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
[에세이] 네게 가는 바람이 있고, 내게 오는 바람이 있다 - 2026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①
일렁일렁, 현악기가 일렁일렁. 피아노가 아른아른. 클라리넷은 고요하게, 또 너그럽게. 시간이 흐를수록 바라볼 것이 많아지고, 붙잡아 봐야 하는 것들도 늘어난다. 아, 새소리를 타고 오는 이 소리는 내게 오나 보다. 모든 바람이 타고 지나간 곳, 크기를 가늠하기도 어려
by 장유진 에디터
-
[Essay] 너무 많은 여름과
0. 아직 끝이 아닌가 싶을 때면 찾아오는 선선한 바람, 이제 끝인가 싶을 때면 다시 밀려드는 무더위. 달궈지다가 식어가다가 또 끓어 넘치는 날씨에 익숙해져버린 탓일까. 이제 여름은 개운한 맛이 없고 청량한 향이 없어지고 그래서 아무런 기대도 없이 맞이하다가 미련도
by 차승환 에디터
-
[에세이] 당신이 오는 동안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기로 - 2026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에게 물었다. “너는 왜 태어났어?” “친구 때문에.” “친구?” “페르디난트 다비트. 멘델스존의 오랜 친구였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악장이었어.” “친구를 위해 곡을 쓴 거야?” “응. 멘델스존이 1838년에 바이올린 협주곡을
by 장유진 에디터
-
[에세이] 2026년 3월 25일
평소 연락을 거의 나누지 않는 오빠에게 “소식 들었냐?”하고 카톡이 왔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예상이 돼서 더 듣고 싶지 않았다. 밀려오는 불안감을 누르고 애써 침착하게 무슨 일 있냐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오빠는 엄마가 얘기 안 해줬냐고,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
by 장수정 에디터
-
[에세이] 어디에 두어도 그 사람인 사람 - 희망 드림 넥스트 콘서트 스테이지 : 유다윤 [공연]
나는 잠시 잊고 있던, 아직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단어들의 조합을 서서히 떠올리기 시작했다. 목화솜을 비껴나가는 날카로운 잎사귀. 파도를 다 제쳐두고 수면 위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사람. 1. 성당과 유머 바이올리니스트 유다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딱 걸렸다. 이 사
by 장유진 에디터
-
[에세이] 불안을 누르는 일상이라는 돌
녹아내릴 것 같이 뜨거운 여름을 떠나보내고. 달궈졌던 아스팔트도 본래의 이성을 찾듯 제법 차게 식어가는 요즘.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던 계절이 반쯤 사라져 가서 그런 건지, 더위로 온통 어지럽던 머리가 말끔해져서 그런지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내겐 너무 익숙한
by 채혜인 에디터
최신글
-
[에세이] 옜다. 덤이다!
나의 여행에는 늘 뜻밖의 깨달음이 있었다.
나는 일상 속 작은 여행을 자주 한다. 근교나 먼 곳으로 일정을 미리 잡고 가거나 갑자기 떠나는 여행도 한다. 주로 해외보다는 국내 위주로 여행했는데, 이유는 두려움이었다. 낯선 장소에 가는 걸 재밌어하지만, 외국으로 가는 건 두려웠다. 나는 외국인이 되는 상황에 잘
-
[칼럼] 호랑이는 살아있다
그는 여전히 우리들의 수호신. 안내자이자 보호자이며 전령이다.
몇 년 전, 코리아나 미술관의 기획 전시 ≪호랑이는 살아있다≫전을 관람했다. 전시의 제목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작가의 동명 작품에서 따왔다. 한글 이름을 보고 영어 원제가 ‘Tiger Is Alive’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게 아닌 ‘Tiger Lives’라는
-
[칼럼] ‘OO이(가) 현실이다’
똑똑하고 역겨운 영화 두 편.
