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희망은 어디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영화]

10년만에 돌아온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 후기

by 이수아 에디터
2026.07.19 13:32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그의 신작 <호프>는 제7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으로 공개된 시점부터,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르게 100만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필자 역시 뜨거운 논쟁의 장에서 부푼 기대감을 안고 극장으로 향했다. 파격적인 외계 크리처의 등장 속에서 인간 본성을 말하는 본 영화는 '내가 뭘 본 거지..?'라는 이중적인 관객의 반응을 극단으로 대립시켰다. 영화를 보고 나니 대중과 평론가들의 극단적인 호불호가 더욱이 이해되었다.

  

누군가는 경이로운 시네마틱 경험이라며 찬사하고, 누군가는 실패한 서사라고 혹평한다. 이런 극단적인 평가 속에서 <호프>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 영화인가.

 

 

 

영화 전반 1시간의 압도적인 몰입감


 

GQ96IFkQy5RJw5aSTvkh8g.jpg

 

 

<호프>는 크게 세 개의 액션 시퀀스로 이루어진 영화다. 특히나 영화의 초반부에선 완전히 영화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성기(조인성)와 함께 비무장지대 시골 마을에 도착한 범석(황정민)이 참혹히 죽은 소를 살펴보는 대낮의 비교적 일상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소를 죽게 만든 정체를 찾아 나서면서 약 40분간 마을에서의 흥미로운 액션 시퀀스가 이어진다. 극도의 긴장감과 압도감을 선사한 초반 액션 시퀀스는 평화로운 인간의 공간에 침입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미지의 정체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공격당한 마을의 풍경 쇼트에 대해 반응하는 범석의 공포를 고조시킨다. 떄문에 영화의 중심이 되어야할 공포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기에 발생하는 서스펜스는 극한으로 치닫는다.

 

이런 의도적인 숨김은 초반의 액션 시퀀스의 후반부에서 외계 크리처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를 증폭시킨다. 어쩌면 필연적으로,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숨겨지고, 그것에 대한 공포의 리액션샷만을 보았던 관객이 외계 크리처를 처음 마주할 때 생기는 시각적 충격과 임팩트는 배가 된다. 영화를 보는 초반부 1시간 동안 받았던 긴장감과 몰입감만 놓고 보면 이 영화가 나홍진 감독의 정교한 연출로 이뤄낸 걸작이라고 생각하기 충분했다.

 

 

 

외계 크리처 CG를 둘러싼 논란


 

tL06k-DqIkhmkggtpbpTtA.jpg

 

 

한편, 외계 크리처의 CG 퀄리티에 대해서도 대중과 평론가들 사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할리우드의 수천억 원대 블록버스터 기준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눈에 다소 이질감이 느껴질만하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의 차이, 한국 영화의 제작 환경과 규모를 고려했을 때 <호프>가 내놓은 외계 크리처의 모습은 결코 몰입도를 해치거나 꺼려지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국내 기술력으로 이 정도의 크리처를 스크린에 구현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미가 있지만,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나홍진 감독과 이창동 감독의 <호프> GV에서 이창동 감독은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열어 나가는 것이 고맙다'라고 말하면서 본 영화의 대담한 기술적 확장에 대해 탁월함과 차별점을 짚으며 영화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나홍진 감독이 창조한 영화적 세계관을 구현하려는 가치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결말이 남기는 아쉬움, 그래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XVc_z0l-qqnj9UKpUMsh1Q.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결말에서 느낄 관객의 당혹감과 아쉬움 또한 실재한다. 초반에 구축했던 서스펜스와 긴장감이 늘어지며 점점 장르적 규칙을 이탈하고 이야기를 모호하게 끝맺기 때문이다. 이는 완전한 내러티브의 서사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큰 약점으로 다가온다. 두 시간 반이 넘는 긴 러닝타임 동안 거대한 액션 시퀀스를 인물들과 함께 따라간 관객의 입장에서, 불친절하고 찝찝한 결말이 아쉬움을 유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이 GV를 통해 '서사라는 살을 내주고 디테일이라는 뼈를 얻으려 했다'고 밝힌 바를 통해 이 영화는 애초부터 서사적 정교함을 따지며 보는 작품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영화를 보며 의문과 아쉬운 감정이 생길 때마다 극 중 등장하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라는 대사가 마치 스크린 밖에 앉아 의구심을 느끼는 나에게 감독이 던지는 말같이 느껴졌다. 이 영화에서 촘촘한 각본의 논리를 따지는 것은 어쩌면 이 영화를 즐길 방법이 아닐 수 있다.

 

서사적 아쉬움을 상쇄하게 하는, 감탄을 자아내는 압도적인 미술과 홍경표 촬영 감독의 경이로운 카메라 무빙으로 스크린에서 느껴지는 액션의 카타르시스와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체험하는 것이 이 영화를 즐길 방법이지 않을까?

 

결국 <호프>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촘촘히 각본의 논리를 따진다면 실망할 영화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매끄럽진 못하더라도 현대 한국 영화에서 만나기 어려운 종류의 영화임에 독보적인 의미를 가지는 영화이다. 장르의 스케일과 문법을 뒤흔드는 나홍진 감독의 야심찬 신작 <호프>를 극장에서 체험해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