하고, 자신의 세상을 전부 주고 싶을 만큼 사랑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남이 되는. 뻔한 일련의 과정을 남다르게 구성한다. 그리고 특별함은 감수성을 건드리는 문학적 가사나 짙은 호소력에서 나온다. 보통은 한 가지도 제대로 갖추기 힘들기 때문에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면 곧바로 신봉자들을 끌어모을 수가 있다.

 

감수성과 호소력을 모두 갖춘 노래들을 듣고 있자면 어떤 사랑을 한 건지가 절로 궁금해진다. 가수에게서 이 정도의 감정적 동요를 이끌어낸 사람이 대체 누구일지도.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문득 호기심이 치밀어오르는 순간에 고민도 없이 해당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담는다. 보통의 사랑 노래는 두 번 정도 들으며 긴가민가하다가 플리에 자리 한켠을 내어주는 편이기에, 앞서 말한 과정은 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신속하게 재생목록이 만들어졌었다. 새벽 동안 '나는 도대체 왜 음악을 들으며 예전만큼의 도파민을 얻지 못하는 것인가' 고뇌하던 일이 언제였냐는 듯이 취향인 곡들을 엄선해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총 15곡이 담겼다.

 

제목은 「다니엘 시저 PLAYLIST」였다.

 

 

 

Best Part (ft. H.E.R.)


 


 

You don't know, babe

When you hold me

and kiss me slowly

It's the sweetest thing

 

 

2017년에 발매된 곡이다. 아마도 호불호 없이 모두가 좋아할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위의 음원은 8년 동안 2억 회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숫자에 집착하고 싶지는 않다만, 보편적인 취향을 저격하는 유명한 곡이라는 사실을 설명하는 데는 기록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최근의 앨범보다는 확실히 직관적인 가사가 드러나는 곡이다.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최고의 순간은 바로 당신이에요.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별다른 해석이 필요하지 않듯이 가사도 어렵지 않다. 넌 내 삶을 비추는 햇살이라거나 아침에 꼭 챙겨 먹는 커피 같다는 표현이 그저 귀여울 뿐이다. 심지어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봄낮의 그늘 없는 낮잠처럼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앨범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Always


 


 

If you're with somebody else

I'll give you time and space

Just know I'm not a phase

I'm always, ways, ways

 

 

이번에는 2023년에 발매된 곡이다. 이제 사랑은 끝이 났지만 마지막 지점에서 차마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다. 다른 사람에게 잠깐 들러도 되니, 나의 단위가 한 시절이 아닌 평생이라는 사실만 알아달라는 가사가 마음 아프면서도 조금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도 흥미로웠던 점은, 이러면 안 될지도 모르겠다며 스스로 성찰하는 부분이다. 이미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그녀의 생각에 사로잡혀 곡을 쓰는 이 순간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실제로도 다니엘 시저는 「Always」를 만들고 후회했다고 밝혔다. 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녀가 아직은 자신의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은 새 애인의 입장에서 가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한, 정말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감정을 떠올리는 노래를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감정을 놓아주는 게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필요하듯이, 진심 어린 사랑에는 반드시 미련이나 후회가 따라온다고 덧붙이면서.

 


 

Emily's Song




 

Why don't you answer my calls no more?

Is it something that I've said?

 

 

단 10일 전에 나온 곡이다. 10월 24일에 발매된 해당 곡은 「Always」 이후에 그들이 택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왜 이젠 내 전화를 받지도 않아? 첫 소절부터 새드엔딩을 암시하기에 내심 재회를 응원했던 입장에서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더 이상 희망이 남지 않은 듯 체념한 분위기가 그간의 일을 대충 예상할 수 있도록 만든다.

 

가사에서는 이제 전화기를 확인하는 것도 지쳤다고 툭 털어놓다가도 추억을 회상한다. 마이애미에서의 밤, 그래미 시상식에서의 눈물, 그리고 많은 대화들을 복기하다가도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로 귀결된다.

 

Just want to thank you, For being my mirror

그저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내 거울이 되어줘서

Showing me myself

나에게 내 모습을 보여줬음에

 

비록 행복한 결말로 나아가지는 않았으나, 그로 인한 성숙한 태도가 돋보이는 곡이었다. 사랑하고 이별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런 자세를 가진다면 세상이 훨씬 낭만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And I'll be here 


 

그래도 남겨두겠어

어떻게 될지 다 알면서


과거에 그렇게 결심했던 다니엘 시저를 감히 칭찬한다. 그리고 영감을 준 에밀리에게 감사한다. 그들의 모든 선택과 감정들이 음악으로 남아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공감하고, 가끔은 의지하며 음악이 가진 힘을 믿게 만든다.

 

확실히 에일 듯 추운 겨울과 어울리는 곡들이 많다. 찬바람과 함께 사사로운 감정들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니엘 시저의 최신 앨범을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당신의 모든 과정에 의미가 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남겨둔 기록들을 보며, 끝이 정해져 있는데도 기꺼이 사랑하는 이유를 되새기는 것은 분명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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