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재미있는 이유는 하나의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시작된다. 국가별 대표 작품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미술의 역사라든지, 한 작가의 회심작을 따라가며 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전문가의 큐레이션을 따라가며 몰랐던 작품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 또한 미술을 감상하는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이처럼 같은 미술 작품이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와 흐름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방향성은 과연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해답은 마로 미술과 미스터리의 만남이다. 작품에 얽힌 사건과 비밀, 도난과 사건이 가득한 미술사 속에서 작품이 사라진 과정과 그 배경에 숨겨진 이야기라니, 정말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는 보증 수표같은 플롯이다.
책은 작품을 단순히 ‘도난당한 미술품’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작품마다 케이스 넘버를 부여하고,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사라졌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작품이 이후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등 순차적으로 사건을 따라간다. 독자는 미술관에서의 작품 감상이 아닌 하나의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탐정이 된다. 하룻밤 사이에 사라진 2톤의 거대 조각상부터, 사람들이 생활하는 거실에 태연히 침입해 미술품을 훔쳐가는 사건까지, 다양한 이유와 방식을 기반으로 미술 작품을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미술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작품 도난을 같은 사건 안에서도 여러 스토리로 풀어낸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
또 다른 재미는 이미 그 결과와 현황을 알고 있는 유명 작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스터리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혹은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지만, <도둑맞은 미술관>에서는 그 과정이 미술작품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마약 거래 자금을 목적으로 도난과 경매를 겪은 후 작품의 행방이라든가, 고철로 취급받아 가치만큼의 돈을 받지 못한 작품 등,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품의 역사와 당시의 시대상까지 함께 파악할 수 있다. 결국 하나의 도난 사건이 작품을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되는 셈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가장 흥미로운 점은 도난당한 미술품의 행방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품은 일반적인 물건과 다르게 훔친 뒤 처리하기 어려운 물건이라는 특성이 있다. 아무리 가치있는 작품이라도 도난품을 공개 경매로 판매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며, 작품을 단순히 숨겨두는 것은 도난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그렇기에 미술품의 도난은 단순히 비싼 물건 하나를 가져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 된다. 작품을 소유하는 순간 그 존재를 숨겨야 하고, 세상에 드러내는 순간 자신의 치부까지 함께 드러나기 때문이다.
책이 다루고 있는 ‘도둑맞은 미술품’이라는 소재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가치있는 물건이지만, 그 가치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세상으로부터 감춰야한다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결국 미술 작품의 가치는 그것을 소유하는 사람에게만 속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보고 나누는 생각과 그 작품을 기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다. 누군가는 작품의 색과 구도를 보고, 누군가는 그림을 통해 작가의 삶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통해 작품에 얽힌 사건을 따라간다. 미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작품 앞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를 발견해나가는 일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어떤 이야기를 알고 있느냐에 따라 시각과 관점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도둑맞은 미술관>은 아주 재밌고도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책이다.
<도둑맞은 미술관>의 가장 큰 매력은 미술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닌,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데 있다., 작품을 둘러싼 사건을 파헤치다 보면, 왜? 라는 질문이 마구 솟아난다. 그 ‘왜?’에 대한 답변은 책 속에 빼곡히 적혀있고, 나는 무언가에 홀린듯이 글을 따라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이제 그 질문은 단순히 책에만 머물지 않는다. 앞으로의 나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그림을 보고 지나치기보다는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와 배경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50가지 주요 미회수 작품 리스트>가 있다. 도둑맞은 미술관의 이야기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기며, 진실이 밝혀지고 또 다시 시작될 다음 케이스를 기다리게 만든다. 누군가의 집 지하실에, 오래된 창고에, 혹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공간에 그 작품들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책장을 덮는 순간에도 미스터리는 끝나지 않았다. 과연 우리에게 다가올 다음 케이스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