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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최근 송소희의 [not a dream]이 화제가 되면서 한국음악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전에도 한번 큰 돌풍을 불러왔던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국악 계열이 주목 받는 이유는 뭘까? 아직 우리에겐 한국적인 노래가 새롭다는 것 아닐까. 댓글들을 살펴보면 음악의 새로움과 독창성에 감탄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신선한 노래에 사람들은 마치 돌풍처럼 주목하다가 어느 순간 떠나가 버린다. 한번 반짝하는 노래가 아니라 우리와 일상처럼 함께하는 노래일 수 없을까? 한국음악은 음원 차트에 있는 다양한 노래들과 함께 뒹굴 수는 없을까?


나는 여전히 한국 음악의 생활화를 꿈꾸고 있다. 남들이 보기엔 기상천외(?)한 조합이 내 플레이 리스트에선 일상이다. [새타령] 뒤에 나오는 음악이 GD의 [TOO BAD]일 수 있고, 빌리 아일리시 노래 다음에 나오는 게 [고고천변]일 수 있다. 이렇게 한국 음악은 내 일상 곳곳에 숨어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생활에도 풍류가 잠시 머물기 바라는 마음으로 송소희와 상자루의 노래를 추천해 보려고 한다.

 

 

 

 

첫 곡은 송소희의 [풍류]이다. 본래 경기 민요의 [장기타령]을 밴드로 편곡하여 노래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다. 송소희의 목소리에 일렉, 드럼, 피아노를 더하여 민요를 부른다는 것 자체로 매력적인 곡이다. 색다른 악기에 얹어진 송소희의 목소리는 동화적인 상상을 더해주는 것 같다. 만약 송소희의 [not a dream]을 인상 깊게 들었다면 이 곡도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송소희의 노래를 찾아서 듣기 시작한 건 사실 얼마 안 되었다. 송소희가 주로 앨범을 내는 가수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무대는 자주 봤지만 음원을 찾아 들을 생각을 못 했다. 그러다가 JTBC 방송인 팬텀싱어에서 라비린스라는 팀이 [몽금포타령]을 인상깊게 불렀길래, 그 곡을 찾아보다가 송소희의 [구름곶 여행: Journey to Utopia] 앨범을 알게 되었다. 앨범의 구성은 정말 독특하다. 난 이 앨범이 송소희의 음악 세계를 예고하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구름곶 여행: Journey to Utopia] 앨범은 장구 반주와 목소리만 남겨놓은 [몽금포타령]으로 시작하며 클래식한 국악을 보여준다. 전통 그 자체인 음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루한 느낌은 아니다. 송소희의 목소리가 가진 신비한 힘이 있다.

 


 

 

장구의 쿵쿵 소리는 점차 잦아들고 이 소리는 종소리로 바뀌어 새로운 음악으로 가는 길을 소개한다. [구름곶 가는 길]이다. 이 곡 이후에 나올 [구름곶 여행]과 [몽금포타령]의 간극을 이어주는 노래다.

 


 

 

[구름곶 여행]과 [몽금포타령] 사이에는 분명한 연결이 존재한다. [구름곶 여행] 도입에 나오는 ‘구름곶 머리에 종소리 나더니’라는 가사는 [몽금포타령]의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를 떠오르게 한다. 송소희의 음악은 전통과 현대를 가르고 판단하는 우리의 시선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것은 둘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여행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 여행이 송소희를 그녀의 정체성 앞으로 데려다줬다고 느끼게 한 앨범이 [공중무용]이다. [공중무용]에서 발견한 그녀의 정체성은 자연이다. 이 정신에서 [not a dream]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중무용]의 앨범 소개 글을 인용하고 송소희의 음악은 여기서 마치려고 한다. 글을 읽고 음악이 궁금해졌다면 차분히 들어보길 추천한다.

 

 

“끝없이 펼쳐진 길들을 선택하며 산다. 어디로 가든, 내가 가는 길이 곧 나의 길이 될 테니 그저 뜨거운 춤을 추듯 모든 길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길들 위에서 나를 맞이하는 사랑들을 응원한다. 나의 첫 미니앨범 [공중무용]은 내가 발견한 내 안의 새로운 길이다. 스스로 내 목소리가 시작된 길이자 가장 닮아있다고 생각한 '자연'. 바로 '자연'이 이 앨범 속 네 곡의 배경이 된다. 시간 속에 들판, 사막, 바다, 숲이 있고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을 이야기한다.”

 



 

 

코리안 집시 상자루! [경북스윙]을 찬찬히 들으며 이 글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왜 이들이 코리안 집시로 불리는지 알게 될 것이다. 마치 조선의 재즈클럽에 온 것 같은 상자루의 음악은 한국적 현대음악을 제시한다.


이름부터 멋있다. 상자루는 어떤 물건이 와도 모양이 변하지 않는 상자와 물건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자루를 합친 말이다. 상자와 같은 전통음악을 독특하고 유연한 자루에 담은 음악이 상자루의 음악이다. 이 이름이 상자루가 하는 음악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상자루의 음악은 듣자마자 되게 소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 음악의 새로운 방향성을 찾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송소희의 음악도 새로운 한국 음악이지만, 그것은 ‘송소희’라는 음악인과 연결된 느낌이 강하다. 아무래도 가사가 있는 목소리가 중심이 되니까 그런 것 같다. 반면, 상자루의 음악은 한 개인이 중심이 되어 연결된 음악이 아닌 한국 자체와 연결된 음악으로 느껴진다. 한국의 정체성이 현대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상자루가 보여준 기능은 공동체이다. 그래서 상자루의 음악은 우리가 잊었던 무언가를 다시 떠올리게 해준다. 상자루의 인터뷰 중 일부를 인용해 본다.

 

 

"굿이라고 하는 게 종교적인 것 뿐만 아니라 터를 닦아 주고 좋은 기운을 가져오고 연주를 하고 다 같이 사람들이 하나가 돼서 함께 즐기는, 그런 의미의 것들을 다 예전에는 굿이라고 불렀거든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화들을 점점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미래 속에서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들을 계속 보여주면서 공동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들을 느끼게 하는 게 상자루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상자루의 음악 두 곡만 더 소개하고 마무리하겠다.

 

 

 

 

상자루의 특징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곡이 바로 이 [상자루 타령2]라고 생각한다. 가사처럼 잠시 이들의 음악 안에서 잠시 놀다 가면 어떨까. 여러 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상자루의 말처럼 이전의 향수를 떠오르게 한다.

 


 

 

[앨리스 공황상태]는 이야기와 음악이 같이 진행되는 현대 판소리 음악이다. 이 음악은 듣자마자 충격적이었던 음악이다. 음악의 형태도 새롭지만, 앨리스의 이야기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한 순간 같았기 때문이다. 밑의 소개 글을 참고하며 음악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앨리스가 토끼를 쫓는 것은 마치 고도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앨리스는 토끼를 놓친 뒤에야 자신이 맹목적으로 토끼를 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제야 토끼를 쫓는 사유를 생각하게 된다. 앨리스가 토끼를 추격하는 모습을 경기 도당굿의 부정놀이 장단을 주제로 하여 묘사한다."


 

이 음악들 외에도 정말 보석 같은 음악이 많다. 우리의 귀를 조금만 더 열고 다양한 음악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은 넓고 우리가 잊은 것은 참 많다.

 

2편에서도 다양한 한국음악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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