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직장인 한 달 차 후기

글 입력 2023.03.0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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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쯤이었나,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에 처음으로 함께 활동하는 에디터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장 놀랐던 점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이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날이 갈수록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나도 어느덧 직장인이 된 지 한 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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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에서 바라본 풍경

 

 

지난 가을, 대학 생활의 마지막 개강과 함께 수업이 없는 날 공연 스태프 알바를 시작하였다. 예정되어있던 공연 및 행사들이 끝남과 동시에 좋은 기회로 인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렇게 종강과 함께 대학생의 신분은 곧바로 직장인의 신분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종일 앉아서 일을 해본 적도 없고, 그렇게 5일이나 되는 평일을 보낸 적도 없었다. 갑작스레 바뀐 일상의 루틴에 적응할 새도 없이, 정식 입사 3일 만에 코로나바이러스에 확진되어 1주일을 쉬게 되었다. 격리 해제 이후에는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설 연휴가 있었다.


졸업 직후 바로 취업하지 않았다면 오랜 기간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나에게 ‘대학생’이 주는 이미지는 ‘자유’의 상징이었다. 배낭 하나를 메고 전 세계를 누비는 것이 대학생 때 꼭 하고 싶은 일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과 현실적인 이유로 결국 대학생 때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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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의 중심에서

 

 

그래서 이번 설 연휴 때 베트남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굳이 베트남인 이유는 없었다. 3박 4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곳 중, 마침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베트남을 다녀왔길래 선택한 것이다. 그 와중에도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다낭에서 1박, 호찌민에서 1박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바쁜 스케줄을 계획했다.


지금까지 비싼 비행깃값 때문에 연휴나 주말보다는 평일에 여행을 다녔다. 특히 명절은 언제나 비행기표가 비싸면서도 뉴스에는 발 디딜 틈이 없는 공항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번 명절 전까지만 해도 내가 그중 한 명이 될 줄은 몰랐다. 평소보다 두세배는 비싼 가격을 보고 여행을 망설였지만, 이럴 때 아니면 해외여행을 갈 수 없을 것 같아 무작정 결제했다.


첫 취업을 한 이후 회사 동료들과 주변 친구들이 나에게 회사생활의 목표가 무엇인지 종종 물어보곤 한다. 나는 ‘주말에 우동이 먹고 싶어 일본에 다녀오는 삶’이라 말한다. 이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을 여행이라는 취미에 풀어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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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선 무대에서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공연을 했다. 취미 생활로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4년 만에 무대에 선 것이다. 약간의 부연 설명을 하자면, 내가 속해있는 밴드는 고등학교 동아리로, 매년 2월에 현역 고등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함께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공연을 한다. 이번 공연 때 내가 속한 팀은 대부분의 파트가 직장인인 팀이었다.


팀원들은 퇴근 후 저녁과 주말을 사용하여 공연 준비에 몰두했다. 그마저도 평일에는 항상 한 명씩 야근 등의 회사 업무 때문에 모든 팀원이 모여 합주를 한 적은 몇 번 없었다. 우리 팀원들은 항상 “직장인 선배들은 이 재밌는 공연을 왜 하지 않을까에 대해 의문이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며 힘들게 준비하였다.


아무튼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바쁜 시간을 쪼개 열심히 준비하여 이루어냈다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꼈다. 또 하나 느낀 것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을 사는 것에는 시간과 비용, 열정과 체력 등 많은 것들을 소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과 동시에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던 그날이 떠올랐다.


2020년, 군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복학생이었던 나는 갑자기 등장한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그리웠던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지 못하고 종일 자취방에서 무료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여느 날처럼 인터넷을 보다가 재밌어 보이는 것이 있었고,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어 도전한 것이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였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닿을 때까지 에디터 활동을 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힘이 닿을 때’는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기기 전까지다. 하지만 모임에서 만난 모든 에디터분들은 모두 각자의 일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멋진 분들이었다. 나의 목표이자 내가 꿈꾸는 삶, 책임져야 하는 일이 있어도 하고 싶은 것을 함께 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나는 그렇게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사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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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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