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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안녕하세요! 오늘은 기분이 어떠신가요? - 뮤지컬 '오즈' [공연]

스토리 모드에 입장하시겠습니까?

by 손현진 에디터
2026.05.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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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뮤지컬 <오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들어본 지가 언제인지 생각도 잘 안 날 만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일까. 간단한 이모티콘으로도 그 대답을 대체할 수 있고, 그런 만큼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보다 온라인에서 메시지를 나누는 게 더 자연스러워진 현재. 빨라진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기 급급한 순간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기분인데, 그게 정확히 어떤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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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뮤즈엔터테인먼트

 

 

이번에 삼연을 맞이한 아뮤즈엔터테인먼트의 뮤지컬 <오즈>(김솔지 작/작사, 문소현 작곡, 박지혜 연출, 대학로 TOM 2관, 2026.05.05~07.19.)는 지나치게 빨라진 우리의 세계를 향해 '쉼표'를 던지는 공연이다. 그렇게 빠르게만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서로를 마주 보고, 기분이 어떠냐는 말 한마디를 건네며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말이다.

 

 

 

[오즈에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뮤지컬 <오즈>는 주인공 '준'이 겪는 현실의 괴리로부터 시작한다. 2045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의 세계관은, 가까운 미래를 다루는 많은 이야기들이 그러하듯 대부분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상황을 그린다. 사람 하나 없는 공장에서 유일한 인간 노동자로 일하는 준은 스스로를 인간이 아닌 하나의 부품처럼 느끼기도 한다. 똑같은 하루,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준에게 있어 유일한 낙은 가상현실 게임 [오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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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뮤즈엔터테인먼트

 

 

낮에는 기계처럼 일하고 밤에는 [오즈]라는 가상 세계에서 외로움을 달래던 준은 새로운 스토리 모드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흥분한다. 입장 티켓인 황금 나비를 잡아 스토리 모드에 진입해 퀘스트를 완수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소원권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간절히 나비를 찾아다니던 준은 오즈의 AI '양철'을 만나게 된다. 양철은 오랜 기간 접속하지 않은 자신의 유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AI다.


양철이 황금 나비를 잡는 모습을 본 준은 자신과 함께 스토리 모드에 진입해 퀘스트를 깨자고 양철을 설득한다. 스토리 모드의 끝을 보게 되면 소원권을 받을 수 있고, 그 소원으로 '인간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인간의 마음을 얻으면 너를 두고 떠난 주인도 돌아올 것이라는 말에 설득된 양철은 결국 준과 함께 스토리 모드에 진입한다.

 

 

 

[스토리 모드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무과금 유저 준은 스토리 모드에서 양철과 함께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고군분투한다. 그럴 때마다 나타나 훼방을 놓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현질을 아끼지 않는 고인물 유저 '맥스'와 그의 AI '버튼'이다. 막강한 스킬로 퀘스트를 휩쓰는 그들과 얽히며 준은 스토리 모드의 끝을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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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뮤즈엔터테인먼트

 

 

극의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뮤지컬 <오즈>는 '오즈의 마법사'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양철은 인간의 마음을 원한 양철 나무꾼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로 보인다. 주인에게 버려진 양철은 인간의 마음에 대한 호기심으로 여정을 떠난다. 겉으로는 사나워 보이지만, 그 속은 겁쟁이인 맥스는 원작의 겁쟁이 사자를 떠올리게 한다. 용기를 가지고 싶다며 도로시 일행에 합류한 사자처럼, 맥스는 자신에게 없는 자신감을 현질로 채워 능력치를 MAX로 포장한다. 마지막으로 버튼은 맥스의 지원으로 최상의 스탯을 얻게 된 캐릭터로, 원작에서 뇌가 없는 허수아비를 모티프로 한다.

 

원작의 캐릭터들이 가진 욕망은 뮤지컬 <오즈>에 등장하는 게임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며 의미를 창출한다. 원작이 마법사를 찾아가는 동화적인 여정이었다면, 뮤지컬 <오즈>는 이를 기계화된 세상 속의 가상현실 게임으로 그 무대를 영리하게 비튼다. 원작에 존재하는 마법 대신 자본과 스킬이 판을 치는 이 게임 세계 속에서 인물들은 자신의 진짜 결핍과 마주하며 성장한다.

