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치토, 아주대생들의 열정 속에서 태어난 아기 횃불 #1. 탄생

아주대생들의 열정 속에서 태어난 아기 횃불 치토를 소개합니다!
글 입력 2023.03.0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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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운다.'라는 말이 있다. 서로의 담벼락이 낮아 각자의 숟가락과 젓가락의 개수까지 알고 지내던 시절, 한 집의 아이는 곧 그 마을의 아이와 같았고, 아이의 성장 속에서는 그 어디에도 마을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리고 그만큼 그 아이는 온 마을을 누비며 밝고 해맑은 웃음소리를 선물 주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담벼락보다는 도어록이 익숙하고, 식기의 개수는커녕 이름조차 모른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 시절 이야기되었던 '마을'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져 가고 있는 지금, 여전히 '온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운다'라는 말이 이어져 오고 있는 곳이 있다. 하나 독특하다는 것이 있다면 '마을'이 아닌 '대학교'고, '아이'가 아닌 '캐릭터'라는 것일까. 바로 아주대학교 학생들의 불타오르는 열정 속에서 태어난 아기 횃불 캐릭터 치토다.

 

 

치토 달력.png


 

치토는 이미 한 번 버려질 뻔한 캐릭터였다. 공모전을 위해 탄생하자마자 공모전에서 탈락하였기 때문이다. '아주대생의 열정'이라는 설정이 무색하게 타오르던 불꽃이 바로 소리소문없이 꺼질뻔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런데 약 4년이 지난 지금, 이제 아주대학교에서 치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토는 어떻게 다시 당당히 아주대학교 학생들의 곁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치토는 현재, 어떻게 아주대학교 학생들의 곁을 지키고 있을까?


 

 

아주대를 빛내는 아기 횃불, 치토의 탄생


 

치토의 탄생을 이야기하자면 무려 4년 전에 열렸던 2019 아주사랑 크리에이티브 공모전(일명 아주사랑 공모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주의 아이덴티티가 반영된 비주얼 콘텐츠 발굴'이라는 주제로 열린 아주사랑 공모전은 '아주를 사랑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이었다. 모집부문은 영상 콘텐츠, 이미지/일러스트, 프로모션으로 총 세 개였고, 그중 이미지/일러스트는 우리 학교 상징인 선구자상 또는 횃불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공모받고 있었다.


당시에는 정말 좋은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필연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2019년, 아주사랑 공모전이 열리던 때 나는 문화콘텐츠학과 학도로서 마스코트 혹은 이모티콘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여러 번 캐릭터 디자인 공모전을 나가고 있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캐릭터의 장점과 귀여움을 살릴 수 있을지 연구하던 중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넘쳐서 아주대학교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는 물론이고 문화콘텐츠학과 소학회에 2개나 참여하고 있었다. 학우들과 함께 각종 공모전과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아주대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다지고, 나 스스로가 아주대학교 학생이라는 사실이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던 때다. 그러니까, 아주사랑 공모전은 당시의 나에게 우연적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딱 맞는 공모전이었고, 내가 참가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KakaoTalk_20230305_212209154.jpg

치토 디자인 당시 스케치 되었던 일부분

 

 

마스코트 캐릭터의 소재는 이미 '말'과 '횃불'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둘 중 어떤 것을 캐릭터로 활용할지에 대하여 고민이 많았다. 살아 숨 쉬며 온기를 갖고 사람들과 교감이 가능한 동물을 마스코트로 할 것인가, 아주대학교의 로고이자 타오르는 열정을 나타내는 불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전자를 하자니 '말'이라는 동물을 내가 귀엽게 디자인할 수 있을지에 대한 스스로 능력에 대한 불확신이 있었다.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말은 나의 마음속에서 입체적이고 강인하다는 이미지가 크기에 귀엽게 디자인할 수 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두려웠다. 그렇다고 후자로 하자니 딱딱하게 느껴지는 홰를 어떻게 해야 친숙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여러 번의 스케치 끝이 말보다는 횃불을 캐릭터화하는 것이 더욱 수월하게 느껴졌고, 그렇게 횃불을 캐릭터화하게 되었다. 타오르는 불꽃의 형상을 갈기처럼 표현하고, 입을 동물처럼 하여 사람들에게 친숙함을 주자. 대신, 횃불이니만큼 몸통의 실루엣이 너무 굴곡지지 않게 하기로 했다. 그러면 팔을 특히 길게 하고, 다리를 짧게 하자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치토의 윤곽은 잡혀갔다.


