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Eature 03. '브루클린 나인나인'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드라마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2.10.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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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TRO

 
드라마를 보면서 똑같이 한 시간을 들일 때, 50분짜리 드라마 한 편 보다는 20~30분짜리 드라마 2편을 보는게 더 좋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집중이 더 잘 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보게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서 그런거겠죠..?

한 때 이런 말이 있었어요. 미드는 넷플릭스, 영화는 왓챠. 지금은 어느 OTT 플랫폼이든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을 모두 가져오기 때문에 굳이 경계를 둘 필요는 없어진 것 같네요. 저는 두 OTT를 모두 구독 중인데, 만약 하나만 유지할 수 있다고 하면 아마 넷플릭스를 유지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넷플릭스에 저의 웃음 코드와 너무나도 찰떡인 드라마가 있거든요.

[eature] 시리즈의 세 번째, 유쾌한 경찰들의 사건사고일지 <브루클린 나인나인> 입니다.
 
 
 
###### 2. STORY

 
 
이 드라마는 브루클린 99번 관할구에 세워진 뉴욕 시경 브루클린 99번 관할서에 새로 임명된 레이몬드 홀트 서장이 이끄는 형사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제이크 페랄타는 그의 교과서적인 파트너 에이미 산티아고 덕택에 그의 편안하고 긴장감 없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종종 체포 실적에서 1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심히 일하기는 하지만 둔한 찰스 보일은 완고한 성격이며 때로는 다소 공격적인 면모를 지닌 로사 디아즈와 주로 협력한다. 형사 마이클 히치콕과 놈 스컬리는 팀 내에서 유용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늙었고 때로 무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형사들을 이끄는 덩치 큰 테리 제퍼즈 반장은 쌍둥이 아이들을 낳고 난 후 자신의 임무 중 순직으로 인해 아이들이 아버지 없이 자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현장 근무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유의 말투로 동료들을 비꼬는 것을 즐기는 민간 공무원 지나 리네티는 근무에는 태만하고 개인적인 사회 생활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브루클린 나인나인의 스토리는, 그냥 브루클린 99번 관할서 경찰들의 코미디라 스토리가 별 거 없어요. 경찰이 주인공인 드라마이기에 추리·탐정·수사 등을 기대하셨다면 아쉽게도 유감입니다. 경찰은 그냥 컨셉이고 개그가 주 요소라서요. 주인공들이 경찰이긴 한데, 어떻게 경찰이 되었는지 신기할 정도로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모습입니다.
 
사건을 해결할 때는 판타지 요소만 없지 별 이상하고 희안한 방법과 논리로 범인을 찾아내요. 근데 그게 묘-하게 잘 맞들어지게 만들어서 왠지 열 받지만 계속 보게 되는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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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테리, 보일, 지나, 제이크, 레이먼드, 로사, 에이미

 


 
###### 3. POINT

 
보통 넷플릭스를 처음 결제한 사람들이 1순위로 추천받는 미드는 아마 '굿플레이스'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넷플릭스에서 바이올렛 에버가든 다 본 뒤에 처음 본 미드가 바로 굿플레이스였거든요. 그렇다면 저는 그 다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게 바로 이 드라마입니다.

브루클린 나인나인(줄여서 브나나)은 매회, 길어봤자 2~3회마다 다른 이야기를 보여줘요. 물론 앞 내용을 보지 않았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주인공 제이크의 숙적 범죄자 '더그 주디' 얘기 등)도 있기는 하지만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시트콤, 코미디가 주 내용이라서 가볍게 보기 좋거든요. 한국 드라마로 따지자면 <거침없이 하이킥> 같은 느낌? 퇴근하고 집에 와서 브나나 한 편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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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브나나가 마냥 생각없이 웃기는 이야기만 다루는건 아니에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피해자의 증언 밖에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게될 것이 예상되는 성추행 사건 하나가 접수되었어요.

 
케리(피해자) : 남녀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상황이에요. 결과가 어떨지는 뻔하죠. 내 증언만으로는 유죄 판결 안나요. 세스(용의자)의 거시기만큼 법 체계가 망가졌죠.
 

에이미는 이 사건을 절대로 그냥 넘길 수 없다 생각하여 합의로 끝내려는 피해자를 설득해 사건을 이어나갑니다. 하지만 심증만 있고 명확한 물증이 없어 수사가 종결되게 생겼어요. 이대로 끝이 나면 케리는 폭행범으로 고소를 당하고 직장에서도 짤리게 됩니다.

