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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외계인을 사랑한 영화감독 이야기 [영화]

<불빛>부터 <디스클로저 데이>까지

by 김혜원 에디터
2026.06.20 14:29



6월 10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가 개봉했다.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나고 있는 혼란스러운 근미래 국제사회를 배경으로, 오랫동안 외계인에 관한 정보와 그들의 기술을 독점해온 미국 정부의 극비를 세상에 공개하는 내용의 공상과학(SF) 영화다.

 

한 국가의 숨겨진 진실을 전 세계 대중에게 폭로한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다소 도발적인 설정을 지니고 있지만, 사실 그 대상이 ‘외계인’이라는 점에서는 별달리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거장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유별난 외계인 사랑은 이미 유명하다. <죠스>, <쥬라기 공원>,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넘나들며 매번 대작을 뽑아내면서도 그가 SF 작품을 다룰 때면 UFO나 외계 소재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번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가 그의 작품의 ‘총결산’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또 감독 자신이 매번 음모론에 휩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체 어떤 신비한 경험이 그를 이토록이나 미지의 세계로 이끌었을까? 그 답은 알 수 없겠지만, 대신 우리는 그가 일평생 일궈온 영화의 세계를 통해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한 사람에 대한 힌트를 엿볼 수 있을 듯하다. 결국 감독은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스필버그 감독이 다뤄왔던 주요 ‘외계인 영화’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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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Firelight)(1964)

 

 

잘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17세 소년이었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모금한 500달러(약 77만 원)의 제작비를 들인 135분짜리 영화로, 감독, 각본, 편집 모두를 스필버그가 홀로 맡았으며 그가 살던 고향의 영화관에서 단 한 번 초연되었다. 이 작품의 수익은 1달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신작인 <디스클로저 데이>의 제작비가 1억 1,500만 달러(약 1,772억 원)인데다 전세계에서 개봉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감독으로서의 그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단번에 체감된다.

 

<불빛>은 미국 애리조나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어느 날 하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러 개의 빛이 나타난 뒤부터 마을에서는 사람을 포함한 온갖 것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 불빛의 정체는 바로 UFO였고, 이를 우연히 목격한 과학자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해 결국 외계인들의 숨겨진 목적에 대해 알게 된다.

 

 

 

 

1964년 작품인 <불빛>은 상당히 오래된데다 당시 장비를 제공했던 제작사가 파산하면서 원본 필름도 함께 사라져 현재는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대신 유튜브에 약 4분 길이의 영화 일부분이 올라와 있어 그를 통해 초기 스필버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영화감독으로서의 일생은 처음부터 외계인과 함께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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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1977)

 

 

1977년에 개봉한 <미지와의 조우>는 스필버그의 첫 작인 <불빛>과 상당 부분 유사하면서도 많은 발전을 이뤄낸 작품이다. 작품 속 미국 인디아나의 한 마을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대규모 정전을 겪고, 그와 동시에 마을 위를 날아다니는 비행물체를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UFO를 마주했을 당시 그들의 빛에 노출되는데, 그 후부터 그들은 기이할 정도로 특정 장소에 매몰되어 그곳을 향해 이끌리기 시작한다. 그 장소는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외계인과의 ‘미지와의 조우’를 위해 극비리에 마련한 곳이었으며, 영화 말미에는 마침내 거대한 UFO가 그곳에 내려앉아 비밀스러운 문을 연다.

 

1975년에 <죠스>를 제작, 대성공시킨 후 스필버그가 야심 차게 준비한 SF 영화다. 전작에 이어 엄청난 흥행을 성공시켰으며, 2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무려 3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려 당시 배급사였던 컬럼비아 픽처스 영화사의 최대 흥행작이 되었다. 외계인과의 조우를 상당히 우호적으로 그려냈으며, 마치 수어와 같은 몸짓과 음악을 이용해 그들과 언어 교류를 나눈다는 설정이 특징적이다.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이 외계인을 만나기 위해 미국 정부의 거센 방해 공작과 맞선다는 점은 얼핏 <디스클로저 데이>와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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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The Extra-Terrestrial)(1982)

 

 

어쩌면 스필버그의 외계인 영화 중 국내외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 아닐까 싶다. 손가락 끝을 서로 맞대 교감하는 장면이나 한밤중 자전거를 타고 보름달을 가로지르며 하늘을 나는 장면은 특히 지금까지도 수없이 오마주 될 정도로 대표적이다.

 

이전까진 주로 멀고 신비로운 외부인으로 묘사되던 외계인이 E.T.에서는 하나의 주연 캐릭터로 모습을 드러내 인간과 직접적인 우정을 쌓는 존재로 변주된다. <미지와의 조우>에서도 주인공이 외계인들의 호감을 얻어 그들의 우주선에 오르는 장면이 나오지만, ‘선택받았다’라는 느낌이 강한 전작과 달리 본작에서는 서로 비슷한 감수성을 지닌 친근한 존재끼리의 연결을 그려내고 있다.

 

우정의 대상으로 성인이 아닌 어린아이를 내세운 점이 이 작품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이다. 사실 스필버그는 외계인과 어린이 사이의 순수하고 동심 어린 상호작용을 꽤 오래 다뤄왔다. 이전 <미지와의 조우>에는 UFO로 납치된 듯 보이던 어린아이가 그 안에서 신나게 논 뒤 다시 엄마의 품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있고, 그 뒤에 제작한 E.T.에서는 아예 어린이를 주연으로 삼았다. 최근의 <디스클로저 데이>에도 주인공들이 어렸을 적 외계인의 선택을 받았다는 설정이 포함되어 있다.

 

<후크>나 <마이 리틀 자이언트> 등 여타 다른 장르에서도 꾸준히 동심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온 것을 생각하면, 스필버그가 ‘어린이’라는 존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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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쟁(War of the Worlds)(2005)   

 

 

<우주 전쟁>은 스필버그의 SF 영화 중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다소 결이 다른 작품이다. 세부적인 설정이나 플롯은 다르더라도 그가 그려온 외계인의 이미지는 거의 언제나 우호적이었다. 호기심을 가진 채 먼저 인간에게 다가오거나, 아예 호의적인 태도를 내비치거나. 하지만 <우주 전쟁>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외계인들의 대규모 지구 침공을 다루는 어두운 분위기의 코즈믹 호러 영화다.

 

이 작품은 몇 번의 변주를 거쳤는데, 우선 1898년에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동명 소설 <우주 전쟁>이 출간되었다. 이후 1953년에 바이런 해스킨이 처음으로 이를 영화화해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좋은 평을 얻었다. 스필버그가 감독한 이 <우주 전쟁>은 2005년에 두 번째로 영화화를 거친 버전이고, 이후 2025년에 리치 리 감독에 의해 또 한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원작소설부터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드라마화 역시 여러 번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그 외에도 뮤지컬이나 라디오 드라마 등 여러 장르로 각색되어 널리 퍼졌다.

 

이 작품 이후로 스필버그는 <뮌헨>, <링컨>, <파벨만스> 등 굵직한 영화들을 여럿 제작하다가 올여름 또 한 번 심혈을 기울여 만든 SF 작품 <디스클로저 데이>를 개봉시켰다. 영화감독으로서의 경력 자체를 외계인과 함께 시작했을 만큼 미지의 우주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언젠가는 그의 믿음이 증명받는 날이 올지, 그 답은 아마 우주만 알고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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