횃불 캐릭터의 디자인이 정해진 이후에도 고민은 계속되었다. 아주대학교에 입시 면접을 보기 위해 왔던 그날, 나는 횃불을 형상화한 아주대학교 로고가 가장 먼저 각인되었고, 그 이후 교정을 가득 채운 푸른색이 두 번째로 머릿속에 각인되어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횃불의 불꽃을 아주대학교의 상징색인 '아주 블루'로 하는 것은 처음부터 확정되어 있었다. 서브 컬러인 아주 스카이가 보다 밝은색을 띠는 불꽃의 안쪽을 담당하는 것은 이후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아주대학교 고유컬러.JPG


 

그러나 '홰'을 담당하는 몸통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횃불이기 때문에 갈색이 가장 기본적인 색이었으나, 그렇다고 갈색을 사용하자니 색상이 탁해져 미적으로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졌다. 깔끔하게 아예 하얀색으로 하자니 공모전의 주체인 '횃불'이라는 느낌보다는 그저 불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너무 휑하고 심심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불꽃색으로 활용된 아주 블루와 아주 스카이 컬러를 제외한 나머지 아주대학교의 고유 컬러인 아주 골드, 아주 옐로, 아주 실버를 하나씩 몸통에 적용해 보기도 했다. 전부 명도가 짙은 컬러라 몸통으로 활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한참 고민하며 색을 바꾸다가 내가 선택한 방법은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동기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같은 동기를 향한 믿음이 있었음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아주대학교의 상징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중이니 만큼 막히는 부분은 다른 아주대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되었다.

 

다양한 색상을 보여주고, 색상의 명도나 채도를 끊임없이 조절하고 여러 번 학우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리고 그렇게 고심한 끝에 '아주대학교의 또 다른 상징색은 금색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니 노란 계열로 가지고 가는 대신 채도와 명도를 조금씩 조절하여 불꽃과 조화롭게 하자'라고 결론이 내려졌다. 그렇게 문화콘텐츠학과 학우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끝에 첫 번째 치토의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아주대학생의 열정, 치토의 타오르는 불꽃



내가 아주대학교에 들어와서 가장 기쁘게 느꼈던 것은, 모든 아주대학교 학생이 다 열정적으로 삶에 임한다는 것이었다. 문화콘텐츠학과 과방에는 공모전과 소학회 활동으로 인해 밤을 새우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었고, 그 와중에도 대외활동이나 취미 동아리를 꼬박꼬박 챙기고 있었으며, 도서관은 시험 기간이 되면 새벽에도 자리를 잡기 어려웠다. 피곤함에 찌들어 지쳐있다가도 학우들과 함께 야식을 먹을 때면 그 즐거움으로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고, 그렇게 힘을 얻어 다시 밤을 새워 꿈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갔다.


