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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미소로 벽을 허무는 예술가 - 뱅크시 : Still Here [전시]

2026 뱅크시 특별전

by 김현진 에디터
2026.08.14 10:41

이름 없는 예술가, 뱅크시. 경매장에서 작품이 파쇄되는 퍼포먼스 등으로 가장 유명하며, 개인적으로도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현대미술가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뱅크시가 설립한 공식 기관의 인증을 받은 컬렉션들이 전시되어 있어 반갑고 흥미로웠다.


우선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것은 '디즈멀랜드'다. 살면서 처음 접했던 뱅크시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뱅크시가 2015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인 디즈멀랜드는 디즈니랜드를 풍자한 테마파크로,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동화와 행복한 결말을 뒤틀어 현실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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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디즈멀랜드의 대표적인 요소 중 하나인 신데렐라 마차가 재현되어 있었다. 원작은 교통사고를 당한 신데렐라와 그 장면을 찍으려는 기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디즈니 식 해피엔딩을 비트는 작품이자, 또 언론과 대중에 의해 고통받았던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전시장에 놓인 고꾸라진 철제 마차와 카메라 재현작을 바라보며 나름대로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이처럼 뱅크시의 사회풍자는 거칠고 강한 분노보다는 블랙코미디의 느낌이 강하다. 희극과 비극, 조롱과 풍자가 적절히 뒤섞인다.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나는 또 하나의 작품은 <공놀이 금지>였다. 공놀이를 하지 말라고(no ball games) 적힌 빨간색 금지 표지판을 공처럼 던지고 놀면서 해맑게 웃는 두 어린아이의 모습이 담긴 작품이다.

 

아이들이 규칙과 제도를 순수하고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상황이 무척 아이러니하면서도 유쾌했다. 부당한 권력, 권위, 규제에 대한 저항을 이렇듯 재치 있게 표현하는 점이 뱅크시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2009년에 제작된 작품임에도 여전히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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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풍자가 아닌 순수한 유머가 중심이 되는 작품도 많은데, 그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그림은 <토마스>다. 오랫동안 거리의 그래피티 작가로 활동한 뱅크시의 이력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는 한밤중 곤히 잠들어 있는 기차 캐릭터 토마스의 몸에 작가들이 그래피티를 남기는 장면을 담았다.

 

기차는 도시 곳곳을 누빌 수 있는 '움직이는 벽'이라는 점에서, 실제로 20세기 말 그래피티 작가들은 기차를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뱅크시는 이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차 캐릭터 '토마스'에 덧입힌 것이다. 어릴 적 나 역시 좋아했던 캐릭터이기에 이러한 창작 의도가 더욱 와닿았다.

 

그래피티를 범죄로만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보다 친근한 대중문화와 결합해 그래피티도 그렇게 느껴지게 만들려는 발상이 흥미롭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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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를 꼽자면 역시 <꽃을 던지는 시위자>를 이야기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경매장 파쇄 사건의 주인공인 <풍선과 소녀> 또한 대표작이라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전자였다.


복면을 쓴 남자는 인상을 쓰고 팔을 휘둘러 던지려 하고 있는데,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무기가 아닌 꽃다발이다. 이 신선한 아이러니함이 대중을 매료시키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극심했을 때 뱅크시가 팔레스타인 지역의 어느 벽에 선보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폭력행위가 벌어지는 공간 한가운데서 이런 그림을 그릴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 놀라웠다.


어쩌면 뱅크시 본인도 우리 사회에서 이 시위자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복잡하고 암울한 세상을 유머와 센스로 비판해 내는 사람. 그런 점에서 뱅크시의 예술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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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수많은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었다.

 

뱅크시는 무겁고 복잡한 사회 문제들을 주로 다루면서도, 누구나 어렵지 않게 그의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울림과 깊이가 있고, 스스로 더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전시에도 등장했다시피 그는 ‘누군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동안이라도 잠시 웃게 만들 수 있다면’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라는 뱅크시의 뚜렷한 예술관이 전시 내내 인상 깊었다. 현대미술을 어려워하는 내게, 예술이 반드시 거창하거나 심오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그의 입장이 힘이 되었다.

 

그는 '벽은 아주 강력한 무기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예술을 통해 우리 사회와 사람 간의 벽들도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벽 너머의 세상이 좀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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