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여름을 살아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지만, 좋아하는 영화들의 배경은 여름일 때가 많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밖으로 나가는 것 보다 시원한 방 안에서 여름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대개 여름은 영화 속에서 다채로운 배경을 그려내는 데 탁월하다. 영화는 무엇보다도 시각적인 예술이고, 그렇기에 스크린에서 보이는 배경은 인물의 상태를 드러내는 중요한 미장센이다.
예컨대, 소나기는 햇빛이 쨍하다가도 불현듯 억수같이 쏟아지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그친다. 어떤 여름은 가뭄으로 메마르고, 어떤 여름은 장맛비에 잠겨버리기도 한다. 여름은 무엇인가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역경이 많은 계절이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도 인물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채로운 표현이 무궁무진한 배경이 여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은 여름이 되면 보고 싶어지는 영화 세 편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스탠 바이 미 (1986)
성장영화의 대표작, 롭 라이너 감독의 <스탠 바이 미>다.
고전적인 영화지만 누구나 겪었을 성장과 그렇기에 겪는 시련과 아픔, 그리고 성숙에 대해 말하면서 관객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영화는 관심을 받기 위해 시체를 찾아 떠난 네 소년의 여정을 뜨거운 여름의 배경에서 그려낸다. 철길을 따라 걷는 소년들의 모습, 그 위로 내리 쬐는 햇빛과, 우거진 나무들로 채워진 화면 그 너머로 여름 향기를 전하는 아름다운 영상미가 이 영화를 다시 찾게 한다.
괴물 (2023)
개인적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여름이라는 계절이 가진 불확실성을 가장 잘 활용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가 가진 두드러진 특징은 전개되는 관점이 세 번 변화하는 것인데,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 한 사람에겐 영화에 관한 아무런 정보 없이 권하고 싶은 마음이다.
위 사진은 가장 좋아하는 스틸컷을 첨부한 것이다. 태풍이 휩쓸고 간 뒤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우거진 수풀 속에서 순수하게 뛰어노는 미나토와 요리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불편함을 해소하는 해방감을 선사하면서도 어딘가 복잡한 마음이 들게했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1991)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다. 제목처럼 영화는 듣지 못 하는 주인공 시게루의 성장을 묵묵히 보여준다.
농아인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대사로 이야기를 전개하 않는다.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차분하고 담담하게 두 사람의 사랑을 담는 연출이 대사 없이도 주인공들의 감정이 잘 와닿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과장된 표현 없이 담담한 시선으로 강렬한 표현 없이 아름다운 청춘의 성장을 그리는 영화, 그 안에서 느껴지는 여름이 좋다.
여름은 더욱이 예측할 수 없는 계절이기에 역경이 많지만,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 인물을 성장시키기에 좋은 배경이 된다. 물론 현실에선 숨막히는 뜨거운 공기를 피하고 싶을 따름이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스크린 속의 여름을 느끼는 것이 가장 흡족한 피서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