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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평범한 화학 교사에서 마약왕이 되기까지 [드라마/예능]

월터 화이트? 하이젠버그? <브레이킹 배드>

by 신민정 에디터
2025.09.02 18:27

 

 

외국 드라마나 영화는 자막 읽기가 귀찮다고, 특히 외국 드라마는 시즌이 너무 많아서 못 보겠다던 엄마가 코로나 때 밤을 새워가면서 보고 나에게 보라고 권유를 넘어 강요까지 했던 <브레이킹 배드>. 난 누가 이렇게 추천을 해도 내가 보고 싶어질 때가 아니면 절대 보는 일이 없이 맨날 보던 것만 봐서 <브레이킹 배드>도 최근에 보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엄마가 말했듯 이런 드라마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던 엄마의 말을 백 퍼센트 동의하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미국 드라마는 인기가 많으면 억지로 시즌을 늘리다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브레이킹 배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용두용미였다. 고등학교 화학 교사인 월터 화이트가 암에 걸리면서 가족들에게 유산을 남기기 위해 메스암페타민이라는 마약을 만들게 되는 내용인데 일단 이 설정부터가 자극적이라 1화부터 몰입하며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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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생일을 축하해 주러 모인 자리에서 행크가 잡은 마약 딜러에 대한 뉴스가 티비에서 나오고 행크는 우쭐대면서 자랑을 한다. 이후 행크는 동네 마약 단속 현장을 덮치는 데 월터를 데리고 가고 월터는 마약 제조 현장과 도망치는 한 남자를 보게 된다. 도망친 남자가 자신의 제자 제시 핑크맨이라는 걸 알게 된 월터는 제시를 찾아가 자신은 마약을 제조하고 제시는 유통을 맡아 동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초반에는 나름 길바닥 생활 좀 해봤다고 월터를 가르치고 속 터지는 행동만 하던 제시와 그런 제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동업자니 맞춰는 주면서 제시가 치는 사고를 수습하는 월터를 볼 수 있었다. 초반을 볼 때까지만 해도 제시가 감당 불가 꼴통이라고 생각했는데 내용이 전개될수록 제시는 갱생의 여지가 보이는 캐릭터고 월터는 이때까지 어떻게 저 성질을 죽이고 고등학교 화학 선생으로 살았지 싶은 캐릭터였다.


드라마에서 연기를 못하는 사람 하나 없이 다들 신들린 것처럼 연기를 해서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방영 당시 월터의 아내 스카일러라는 캐릭터가 엄청난 발암캐로 욕을 먹었다는데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욕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본인은 만삭이고 아들도 대학에 보내야 하는데 남편까지 폐암 진단을 받고 돈이 줄줄이 나가는 상황에 남편은 어디서 뭘 하는지는 모르겠고 계속 거짓말만 해대는데, 내 기준에서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행동밖에 없었다.


월터는 평범한 가장 자아와 마약왕 하이젠버그 자아를 동시에 갖고 있으면서 후반에는 점점 하이젠버그 그 자체가 되어간다. 젊었을 때 지분을 팔고 나갔던 공동 설립 회사의 현재 가치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고 옛 동료는 잘나가는데 비해 자기의 처지와 너무 달라서 온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던 월터는 뒷세계에서 인정받는 하이젠버그로 자아를 실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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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암페타민을 제조할 때 나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매번 인적이 드문 사막으로 캠핑카를 끌고 가는 월터와 제시

 

 

처음에는 동네 마약쟁이들 대상으로 마약을 팔아 소소하게 재미를 보다가 본격적으로 갱들을 통해 유통하며 카르텔까지 영향력을 끼치며 스케일이 커지게 되는데, 멕시코와 가깝고 주변에 사막 지형도 많은 드라마 배경지 앨버커키의 특징을 알차게 활용하는 걸 보고 감탄이 나왔다. 또 월터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위기에서 벗어나는 장면이 시즌마다 하나씩 꼭 끼어있는데 작가가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마지막 시즌에서는 초반의 월터와 제시를 교차편집으로 넣은 장면이 몇 개 있는데 마지막 시즌이랑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닳고 닳은 사람처럼 보였다. 특히 월터는 마약을 제조하기 이전의 눈빛은 어디에도 없고 험악하게 느껴질 정도로 눈빛과 인상이 달라져있었다. 초반에 마약 딜러를 죽여야 할 상황이 생기자 손을 벌벌 떨면서 제시와 니가 죽이니 내가 죽이니 동전을 던져서 결정하는 월터는 없고 후반으로 가면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사람을 죽이는 월터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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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월터가 짠하게 느껴지고 제시는 설치기만 하고 행크는 좀 재수 없다고 느껴졌는데 뒤로 갈수록 첫인상과 정반대가 됐지만 나오는 캐릭터들도 다 입체적이고 나름 매력 있었다. 아들에게 제대로 아버지로서 존경받지 못한 월터는 제시를 아들처럼 생각하고 끝까지 집착 수준의 애착을 보인다던지 하는 관계성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드라마 시간상 이 모든 일이 2년 동안 일어났다고 해서 놀랐다. 월터가 마약왕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2년 밖에 안됐다니. 월터가 마약왕이 되면서 재앙 같은 일들이 일어난 게 2년 밖에 안됐다니.


마지막 화의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벙 쪄있었던 것 같다. 어떤 엔딩이라도 납득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엔딩을 보고 좋은 의미로 무슨 이런 드라마가 다 있나 생각했다. 이미 다 올라와 있는 걸 스트리밍으로 연달아 보기만 하는데도 다음 화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는데 당시 매주 기다리면서 실시간으로 봤던 사람들은 피가 말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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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스포를 피하고 싶어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몇 개 없지만 꼭 드라마로 봤으면 좋겠다. 나는 방영한 지 꽤 된 드라마라 어쩌다 보니 검색하다가 스포일러를 보게 됐다. 하지만 도대체 어느 맥락에서 어떻게 일이 전개된 건지 감도 안 와서 딱히 상관없었지만 최대한 그냥 쭉 봤으면 한다. 초반은 조금 지루할 수 있어도 뒤로 갈수록 제발 좀 지루해졌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도파민 자극의 연속인 <브레이킹 배드>는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가능하다. 제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엘 카미노>와 <브레이킹 배드>의 스핀오프인 <베터 콜 사울>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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