학우들과 함께 있을 때가 아니더라도, 도서관의 커뮤니티 라운지에서 이어폰을 끼고 공부하거나, 졸릴 때는 학교 운동장을 산책하다가 불 켜진 도서관을 빤히 바라보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 일상이었다. 고등학생 때 힘든 입시 속에서도 캠퍼스 라이프를 꿈꾸며 버텨왔는데, 그 모든 아주대학교의 분위기와 일상들이 내가 생각해온 캠퍼스 라이프 그 자체였고, 모두가 각자의 삶에 충실하였으며,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하루하루가 나의 힘들었던 입시 생활을 보상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치토는 무엇보다도 아주대학교 학우들의 열정에서 태어났다고 스토리를 부여해주고 싶었고, 아주대학교 학생들의 열정이 꺼지는 날에는 치토의 불도 꺼진다는 설정을 함께해주었다. 공들여 제작한 캐릭터의 생명을 내가 아닌 타인에게 부여하는 것은 사실 제작자로서는 굉장히 큰 용기다. 하지만, 아주대학교 학생들의 열정이 꺼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이와 같은 설정을 부여할 수 있었다. 이름이 횃불을 영어로 한 토치(Torch)를 거꾸로 한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아주대학교 학우들이 일상에서 치토를 계속 떠올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음 속으로 사소한 설정을 함께 부여하기도 했다. 나도 모르는 순간 맛있는 음식을 다 먹어버렸다면 그것은 치토가 옆에서 한 입 빼앗아 먹었기 때문이라든지, 커뮤니티 라운지에서 갑자기 따뜻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히터도 히터지만 치토가 곁에 머물기 때문이라든지 말이다. 힘들게 공부하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 등, 학교에서 느끼는 즐거움 속 모든 순간에 치토가 작게나마 함께 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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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모전이 마감되는 날이었던 10월 29일 밤 10시, 마감 시간 2시간을 남기고 치토는 아주사랑 공모전에 제출되었다.


 

 

탄생과 함께 꺼질 뻔한 치토의 불꽃



공모전 마감일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난 후, 12월 27일 공모전이 발표되었다.


'아주사랑 공모전은 분명 나를 위한 공모전'이라고 생각하며 며칠 동안 고민하고 야심 차게 캐릭터를 디자인한 것이 무색하게도 나는 장려상조차 받지 못했다. 잘못 본 것인가 싶어 세수하고 다시 확인해보아도 수상자의 이름에 내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다. 마음 한편에서 크게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실망감과 속상함이 컸다. 그러나 그 속상함은 다른 프로젝트 준비로 바쁘게 흘러가는 나날들 속에서 잊혀가게 되었고, 그렇게 치토는 영영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뒤, 다른 프로젝트 준비로 밤샘을 반복하며 피곤하게 살던 어느 날이었다. 드라마 촬영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촬영장에서 잠을 자는 것이 일상이던 때다. 밤 12시, 촬영장 구석에 쭈그려 앉아 쪽잠을 자다가 에브리타임 Hot 게시물 알림이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용은 즉, 아주대학교도 마스코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Hot 게시물에 갈 정도로 많은 공감을 얻었던 그 글을 보고 문득 치토가 다시 떠올랐다. 공들여 디자인했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진 치토. 학우들에게 소개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치토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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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쪽잠을 마저 자고 일어나니 치토의 게시글은 수많은 댓글과 69개의 '좋아요'를 받고 있었고, 놀라운 마음에 캡쳐해놓은 뒤 프로젝트를 마저 진행했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확인하니 좋아요는 어느 순간 200개가 넘어있었다. 에브리타임에서는 꽤나 큰 숫자다.


기쁨이 넘쳐 흘렀다. 적어도 치토의 존재를 학우들에게 소개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날아갈 듯이 기뻤다. 어차피 버려진 캐릭터였다. 이 캐릭터로 인해 한 명이라도 잠깐 피식 웃었다면, 그것만으로 치토는 그 사명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래, 적어도 그냥 버려지지는 않아 다행이다. 기뻐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다른 학과 동기로부터 갑작스럽게 전화가 왔다.

 

"혜빈아, 뭐하고 있어?"

"나 그냥 있지! 무슨 일이야?"

"다름이 아니라 치토 말인데... 너가 디자인한거 맞지? 이미지에 너의 이름이 적혀있더라고"

"아 맞아! 너도 에브리타임 봤어?"

"응. 치토 정말 너무 귀엽더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우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잖아. 그래서 말인데, 혜빈아. 아주대학교 입학홍보대사의 캐릭터로 치토를 재탄생시킬 생각 있어?"




▶ 다음에 계속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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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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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yeram415
    • 아주대학교 최고 귀요미 치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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