 
에이미 : 한 사람이 나서면 다른 사람들도 말 할수 있게 영감을 주잖아. 합의해서 성범죄자 풀려나는 것보다 그게 훨씬 좋은 일 아니야?
 
로사 : 무슨 말인진 알아. 근데 네가 하려는 이 소송으로 한 여자의 인생이나 직장에 얼마나 큰 영향이 미칠지도 생각해보란 얘기야. 그 사람한테 어떤게 최선일지 잘 생각해봐.
 
 
그러던 와중 케리, 세스와 같은 직장을 다니는 직원 중 한 명인 비퍼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에이미에게 확실한 물증을 전달해줍니다. 세스가 짤리면, 본인이 그 자리로 올라갈 수 있거든요. 이 증거로 케리는 혐의에서 벗어납니다.


에이미 : 여성이 힘들게 고발을 위해 나섰는데, 거기서 제대로 이득을 본건 비퍼라는 남자야.
 

이대로 끝이면 좋았을텐데, 결국 케리는 퇴사를 하게 됩니다. 희생자니, 배신자니 케리를 향한 2차 가해가 심해져서요. 결말이 아주 속 시원하게 끝나지는 않지만, 대신에 케리의 다른 동료가 본인의 부당함을 고발하러 용기를 내고 서에 출석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에피소드가 끝납니다. 희망의 여지를 남겨준거죠. 해당 에피소드는 생각보다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원래 이런 드라마 아닌데 왜 이렇게 바뀌었냐면서 말이죠. 이보다 더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말예요. 사회가 변하듯, 드라마의 정체성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외에도 브나나는 성 지향에 관대해요. 무조건 남자-여자 커플만 나오지 않거든요. 캡틴 레이먼드 홀트는 게이, 동성애자로 역사학 교수인 케빈과 결혼까지 했어요. 물론 다들 처음에는 놀라긴 하는데(캡틴이 게이?!), 이후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요(응 그렇구나). 오히려 마지막 시즌에선 레이먼드와 케빈이 별거를 하게 되는데, 이를 이어주려고 다른 멤버들이 고생을 좀 합니다. 또한 로사도 양성애자로 나오며, 남자도 사귀고 여자도 사겨요. 다른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요.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아무도 괘념치 않아하는 것'이 컨셉일 수 있어요. 근데, 어쨌든 그게 좋은거잖아요? 그 사람이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양성애자든, 무성애자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데. 오히려 연기로라도 이런 사람들은 문제가 없고 평범한 사람들이며, 다른 사람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오히려 드라마를 보며 이 사람들이 제 주변에 있었으면 참 좋겠다란 생각을 했거든요. 성 정체성은 전혀 문제될 게 없고, 이 사람들이 너무 유쾌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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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나나가 코미디이기 때문에 드라마가 가벼워 보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사회적인 문제도 담고 있고 한 사람의 성장기도 담고 있어요. 본작의 주인공 제이크는 매우 활발하고, 낙천적이고, 큰 근심거리 없어보이지만 아픈 과거를 갖고 있어요. 제이크의 아버지가 외도를 밥 먹듯이 했고, 이를 참지 못한 어머니가 이혼을 신청하게 되거든요. 이게 제이크에게는 트라우마가 되어 아버지를 미워하게 됩니다.

이후에 에이미와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지만 이 때의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있어 아이를 갖고 싶은 에이미와 자주 충돌해요. 상처 많은 자신이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하고, 아니면 애가 자신처럼 아픈 상처를 갖고 클까봐서요. 하지만 아버지는 아버지일 뿐이고, 자신의 옆엔 에이미와 다른 든든한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믿고 결국 득남에 성공합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게 되는 모습이 시즌 전반에 걸쳐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던, 생각보다 지능적인(?) 드라마가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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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OUTRO

 
브나나는 아쉽게도 시즌 8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제작은 없다고 합니다. 어디선가 본 내용으로는, 드라마로 인해 경찰들의 이미지가 가벼워지는게 문제라고 하네요. 미디어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제작사를 십분 이해하지만 아쉬운건 아쉽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업로드 된 콘텐츠를 다 보고난 후에 "다음 시즌 언제 들어와!" 하고 외칠 수가 없어졌네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미국식 유머가 별로 재미없다고 느끼는 분들은 브나나의 개그가 재미없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일단은 한 회 정도는 봐도 되지 않을까요? 브나나의 짤막한 웃긴 장면을 하나 두고가니, 보시고 부디 재밌으시길 바랍니다.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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