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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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세 개의 소설, 세 개의 악 [도서/문학]
처음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렵다'였다. 책을 덮은 뒤 왜 그렇게 느꼈을까 곱씹어 보았다. 아마도 현실에서 사이코패스나 나르시시스트 같은 인물을 쉽게 마주할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소설 속 인물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은 쉽게
by 이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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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문화 전반]
어제 여우비가 내렸다. 기상예보에는 월요일을 제외한 이번 주 내내 비소식이 있어 얼굴을 찡그렸었다. 하지만 여름이 시작됐는지 해가 길어져 퇴근시간에도 하늘이 밝았다. 적색으로 물들기 전, 푸른 하늘에 비가 내리는 건 꽤나 기분이 좋은 경험이었다. 아직 여름이라기엔 습
by 신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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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다시 한번 더 우리에게, 알 이즈 웰 [영화]
같은 꿈을 꾸던 시간 우리는 같은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보는 가족이었다. 주말 저녁이면 거실 불을 조금 어둡게 하고 TV 앞에 둘러앉았다. 구형 브라운관 TV로, 내 기억으로는 달에 두 번 정도는 함께 영화를 보았던 것 같다.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는 한정적이었기에
by 곽한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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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잠시 순간을 돌아보는 일 - 연극 '대머리였던가?' [공연]
'대머리였던가?'는 30분 남짓한 러닝타임의 짧은 연극이다. 보통 60분 이상 이어지는 다른 연극 공연과 달리, 이 작품은 잠시 멈춰 서서 보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짧은 러닝타임을 택했다. 형식 역시 낭독 공연으로, 매일 다른 캐스팅의 배우들이 공연하는 간결한 방식을
by 노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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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불완전하게 그리고 무한히 기억하는 공간, '백룸' [영화]
※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 남자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상담가를 찾는다. 영화 〈백룸(Backrooms)〉(2026, 케인 파슨스)의 첫 장면이다. 안 팔리는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클락(추이텔 에지오프 분)은 가족 간의 관계도,
by 정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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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벽돌은 왜 자꾸 나를 따라왔을까 [문화 전반]
나는 길을 걸을 때 바닥보다 벽을 자주 본다. 특히 오래된 흔적이 남은 곳들을 좋아한다. 덩굴이 얽힌 골목, 서울 한편에 남은 낙후된 동네, 종로구 주변의 빛바랜 건물들. 수원 팔달구 행궁동의 낮은 지붕들이 수원화성과 어우러지는 풍경도, 경주의 한옥 사이를 걷는 일도
by 김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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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외계인을 사랑한 영화감독 이야기 [영화]
미지를 향한 동경, 어쩌면 사랑
6월 10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가 개봉했다.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나고 있는 혼란스러운 근미래 국제사회를 배경으로, 오랫동안 외계인에 관한 정보와 그들의 기술을 독점해온 미국 정부의 극비를 세상에 공개하는 내용의 공상과학(SF)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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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꿈을 좇는 방법이란 [영화]
성적도 좋지만 영혼이 없던 나
내게 ‘록’이란 쉽게 다가가지 못할 만큼 거대한 울림을 주는 특유한 세계처럼 느껴졌다. 보통의 록밴드라고 한다면 한 명이 몫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보컬과 베이스, 일렉, 드럼 정도로 구성되니까. 적어도 내가 봐왔던 미디어 속 락 밴드 멤버들은 노래하며 악기를 다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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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꿈’과 ‘사랑’을 음악에 담아낸 영화 [영화]
영화 <원스 (2007)>와 감독 존 카니의 작품 세계을 알아보다.
* 이 글은 영화 결말과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보고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영화가 있다. 특별한 내용이나 기술의 영화도 아니었고, 특별한 장소에서 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언니와 함께 침대 위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빌려 온 DVD를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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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침대 위의 소개팅? 새로운 연애 프로그램의 등장 '연애실험실' [문화 전반]
새 연애프로그램 <연애실험실> 리뷰
이틀 전, 내 최애 유튜버 찰스엔터가 패널로 출연한다는 말에 <연애실험실>을 보았다. 연애 예능을 보지 않아도 연애 예능 리뷰는 보게 만드는 사람. 연애 프로그램은 놓쳐도 찰스엔터의 리액션만큼은 챙겨보던 나로서는, 그의 첫 넷플릭스 진출을 연습생의 마음으로 응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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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싱 스트리트: 무너진 마음으로 노래한다는 것은 [영화]
1985년 아일랜드, 불투명한 미래에도 기꺼이 날아오르는 마음
영화 싱 스트리트가 개봉 10주년을 맞이하여 재개봉했다. 존 카니 감독의 <원스>와 <비긴어게인>을 잇는 또 하나의 명작 <싱 스트리트>는 앞서 그가 선보인 음악 영화와 다르게 '10대 소년, 소녀'가 주인공이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보게 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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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소년에게 주어진 미래 - 빌리 엘리어트 [영화]
그 누구도 안타고니스트가 아닌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내게 <어린 왕자> 같은 작품이다. <어린 왕자>를 어렸을 때 읽는 것과 어른이 되어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르듯, <빌리 엘리어트> 역시 어렸을 때의 나와 성인이 된 내가 느끼는 감상의 결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나는 막연히 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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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이해가 실패한 자리에 들어온 것 [도서/문학]
최은영 단편소설 〈씬짜오, 씬짜오〉