 

 

 

무대 위에서 구현되는 게임 세계


 

게임을 소재로 택한 만큼, 뮤지컬 <오즈>는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작품 속 세계관인 게임 [오즈]를 무대 위로 가지고 온다. 특히 개별 전구를 제어하는 조명을 활용해, 마치 8비트 고전 게임의 도트 그래픽처럼 "WELCOME" 등의 글자를 표현하면서 관객이 실제 가상 현실 게임에 접속한 듯한 감각과 시각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무대 위 네모난 박스 소품은 배우들의 손짓에 따라 게임 속 계단 구조물이 되기도 하고, 방해물이나 방어막으로 변하기도 한다.

 

스토리 모드 내 퀘스트로 주어지는 '길 건너기 미션'은 간단한 수수께끼 형식으로, 화려한 특수효과 대신 조명과 효과음을 통해 간결하게 처리된다. 소극장의 특성에 맞춰 연출을 간소화하면서도 게임 세계를 효과적으로 구현한 점이 흥미롭다. 나아가 이러한 극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요소는 단연 관객 참여형 연출이다.

 

 


 

 

게임을 플롯에 차용하는 이상, 서사는 자연스럽게 퀘스트를 부여받고 클리어하는 구조를 띠게 된다. 주인공 준에게도 다양한 퀘스트가 주어지며, 그는 자신의 친구인 양철과 함께 이를 돌파하며 성장해 나간다. 따라서 극 중 등장하는 퀘스트들은 단순한 에피소드를 넘어 플롯의 뼈대를 구성하는 핵심 장치로 기능한다. 초반에 무대 위에서만 머물던 게임 연출은 이내 객석으로 그 영역을 확장한다.


스토리 모드를 돌파하던 준과 맥스가 서로의 경쟁자가 돼 맞붙는 순간, 관객이 게임에 동원된다. 관객은 준의 팀과 맥스의 팀으로 나뉘어 무대 안으로 초대되며, 이들이 유도하는 '박수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의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다.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는 간단한 게임이지만, 이를 통해 관객은 무대와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제4의 벽을 허물고 이 공연에 한층 몰입하게 된다. 또한, 객석 입장 전 관객에게 배부되는 카드는 극 중 게임에 필요한 무기로도 활용된다.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과 카드를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하는 장면은 게임의 특성과 무대의 현장감을 가장 극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이외에도 극 중에서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도 단순히 '들어서 옮기는' 방식이 아닌 '인형 뽑기 게임'을 차용하는 등의 디테일은 뮤지컬 <오즈>의 가장 큰 강점이다. 이처럼 <오즈>는 게임이라는 소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관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기계화된 인간, 인간화된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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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뮤즈엔터테인먼트

 

 

극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양철의 인사말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기분이 어떠신가요?" 그렇게 인사를 건네며 심장께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가 눈앞에 대는 양철 특유의 몸짓을 보다 보면, 마치 스스로의 마음이 어떤지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준은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고, 그럴 필요를 느끼지도 못했던 인물이다. 준은 기계화된 세상 속에서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인간이며, 가상 현실 게임 [오즈]만이 유일한 위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양철이라는 AI를 만나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본 준은 변화한다. 오늘은 기분이 어떠냐는 양철의 인사에 대답을 얼버무리거나, "그냥 똑같지 뭐."라며 넘겼던 준은 이내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에 이른다.


어쩌면 양철의 친절한 인사말은 그저 프로그래밍된 결과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인간의 마음을 얻고 싶다는 목표 역시 개발자에 의해 입력된 설정값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양철은 결국 기계처럼 굳어 있던 인간의 마음을 움직였다. 효율과 속도만이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2045년, 혹은 그보다 조금 일찍 도달해버린 우리의 현재에서 뮤지컬 <오즈>는 가장 기계적인 존재를 통해 가장 인간적인 질문을 던진다. 무대 위 양철이 심장에 손을 얹을 때 우리도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 오늘, 나의 기분은 어땠는지 말이다. 그 질문에 내 안의 '준'이 솔직한 대답을 내어놓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린 이미 스토리 모드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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