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몰라서 몰랐던 한국미술을 향해 - 방구석 미술관 2

글 입력 2020.12.23 19:5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미술은 잘 몰라도 끊임없이 미술을 잘 알고 싶었던 사람으로서, 즐겁게 미술에 대한 교양을 소개해주는 책들은 마냥 반갑다. 얕아도 알면 알수록 신기한 내용들이 쏟아지고 알던 것도 금방 까먹어 새로운 책을 보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처럼 다시 배워도 즐겁다.

 

학창 시절동안 미술 교과서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은 서양 미술사를 중심으로 한다. 인상파니, 입체파니, 추상파니 하는 말들은 각종 ‘이즘’의 번역어이고 예시 작품도 고흐, 세잔, 피카소, 칸딘스키 등 서양 각국의 화가들이다. 그러다 한 단원씩 ‘한국의 미술’이나 ‘동양 미술’같은 단원이 들어가 동북아 미술을 조금 배울 수 있다.

 

미술사가 서양 중심으로 정리되다보니 우리는 우리와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화가들은 잘 모른다. 국어를 통해 한국 문학은 배울 기회가 있지만 미술을 통해 한국 미술은 배우기가 힘들다. 내 기억 속에서 학교 수업에서는 동양화 실습보다는 수채화나 유화 실습이 더 많았다. 그마저도 입시를 이유로 밀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한국 미술에 대해서는 하도 모르다보니 모르는 게 아쉽지도 않을 정도였다. 어디선가 들어봄직해야 새로운 것이 있구나, 내가 알던 것이 사실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을 수 있는데, 바탕이 부족하다보니 호기심조차 생기기가 어려웠다.

 

 

“반 고흐는 아는데 왜 김환기는 모를까요?”

 

서양미술은 잘 알지만 한국미술은 잘 모르는 당신을 위한 유일무이한 한국미술 입덕 교양서!

 

 

방구석2_입체표지(띠지).jpg

 

 

출판사가 내세운 소개말이다. 이 말을 읽고서 내가 얼마나 한국 미술에 무지했는지 깨달았다. 목차에 있는 화가 중에 익숙한 이름은 백남준, 이중섭, 박수근 화가 정도였다. 나혜석, 김환기, 천경자 화가는 언론을 통해 몇 번 본적이 있어 들어만 본 상태였다. 나름 미술에 관심이 있어 이것저것 찾아본다고 했는데 대표작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세 사람뿐이라니 조금 부끄러웠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새로운 것을 알 수 있는 계기지 않을까? 일단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책을 펼쳐서 조금씩 읽었다. 쉽고 친절한 말투로 화가의 생애와 특징이 설명되어 있었다. 이미지를 넣지 못한 작품은 QR코드를 넣어 볼 수 있게 되어 있어 교양서지만 나름 풍부한 이미지를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천경자 화가에 대한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다. ‘미인도’와 관련한 이슈가 몇 년 전 떠들썩하게 있었기에 궁금했던 사람이기도 했고 서양 화가 중에 프리다 칼로를 좋아하는데, 그 사람과 비교되는 작가기도 했기 때문이다. 읽어본 결과로는 프리다 칼로와 조금은 다른 느낌이지만 아무튼 고통을 승화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인상 깊은 사람들인 듯 싶었다.

 

안 그런 예술가가 있겠냐만은 유난히 삶의 질곡이 많았다. 본인 선택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 이에 대해 ‘자신의 삶에 비애와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을 그림의 재료로 써야만 하는 화가’라고 정리했다. 창작을 위해 감히 고통으로 뛰어드는 태도.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견뎌내는 태도. 결국 고통보다는 창작이 자기 삶에 더 중요했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창작이 곧 자기 자신, 혹은 그 이상인 사람들은 언제나 범인에게는 놀랍다.

 

그러나 그런 강함이 있었기에 <생태>와 같은 작품을 그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더기의 뱀을 통해 추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징그럽지만 살아 있기에 아름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 서정주의 <화사>라는 시가 떠오른다.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둥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麝香) 방초(芳草) 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뱀의 외양이 유발하는 불쾌함과 그것이 지닌 신화적, 종교적 의미. 그리고 삶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뱀이 가진 생명력. 이런 것이 복합적으로 그려진 작품이다보니 <생태>와 유사하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생태>가 그려진 배경을 보니 뱀이 뒤엉킨 이미지가 강렬하다기보다는 그걸 뒤엉키게 보는 작가의 시선이 상상되었다. 왜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그렸을까?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레 생기고 책을 읽으며 해소되었다.

 

이런식으로 이 책에서는 한 작가의 생애를 통해 작품 이해를 돕는다. 천경자의 삶에서는 <생태>에서 보여준 강렬함이 한과 고통에서 신명으로 변화하고 신명을 쏟아낸 끝에 그의 작품은 ‘나’를 직면하는 길로 간다. 그것을 이 책에서는 ‘고독’으로 표현해낸다. 평생 고통을 다루는 창작을 한 천경자의 작품이 고독으로 귀결한 것은 결국 우리는 나와 마주하며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가 살았던 한국의 근현대사를 시대적 배경으로 해석하거나 천경자의 작품을 한국 근현대의 표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천경자 작가 본인에게는 시련이었다는 생각을 하면 위대함이란 결국 치열한 삶에서 피어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천경자 작가만 언급했지만 다른 작가들을 다룬 이야기도 다 흥미롭다. 낯선 작가의 낯선 이야기는 이제 다른 것을 읽을 때 호기심의 씨앗이 될 것이다. 올 겨울엔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 미술을 여행해보면 어떨까?

 

 

*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미술 입덕 교양서 -


지은이 : 조원재

출판사 : 블랙피쉬

분야
미술일반/교양

규격
152*210

쪽 수 : 424쪽

발행일
2020년 11월 18일

정가 : 18,500원

ISBN
978-89-6833-284-5 (03600)
 
 

 

이승희_네임태그_컬쳐리스트.jpg

 

 

[이승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05065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E-Mail: artinsight@naver.com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Copyright ⓒ 2013-2022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