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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혹시, 왓챠피디아 하세요? [문화 전반]

당신의 취향을 기다린다

by 정현승 에디터
2026.09.1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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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 이 어 떻 게 되 세 요?

       

           

      네모반듯한 인스타그램 속 취향은 싫고, 무턱대고 블로그에 방문 하자기엔 남의 일기장을 마음대로 펴보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을 알아가 보고는 싶은데, 그냥 뻔한 방법으로는 싫을 때. 그럴 땐 무적의 문장을 꺼내본다. 일명 질문으로 정면 돌파하기 수법.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평소엔 어떤 노래를 듣는지 고개 넘듯 질문 몇 개를 넘어도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으면, 슬쩍 다른 질문을 내밀어본다. 혹시, 왓챠피디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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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피디아는 영화 큐레이션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는 영화뿐만 아니라 시리즈, 책, 웹툰까지 기록하고 감상을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 아카이브 플랫폼이다. 자신이 즐긴 콘텐츠에 별점을 매기고 감상을 공유할 수 있고, 공개에 동의한다면 그 감상평을 남들과 함께 나눌 수도 있다. 원한다면 ‘아기 이동진’-이 평론가 역시 2014년 이후 활발한 활동 중이다.-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왓챠피디아 시스템의 흥미로운 점은 평을 남기는 이의 대다수가 서로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평론가와 같은 유명인의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익명의 프로필을 사용해 자유롭게 평을 남기기 때문에, ‘내가 누구인지’와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서 벗어난 감상 기록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아카이브 플랫폼의 지평을 열었다. 새로 개봉한 영화, 다시 보기 시작한 시리즈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이 궁금해지면 언제든지 열어 가볍게 훑어볼 수 있는 점 또한 그렇다.


      다시 첫 만남의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 그렇게 공유한 왓챠피디아 프로필 속 상대방의 멘트가 마음에 쏙 들어와 덜컹덜컹 굴러다닐 때가 있다. 이 사람을 아직은 잘 모른대도, 낯선 사람이 만들어낸 낯선 문장인데도 말이다.


      ‘감상’과 ‘기록’이 ‘글’로 남는 아카이브 플랫폼의 특성상, 주옥같은 감상평이 가득 생겨나기도 한다. 많은 사람에게 감명 깊은 인상을 남긴 콘텐츠가 탄생했거나, 취향의 희비 교차가 심한 작품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더욱 그렇다. 개인 SNS보다 사생활이 특정되지 않지만 블로그보다 명확하게 취향의 갈래가 조명된다는 특성 때문에, 왓챠피디아는 보석 같은 ‘익명의 코멘트’를 만들어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bradley

      보고 나와서 넌 뭘 이런 걸 보자 하냐고 재미없다고 하는 엄마…까지가 이 영화의 완성

       

       

      미국의 중국계 이민자 가족인 에블린, 웨이먼드와 조이는 세탁소를 운영하며 세무 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에블린은 남편의 이혼 요구와 딸과의 갈등을 겪으며 대혼란에 빠지게 되고, 동시에 ‘나’라는 다중우주, 즉 멀티버스 안에서 지금의 자신과 다른 선택을 결심했던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 모든 ‘나’를 동원하여 세상과 가족을 구할 운명에 처한 에블린. 영화는 단순히 ‘나’가 우주를 구원하는 과정을 떠나, 자신의 정체성과 더불어 가족과의 혼란을 겪고 있던 딸 조이와 엄마 에블린의 두 우주가 서로 충돌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는다. 수많은 선택이 만들어낸 수많은 나, 그 많은 우주 가운데 가장 초라하지만 가장 행복한 나. 왓챠피디아의 한 유저는 영화의 관객이 겪는 현실의 ‘나’까지 영화에 포함했다. 영화를 보며 오버랩되던 수많은 우주의 ‘나’와 영화관을 나선 ‘나’까지가 “이 영화의 완성”인 셈이다.


       

      호프(2026)

      @사담

      세상이 나를 해술 아저씨만큼만 믿어줬으면 좋겠다

       

       

      호포 마을의 경찰 범석과 성애는 마을을 파괴하는 정체불명의 무언가와 싸우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그것을 쫓던 범석 일행은 이내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와 마주하게 된다. 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와중에도 일행 사이에서 나오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누가 그랬어? 해술 아저씨가 그랬어요. 해술이가 그랬다면 그런 거야. 몇 번이고 인용되는 ‘해술 아저씨’의 믿음직스러움은 영화의 한 요소가 됐다.


       

      어바웃 타임(2013)

      @심초딩 

      여러분은 남자 주인공이 점점 잘 생겨지는 기적을 만나게 될 겁니다.

       

       

      주인공 팀은 성인이 된 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된다. 여자 친구를 사귀기 위해, 메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 능력을 발휘하는 팀. 어색한 웃음과 뜨거운 사랑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통해 반복되고 반복된다. 메리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동안 팀은 자신의 능력이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영화는 매 순간 로맨틱한 삶의 현장을 그렸다. 영화 초반부, 모태솔로였던 ‘팀’은 시간을 거스르고 사랑의 세월을 통과하며 마침내 관객에게 “잘 생겨지는 기적”으로 도래한다.

       

       

      소울(2020)

      @천수경

      (중략) “지하철에서 아저씨가 나한테 소리쳤지만 그것마저 약간 좋았어.” 영화를 보고 나서야 비가 애매하게 오고 있는 상황이 좋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건넌 모든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빨간 불이라서 기다려야 했다. 생이 좋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너무 멋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나는 민주주의보다, 천체 망원경보다, 아이스크림보다, 비행기보다, 영화가 더 멋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상태에 빠졌다.

       

       

      뉴욕에서 재즈를 꿈꾸며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공연에 오르는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지게 된다. 그곳에서 탄생 전의 영혼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찾으면 지구로 갈 수 있는 통행증을 받게 되고, 조는 지구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꿈을 다시 이루기 위해 22의 지구 통행증이 필요한 조. 영화는 삶의 하루하루 자체의 소중함을 전하는, 즉흥성마저 예술이 되는 재즈와도 같은 삶의 재미를 전달한다. 사람을 기분 좋은 고도까지 내몰아버리고 마는 한 편의 재즈 공연처럼, 영화관을 나설 때 느끼는 기분 좋은 냉기가 가장 잘 느껴지는 코멘트다.


      웹서핑하듯 모르는 이의 감상을 즐겨보는 것도 좋고, 알아가고 싶은 이나 친한 친구와 팔로우를 맺고 서로의 취향을 탐색해 보는 것도 좋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함께 어떻게 즐길 수 있느냐는 것. 때로는 악플이 난무해도, 나와 똑 닮은 마음을 나보다 더 정교한 말로 옮겨 쓰는 사람이 있어도. 그래서 마음이 심란해지거나 작은 질투심을 느껴도, 어느 날엔 그저 사람이 만들어 낸 콘텐츠가 사람에게 어떤 작용을 이루어내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취향은 결국 그런 것이다. 좋고 나쁨을 가르거나 높고 낮음을 가르는 것을 떠난다. 마구마구 공유되고 왜곡되어도 결국 나에게 돌아와 쌓인다. 아주 작은 대화 주제에서 세상을 공유하는 매개체가 된다. 무언가를 읽었다면, 느꼈다면, 그래서 좋았거나 싫었다면. 손을 움직여보자. 마음을 써보자. 당신의 취향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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