메타버스는 시간이다 ‘메타버스’라는 것에 관한 논의로 한창 난리였을 때,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주장은 ‘메타버스는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물리적 삶이 가상의 삶보다 덜 중요해지는 어느 시점’이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보게 되었을 때 쭉 어딘가 촌스러운 비디오 게임 속
-
[에세이] 사카모토 류이치가 남긴 음악들
사카모토 류이치에 대한 헌정글
지난 3월 28일, 전자음악과 영화음악의 거장인 사카모토 류이치가 오랜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이 노래는 한 번씩 들어봤을 것이다.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긴급한 상황에서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의 브금이 틀어질 때면 항상 이
-
[에세이] 부드러운 뾰족함은 존재한다
부드러운 뾰족함이 형용모순이 아닌 이유
‘뾰족’이라는 단어를 새삼스럽게 느껴본다. 의미를 온전히 반영하듯 '뾰족'은 생김새마저도 베일 듯이 날카로워 보인다. 좋은 게 좋은 거지. 유순한 게 좋은 거지. 무던한 게 좋은 거지. 좋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 모난 게 좋은 거지. 거슬리는 게 좋은 거지. 둥그런
-
[에세이] 에든버러 여행기
직접 혼자만의 생각으로 채우는 시간 - 건설적 고독
올해 1월, 새해가 되자마자 추가하는 짐 없이 런던에서 에든버러로 가는 항공권을 예매했었다. 2박 3일 동안 필요한 것은 조금의 현금, 한 여벌의 옷과 책, 노트, 혹시 배고파질 때 먹을 빵이었다. 단촐히 챙긴 가방만큼, 혼자 떠나는 이 여행의 시작이 홀가분하게 느껴
-
[에세이] 시린 봄을 겪고 있어요
추운 봄이지만 자연스럽게 살아보는 자세를
분명 비가 오기 전까진 따뜻했다. 아니, 오히려 더웠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이다. 작년 이 맘 때 사진들에선 털옷을 입고 있던 나도 올해는 얇은 자켓을 입어도 더워서 낮이면 벗곤 했다. 꽃도 작년보다 훨씬 더 빠르게 개화했다. 3월 초에 확인했던 뉴스 기사에는 벚
-
[에세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해 줘
미워하는 마음 없이
예년보다 빨리 피고 진 벚꽃 지구를 사랑하는 작가가 쓴 여행 에세이의 제목이다. 정세랑 작가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이며, 드물게도 돈을 주고 산 여행 에세이지만, 해가 갈수록 제목을 말하기에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사랑과 아낌은 동의어가 아닌가. 지구인들이
-
[에세이] 새로움을 잃지 않기
나에게 매번 새로움을 안겨주는 계절
계절의 흐름을 느끼는 일은 삶의 원동력이 된다. 특정 계절에서만 보이는 풍경, 먹을 수 있는 음식, 느끼는 냄새와 날씨까지. 계절을 기다리는 경험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태어나는 나라를 고르지 못하듯이 계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또한 선택과는 무관하다.
-
[에세이] 행복을 저금하세요
좋았던 기억을 잘 되새김질하려면
인터넷을 하다가 행복 저금통이란 단어를 보았다. 행복한 일이 생길 때마다 적어서 통에 넣어놓고 나중에 힘들 때 꺼내본다는 것. 그동안 힘들면 좋았던 기억을 꺼내 되새김질해서 저금통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자수를 놓아서 표현하는 사람을 보니 나도 유
-
[Essay] 내내 다정하기
사시사철 피는 다정함
신입사원 교육을 받으러 이동하던 도중 버스에서 잠시 내려 몸을 풀던 찰나, 살살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 고개를 들었더니 흩날리는 매화잎이 보였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이거 봄바람이구나. 겨울이 끝났구나. 조마조마한 겨울이었다. 귀가 얼 것만 같은 칼바람이
-
[에세이] 무애 無碍 11
가슴에 거대한 사랑을 안고 태어난 사람
너무 크고 높고 지나치게 사랑하는 자, 그대는 한동안 외로울 운명이었다. 그리고 사랑은 오래되면 썩게 마련이지. 안착할만한 누군가의 마음을 찾지 못한 사랑은 그렇게 차차 썩는다. 그대를 작고 초라하고 외롭게 만드는 힘, 외로운 그대를 더욱 외롭도록 이끄는 힘이고, 겨
-
[에세이] 나는 너로부터 유래했어
나는 여전하다 그 수많은 변화로부터
좋아하는 풍경. 나는 엄마와 아빠의 취향과 함께 자랐다. 꽤 많은 부분을 그들로부터 빌려왔기에 내 세포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래도 거기서 찾는다. 그 외에는 자잘하고 어리숙한, 귀여운 역사다. 나는 중학교 친구한테서 눈을 찡그리며 웃는 버릇을 들였고 만나던 이로부터 차
-
[Essay] 여행의 이유
대만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
여행(旅行).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타 국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일이다. 쳇바퀴를 굴리듯 지루한 일상의 연속에 여행은 반가운 손님이다.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순간까지 다채로운 감정의 향연이 펼쳐지는 진귀한 경험이기도 하다. 필자는 일정을 미리 잡아두고 움직이는
-
[에세이] 뇨끼를 먹으며 하루를 더 살아보기로 했다
우울을 자연스레 흘려보내는 법
우울함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에 찾아온다. 이 녀석은 눈치채지 못한 어느 순간에 갑자기 마음을 파고들곤 한다. 하루는 집에 가는 길에 내 몸의 모든 것들이 저 깊은 곳으로 천천히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한없이 가라앉아 버스에서 음악을 듣고 있다가, 내가
-
[에세이] 내 삶을 지탱하는 것
‘갑작스럽게’, ‘좋은 기회로’, ‘우연히’, ‘어쩌다보니’, ‘바라던대로’ 서울살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좋은 기회로’, ‘우연히’, ‘어쩌다보니’, ‘바라던대로’ 서울살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몰라 다 적어보았지만 실은 전부 맞는 말이다. 마음 한구석이 무겁게 내려앉아 내 몸과 정신의 추가 기울던 시기에 변화를 맞이하게 되어
-
[Sillage를 따라서] 고요한 명상의 향, 인센스
인센스에 관하여
향에는 기억을 불러오는 힘이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에서는 홍차와 마들렌의 향이 유년 시절의 기억을 불러왔듯 우리들은 각자의 추억을 불러오는 향을 무의식 속에 품고 있다. 향은 기분과 시간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지만, 장소를 불러오기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