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e의 첫 앨범, 'Pure Heroine'이 신드롬을 일으켰을 때, 사람들은 Lorde와 Charli XCX, 두 아티스트를 자주 혼동하곤 했다. 헝클어진 검은 머리에 다크한 립스틱. 당시 음악 인더스트리는 끊임없이 두 여성 아티스트를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고 은근한 경쟁 구도로 몰아넣었다.

찰리는 당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로드를 부러워하며 그녀의 예술성을 동경했다고 훗날 털어놨다. 그녀는 오랫동안 함께 작업하고 싶어 했지만, 로드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로드는 일부러 자신감 있는 척하며 찰리와 거리를 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끝없이 자신을 의심했던, 로드의 자의식에 대한 불안감이 숨어 있었다.
결국 인더스트리가 지어낸 프레임과 보이지 않는 장벽은,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달랐던 둘 사이에 긴 엇갈림을 만들고 말았다.

Charli XCX가 이 과정들을 통해 느낀 감정들은 지난 2024년 발매되며 Brat Summer의 붐을 일으켰던 그녀의 6집 'BRAT'에 수록된 'Girl, so confusing'을 통해 나타난다.
찰리는 이 곡에서 'It's so confusing sometimes, to be a girl'(가끔, 여자로 산다는 게 너무 혼란스러워)라며 둘의 이야기를 매개 삼아, 여성 아티스트의 고유한 서사와 개성을 지워버린 인더스트리의 폭력성을 꼬집는다. 톤을 비틀어 기계적으로 'girl'을 몇 번이고 변주해 내는 찰리의 목소리는, 찰리가 그 산업 내에서 느낀 혼란스러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르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완전히 달랐던 두 여성 아티스트가 갇혔던 프레임. 이 곡은 그 속에서, 오해 없이 온전한 '나'로 존재하기가 얼마나 벅차고 혼란스러운 일이었는지를 짚는다.
찰리는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로드와 함께 작업하려고 연락했지만 잘 안 됐고, 결국 솔로곡을 먼저 만든 후 로드에게 보냈다며 이 곡에 대한 비하인드를 밝혔다. 로드의 답장은 이랬다. '세상에, 당신이 그런 기분이었을 줄 몰랐어요.'

그렇게 'Girl, so confusing'은 로드가 참여한 리믹스로 다시 완성됐다.
리믹스를 통해, 둘은 하나의 곡 안에서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사람들이 우리가 닮았대'라는 찰리의 혼란스러운 외침에 대해 로드가 써 내려간 다음 가사는 이랬다.
It's you and me on the coin. The industry loves to spend -
I'm glad I know how you feel 'cause I ride for you, Charli
우린 이 인더스트리가 써먹기 좋아하는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야. -
네 진짜 마음을 알게 돼서 다행이야. 난 널 위해 달릴 거니까, 찰리.
각자의 서사와 개성을 무시한 채 그저 입맛대로 자신들을 소비하는 산업의 프레임을 꼬집으며, 로드 역시 자신이 그간 느낀 감정들을 그대로 마주한다. 서로의 불안을 껴안으며 그녀가 건넨 화답은 그간 둘을 매어놓던 억압의 굴레를 끊어낸다.

그 화해의 흔적은 로드의 음악으로까지 이어진 듯하다. 2025년, 로드는 5년 만에 발매하게 된 앨범 'Virgin'에서 그녀는 인더스트리가 요구했던 완벽하고 쿨한 아티스트라는 강박을 기꺼이 내려놓았다. 타인의 시선과 잣대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을 다루는 앨범을 세상에 당당히 보인 것이다.
7번 트랙인 'Clearblue'에서는, 로드는 관계 후 임신 테스트를 했던 경험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이고 무방비한 순간을 다루며 관계에서 느낀 모순적인 해방감을 드러낸다. 또, 이어지는 'GRWM'에서는 겉모습은 자랐으나 내면은 여전히 길을 잃은 스스로를 묘사하며, 자신의 몸에 새겨진 트라우마와 여성으로서 대물림되는 불안감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앨범 발매 당시 로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BRAT'이 자극이 됐어요. 찰리가 그 앨범에서 모든 걸 완벽하게 정의해놔서, 저는 제 앨범이 그것과는 또 다르다는 걸 더 명확히 해야 했죠.'
그녀는 리믹스 작업에서 찰리와 마주했던 감정을 'Rugged vulnerability'라고 표현하며, 그 거친 취약함이 자신을 더 솔직하게 열어준 결정적 계기였다고 덧붙였다. 가장 연약하고 불안정한 자신을 음악에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던 건 강요되었던 비교를 멈추고 서로의 가장 밑바닥을 껴안은 유대와, 그로 인한 자기 수용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2026년 롤라팔루자에서, 두 사람은 한 무대에 올랐다. 끊임없이 여성들을 비교하고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드는 시스템 안에서, 불완전함을 안은 채로 나란히 서 있는 방식을 택한 Lorde와 Charli XCX. 그들은 오해와 불안을 넘어 기꺼이 서로의 든든한 편이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