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이는 그림과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 - 더 기묘한 미술관 [도서]

글 입력 2024.10.16 23:2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더기묘한미술관표지(평면).jpg

 

 

하나의 그림과 그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해서 과연 우린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어렸을 적 학교에서 펼쳐 보았던 미술 교과서부터 길을 다닐 때 스쳐간 여러 갤러리, 그리고 미디어에서 접하는 수많은 작품들까지. 의도적으로든, 비의도적으로든 우린 일상 속에서 수많은 미술 작품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그림과 그림을 그린 화가에 주의와 관심을 기울인 사람은 몇일까? 그리고 또 우리는 과연 그들에 대해 충분히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부끄럽지만 개인적으론 어떤 그림을 마주하더라도 '아, 그 유명한 그림?'하곤 지나친 경우가 훨씬 많았던 듯하다. 해설사 진병관은 이처럼 보이는 그림들 속 보이지 않기에 간과하기 쉬운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전한다. 16년간 파리에 살며 미술관을 수천 번은 들른 프랑스 문화부 공인 해설사 진병관 저자는 이미 이전 저서 <기묘한 미술관>을 통해 대중들에게 명화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한차례 소개했다.

 

이번 저서 <더 기묘한 미술관>에서는 대중적인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개했던 이전 저서와 달리 흥미롭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을 소개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많은 이가 아름다운 그림을 찾는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기쁨을 준다. 하지만 나는 늘 어두움과 그늘로써 삶의 이면을 보여주는 그림에 더욱 마음을 빼앗긴다. 우리의 삶도 밝거나 어둡기만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더 기묘한 미술관> 프롤로그 중

 

 

진병관 해설사의 오랜 공부와 집요함으로 탄생한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동안 좋은 기회로 비슷한 류의 미술 서적을 꽤 여러 권 읽었다고 자부했는데 처음 접하는 이야기들이 꽤 많아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겸허함을 되새기게 되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발굴해냈을까 놀랍기도 했지만 특히 이미 유명한 화가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과 유사한 시각이나 관점으로 바라보기보단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짚어낸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그중 하나가 바로 디에고 리베라에 대한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은 디에고 리베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프리다 칼로를 빼놓지 않는다. 스물한 살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함께한 두 사람, 그러나 여러 차례의 유산과 디에고 리베라의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 인해 상처받은 프리다 칼로에 대한 이야기는 대중에게 흔히 알려져 있고 디에고 리베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내용이었다.

 

그렇기에 머릿속에서 디에고 리베라는 어떤 화가인지보다 그저 나쁜 남자로 기억되었고 그가 얼마만큼 대단한 화가였고 그의 그림은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던 것 같다.

 

 
flower-carrier.jpg
Flower Carrier, 1935 출처: riveraorg

 

 

그러나 이번 책에서는 그와 프리다 칼로의 관계를 가장 전면에 내세우기보단 그가 멕시코 미술에 있어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었는지, 그의 화풍은 어떠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를 먼저 설명한다. 부끄럽지만 처음으로 그에 대한 선입견이 옅어진 상태에서 그림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더라면 그가 오랜 파리 유학 중에도 고국의 부름을 받고 선뜻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귀국했다는 사실이나 멕시코인들에게 큰 위로와 자긍심을 주었던 벽화운동이 끝난 이후에도 그가 불공평한 사회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 그리고 그에 대한 애정을 그림에 담아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보이는 게 전부라는 착각에 빠진다. 그림을 볼 때, 화가가 얼마나 대단한 기술을 썼는지, 색을 얼마나 잘 썼는지에 대해 마치 흑백요리사의 안성재 셰프처럼 세세하게 분해하고 평가하는 게 전부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진정으로 한 그림을 이해하는 건 한 폭의 캔버스를 벗어나 그 이면에 있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하나 둘 알게 될 때인 것 같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해 탄탄한 캔버스가 되듯 이야기들이 더해지고 더해져 그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탄탄해진다.

 

이전에는 조금 지루하고 진부하다고 생각했던 미술사의 필요성과 매력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준 책 <더 기묘한 미술관>을 집필해 준 작가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흥미진진한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알기에 <기묘한 미술관>과 <더 기묘한 미술관>에 이어 나올 <더욱더 기묘한 미술관>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영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12.0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