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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 사진 외 이미지는
AI로 생성하였습니다.
보통 황금기란 어떤 사회, 국가, 문화, 산업, 예술 분야 등이 가장 번성하고 발전한 시기를 뜻한다. 누군가에게는 한 시대의 정점이고, 누군가에게는 개인사의 한 페이지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쓰는 이 단어 속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심리가 숨어 있다.
흥미롭게도 황금기(Golden Age)라는 말의 기원은 오늘날의 의미와 조금 다르다. 고대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Ἡσίοδος)는 인간의 역사를 황금·은·청동·영웅·철의 시대로 구분했는데, 그가 묘사한 황금시대는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 신화적 이상향에 가까웠다. 그는 이 이상적인 과거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철의 시대, 즉 현재의 도덕적 타락과 고통을 비판하려 했다. 그곳에는 노동도, 전쟁도, 결핍도 없었다. 다시 말해 황금기는 원래 가장 성공했던 시대가 아니라, 잃어버렸다고 믿는 완전한 세계였다.
이처럼 우리는 어쩌면 수천 년 전부터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을 황금기라고 부르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에서 '황금기(Golden Age)'는 과거에 대한 근거 없는 동경, 그리고 현재로부터의 도피를 상징하는 장치로 쓰인다.
영화의 주인공 길(Gil)은 현실에 환멸을 느끼는 작가다. 그는 헤밍웨이와 피카소가 활동했던 1920년대를 자신의 황금기로 동경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파리의 골목에서 의문의 자동차를 타게 되고, 그는 거기서 1920년대로 향한다.
그곳에서 길은 피카소의 연인이자 모델인 아드리아나(Adriana)를 만난다. 그런데 아드리아나는 정작 길이 그토록 동경하는 1920년대에 살면서도, 자신의 시대에는 예술적 깊이가 없다고 느낀다. 그녀가 진짜 황금기라 여기는 시절은 벨 에포크(Belle Époque), 즉 1890년대의 파리다. 길이 동경하던 헤밍웨이와 피카소가 살아 숨 쉬는 시대인데도, 그 시대를 사는 사람은 또 다른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한 번 더 거슬러 올라간다. 길과 아드리아나는 함께 1890년대 벨 에포크로 넘어가고, 거기서 그 시대의 거장인 고갱과 드가를 만난다. 그러나 이들마저도 자신들의 시대를 황금기라 부르지 않는다. 그들에게 진짜 황금기는 이성과 창조력이 정점에 달했던 르네상스 시대다.

이 끝없는 동경의 사슬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결국 일종의 결핍 증후군이며, 현재를 외면하려는 도피의 한 형태일 수 있다는 것. 과거는 이미 지나갔기에 아름답게 미화될 뿐, 만약 그 시절이 실제 현실이었다면 우리가 동경하는 만큼 녹록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시대는 부족하고, 누군가의 시대는 빛나 보인다. 그 자리를 바꿔놓아도 결과는 같다.
이는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비슷한 모습이 많다. 어떤 사람은 한창 돈을 잘 벌던 시절을 자신의 황금기로 기억하고, 어떤 사람은 가장 젊고 아름다웠던 한때를 황금기라 부른다. '황금기', 즉 전성기(Golden Age)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가장 잘 나가던 시기를 가리키는 말이니, 이런 회상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정작 진정한 황금기라 부르는 시간 속에 있을 때는 그것이 황금기인 줄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창때는 그저 하루하루가 바쁘고,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지나간 시간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마치 영화 속 인물들이 끝없이 다른 시대를 동경하듯, 우리도 현재의 결핍을 과거의 미화로 채우려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황금기라는 말 자체가 처음부터 실제 역사 속 번영의 시기가 아니라, 인간이 상상한 이상향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헤시오도스가 말한 황금시대는 현실에 존재했던 시대가 아니라 결핍도 고통도 없는 이상적 세계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과거의 어느 순간을 황금기라고 부르는 이유 역시, 그 시절이 실제로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결핍을 투영해 이상적으로 기억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황금기란, 어느 특정한 시점이나 '내가 잘 나가던 때'를 가리키는 말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지금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현실을, 마치 황금기처럼 즐기겠다는 마음가짐 그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닐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안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사랑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진짜 황금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황금기는 단순히 잘 나가는 시절이 아니라, 시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