최은영의 단편소설 〈씬짜오, 씬짜오〉는 ‘나’의 가족과 투이네 가족의 관계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배경으로 인해 어그러지는 과정을 다룬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의 땅에서 서로 의지했던 두 가족은 베트남전이라는 상흔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미묘한 틈을 만들어낸다.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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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애벌레는 끝이라 부르고 세상은 나비라 부른다 - 애프터 양 [영화]
애프터 양 After Yang (2021)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했던 건, 정말 그 사람 자체를 사랑했던 걸까. 아니면 그와 함께했던 시간과 그 안에 남겨진 내 기억을 사랑했던 걸까. 그 기억 속에 진짜 '그'가 있기는 했을까. 그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만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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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눈이 보이지 않는 관객은 어떻게 연극을 관람할까 – 연극 '해리엇' [공연]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관객도 있음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눈이 보이지 않는 관객은 어떻게 연극을 관람할까. 대사를 들을 수 없는 관객은 어떻게 대사를 파악할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관객도 있음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연극 <히스토리보이즈>를 보러 간 날, 흰 지팡이를 짚으며 동행인과 함께 객석에 들어서는 이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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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또 다시, 헤르만 헤세 – 싯다르타 [도서/문학]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이 소설의 제목은 『싯다르타』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고빈다이고, 사문이고, 고타마이고, 카밀라이고, 바주데바이고, 어린 싯다르타다. 완벽한 승자란 없는 가위바위보 같은 인생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셋은 필요하다. 혼자 깨닫고 혼자 완성되는 삶이란 없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을 때는 보통 서점을 찾는다. 우연 속에 보석 같은 귀인을 만나듯, 책에도 인연처럼 느껴지는 이끌림이 있다. 재작년 이맘때 처음으로 ‘생일책’을 알게 됐다. 생일책이란 자신과 생일이 같은 작가의 책 혹은 그날 출판된 책이다. 드물게 생일이 같은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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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쏟아지는 별빛 속 영화와 노래, 초여름의 낭만 '무주산골영화제' [영화]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느꼈던 빛나는 순간의 조각들
무주산골영화제. 초여름의 낭만이 가득하다고 유명한 그 곳을 다녀오게 되었다. 교통편도 좋지 않고 가는 길도 험난했던 무주. 어쩌면 내가 가 본 곳 중 가장 시골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동기 언니가 “교통편과 숙소가 다 있으니, 너도 갈래?”라고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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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친구인 이유 - 연극 '아트' [공연]
어떤 우정은 그냥, 거기 있는 법이다.
6월 14일까지 박수 받으며 마무리된 연극 <아트>는 분명 웃다가 나오는 극이다. 대본상으로도 코미디적 요소가 있지만, 이를 살리는 배우들의 연기와 합이 아주 재밌다. 그래서 처음 아트를 보았을 땐 이제 흰 바탕의 네모난 것만 봐도 웃길 것 같다고 했다. 소위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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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결혼적령기 미혼 여성, '물질주의자'의 '모순'을 반박합니다 (上) [문화 전반]
영화 <머티리얼리스트>와 책 <모순>이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방식
***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셀린 송, 2025) 『머티리얼리스트』의 주인공은 잘나가는 커플매니저 루시(다코타 존슨). 자신이 성사시킨 고객의 결혼식에서 소위 ‘유니콘’이라 불리는 뉴욕 최고의 싱글남 해리(페드로 파스칼)에게 대시를 받는다. 같은 날, 같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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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장통 헌책방에서 열린 뜻밖의 미학 강연 [문화 전반]
참기름 냄새와 흥정하는 목소리가 오가는 시장 골목, 그 한복판에 자리한 작은 동네 책방에서 인간 예술의 존망을 묻는 서늘한 질문이 던져졌다. 인공지능(AI)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창작자'의 자리를 노리는 지금, 과연 고통과 상실을 모르는 기계의 결과물을 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난 6월 14일, 도봉구 백운시장의 자생적 독립서점 '생활용품'에서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을 통해 이 시대의 가장 날 선 화두를 파헤치는 뜻밖의 지적 향연이 펼쳐졌다.
참기름 냄새와 흥정하는 목소리가 오가는 시장 골목, 그 한복판에 자리한 작은 동네 책방에서 인간 예술의 존망을 묻는 서늘한 질문이 던져졌다. 인공지능(AI)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창작자'의 자리를 노리는 지금, 과연 고통과 상실을 모르는 기계의 결과물을 예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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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뉴 락을 돌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 [전시]
돌처럼 보이지만 돌이라 부르기 어려운 물질 뉴락,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돌을 좋아한다. 해안가에서 주워 든 돌도, 조각된 돌도, 돌을 소재로 한 그림도. 왜 좋으냐고 물으면 대답은 언제나 같다. 돌은 나보다 오래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처음 손에 쥔 도구도 돌이었고, 신에게 닿고자 쌓아 올린 것도 돌이었다. 도시를 세울 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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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1초를 정의하는 일 [문화 전반]
영상 속 1초에 담겨있는 의미는 무궁무진하다.
세상에는 해보기 전까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일들이 있다. 나는 기획자를 꿈꾸면서 늘 기획이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보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장면을 보여주고,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고,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 결정하는 것. 그래서 좋은 기획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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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도서/문학]
자기 자신을 색채가 없는 사람이라고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자신에게 이미 색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받아들이는 이야기
‘하하 유니버스’로 이해하는 하루키 소설 속 남자 주인공, '쓰쿠루' ”창틀에 앉아 내성적이고 말 잘 안 하고... 내가 걷고 있고 옆에 여자들이 많은데, 나는 몰라”. 밈 ‘하하 유니버스’의 유래가 된 무한도전의 한 장면이다. 이 밈을 활용해서 ‘하루키 남자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