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서오세요 필라델피아 공립 학교에 [드라마/예능]

디즈니 플러스, <애봇 초등학교>
글 입력 2023.09.0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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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당 한 시간짜리 드라마는 보기 싫고 시트콤은 거의 다 봤거나 보려고 했던 게 OTT에서 내려가 버려서 볼 게 더 없어져서 뭘 봐야 하나 싶었는데, 외국인들이 많이 쓰는 짤의 출처가 알고 보니 <애봇 초등학교>인 걸 알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수입이 되긴 했나 하고 검색해 보니 디즈니 플러스에 있다길래 그날 바로보기 시작했다.


<애봇 초등학교>는 필라델피아 공립 학교 애봇 초등학교에 부임한 신입 교사 재닌에게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미국 공교육은 한참 전에 망했다며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웃픈 짤들을 인터넷에서 많이 봤는데, 딱 그 얘기들을 다루고 있다.

 

 

[크기변환]Abbott-Elementary-1024x587.jpg

 

 

<애봇 초등학교>는 <오피스>,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같은 모큐멘터리로 진행된다.

 

상식을 벗어난 말을 들었을 때나 이상한 상황에서 카메라를 정말 말 그대로 떫은 표정으로 응시하는 재닌을 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크기변환]maxresdefault.jpg

 

 

학생들은 미어터지는데 그에 비해 선생님은 별로 없고 수업에 쓸 재료 살 돈도 모자라다. 어떻게든 학교를 굴려보려는 열정 넘치는 신입 교사 재닌이 짠하다가도 오지랖이 넓어 보일 때도 있지만 미워할 수 없다.

 

신입 교사 재닌만 열정이 가득하고 다른 고참 교사들은 요령껏 수업을 가르친다.

 

교장 에이바는 주변 사람을 이용해 교장 자리를 얻고 매일 학교에 놀러 오듯 출근해 틱톡 영상을 찍기 바쁘고 시시때때로 그레고리에게 작업을 건다. 그럴 때마다 평소 게슴츠레한 눈을 댕그랗게 뜨고 카메라를 응시하는데 그게 마치 너네들도 봤지, 이거 뭐야? 하는 느낌이라 웃음이 나왔다. 다들 어떻게 이렇게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 하는지.


저런 역할은 나이 있는 남자가 맡고 젊은 여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받아치다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성별만 바꿨는데도 새롭게 느껴졌다. <오피스>, <브루클린 나인나인> 둘 다 재밌게 보긴 했지만 다시 볼 때마다 선을 넘는 장면에서 멈칫하게 된다.

 

시트콤은 조금만 선을 잘못 넘어도 웃기지 않고 이상해지는데, <애봇초등학교>를 볼 때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 찾아보니 재닌 역을 맡은 퀸타 브런슨이 각본까지 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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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반 교육을 맡은 제이콥이

<죽은 시인의 사회>를 따라하며 캡틴이라고 부르라던 장면.

이 행동이 영재반을 없애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

 

 

매번 정신없는 이야기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평범한 공립 학교에 영재 학생이 들어오면서 그 학생을 위한 영재반을 만들어 더 많은 인재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시작해, 결국에는 영재가 아니더라도 영재와 같은 걸 누릴 자격이 있다는 따뜻한 에피소드도 있다. 그 과정이 좀 골 때리긴 했지만.


재밌는데 자극적이지도 않고 간간이 감동적이면서도 씁쓸한 부분도 있었던 <애봇 초등학교> 시즌 1을 이틀 만에 다 보고 시즌 2가 방영되기만을 기다렸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 편씩 공개한다고 해서 차라리 다 업로드되면 보자 싶어 잠깐 시청을 멈췄다. 그 사이에 해야 할 일이 넘쳐나서 아직까지 못 보고 있을 줄 알았다면 한 편씩 올라올 때 볼 걸 그랬다.


재밌다고는 하는데 잘만 대화하다가 갑자기 바로 다음에 낯부끄러워지는 장면으로 전환돼서 가족이랑 같이 보기에는 민망한 다른 미국 콘텐츠들과 달리 충분히 가족끼리 웃으며 볼 수 있는 <애봇 초등학교>.

 

가끔씩 자극적인 콘텐츠에서 벗어나 이런 평양냉면 같은 콘텐츠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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