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이야기는 일본 에노시마로 여행 온 20대 한국인 대성과 한국 출장을 앞둔 일본 중년 남성 쇼타가 한 라멘집에서 우연히 만나며 시작된다.
대성이 헤어진 일본인 여자친구에게 쓴 편지와 쇼타의 사직서가 서로 바뀌게 되고, 두 사람은 각자의 문서를 대신 전달해주기로 약속한다.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편지'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외로움을 지닌 채 살아간다. 홀로 한국으로 출장을 온 쇼타, 일본인 전 여자친구의 고향으로 혼자 여행 온 대성, 바닷가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던 유토, 그리고 집에서 홀로 아들을 기다리는 동네 할머니까지.
편지와 사직서를 대신 전달해주기로 한 작은 약속은 점차 서로의 삶을 깊게 연결하는 계기가 된다. 대성은 쇼타의 회사 직원들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협력업체 직원들, 더 나아가 쇼타의 가족과도 관계를 맺게 된다. 반대로 쇼타 역시 대성의 전 여자친구 나오와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며 대성의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특히 쇼타는 사직서를 회사에 전달해달라는 부탁 이후, 출장으로 인해 아들 유토의 생일을 챙기지 못하게 되자 대성에게 선물을 대신 사달라고 부탁한다.
유토는 생일선물로 ‘집’을 갖고 싶다고 말하며, 과거 가족이 함께 살았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현재 홀로 살아가는 동네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이는 또 다른인연으로 이어진다. 결국 유토는 자신의 생일파티에 대성과 할머니를 초대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또한 유토는 대성과 가까워지며, 자신이 아끼는 물건들과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아버지인 쇼타에게 선물로 전달해달라고 부탁한다. 이로써 대성은 쇼타와 유토 부자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된다. 이렇게 편지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유토와 할머니의 인연을 만들어주고, 부자 간 유대 혹은 노사 간의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나아가 영화에서 사직서를 ‘편지’처럼 다루는 점도 인상적이다. CEO인 쇼타는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사를 떠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그렇기에 그의 사직서는 단순한 퇴사 문서가 아니라, 자신의 지친 마음과 감정을 털어놓는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에 가깝게 느껴진다.
즉, 사직서라는 편지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며 스스로와의 관계 또한 한층 깊게 만들어 주는 소재였다.
조금은 부족해도 괜찮아
시사회에서 이주형 감독은 “대성이라는 캐릭터가 조금은 어리숙했던 우리들의 20대 사회초년생 시절을 보는 것 같지 않나요?”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대성은 전 여자친구와의 관계나 감정 표현에서 미숙하고 서툰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부족하고 어리숙한 인물은 사회 초년생인 대성뿐만이 아니다.
쇼타는 회사 안에서는 완벽주의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직원들은 그를 ‘강철맨’이라 부를 정도다. 그러나 쇼타의 전처는 쇼타를 두고 “회사 일을 제외하면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어리숙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를 ‘아이 같다’고 표현한다.
쇼타는 이혼 후에도 결혼반지를 계속 끼고 다닐 만큼 가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행복한 가정을 지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가 유일하게 성공했다고 여겼던 직장 생활마저 공황장애와 스트레스로 흔들리기 시작하자, 그는 깊은 절망에 빠진다. 삶의 기쁨도 행복도 잃어버린 채 번아웃 상태에 놓여있던 것이다. 즉, 완벽함이라고 평가되었던 과거와 정반대된 삶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대성과 회사 직원들, 그리고 아들 유토는 쇼타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부족한 모습이 있더라도 ‘아빠’, ‘사장’, ‘쇼타’라는 존재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는 완벽한 인물이 없다. 아들이 집에 오기만을 기다리는 치매 증세의 할머니, 안경이 자신의 회사 생활을 유지시켜준다고 믿는 일본 신입사원 역시 모두 어딘가 부족하고 불안한 사람들이다.
어쩌면 영화는 우리 모두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존재이며, 표현에 서툴고 미숙한 유토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이는 대로 판단하지 말라
영화는 ‘겉으로 보이고 평가받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몇 차례 보여준다.
하수처리장으로 향하던 길, 쇼타는 예전에 공장 근처에 있던 고양이들의 안부를 묻는다. 공장 직원은 현장 소장 오두리가 고양이를 싫어해 내쫓았다고 이야기하고, 쇼타는 그를 인정 없고 악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오두리는 위험한 하수도 처리 시설 안에서 고양이들의 안전을 위해 그들을 내보낸 것이었으며, 오히려 세심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라멘 집에서 대성은 전 여자친구 나오가 다른 남자(알렉스)와 바람이 나 자신과 헤어진 것 같다고 쇼타에게 말한다.
이후 쇼타는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나오의 공연장을 찾아가고, 나오가 알렉스와 연인처럼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며 대성의 말이 맞았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이는 나오의 친구 미사키를 나오로 잘못 본 데서 비롯된 오해였다.
유토의 어머니 (쇼타의 전처) 또한 유토가 친구들을 데려와 생일 파티를 연다고 하자 또래 아이들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음식을 준비한다. 하지만 등장한 사람은 청년인 대성과 노인인 동네 할머니였다.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유토는 끝까지 그들을 “친구”라고 소개한다.
생일 파티 도중 할머니는 “아들 가족이 곧 온다”며 급하게 자리를 떠난다. 그러나 실제로 아들 가족은 오지 않았고, 할머니는 대성을 자신의 아들로 착각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친절한 할머니처럼 보였던 모습 뒤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치매로 인한 혼란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쇼타 역시 처음 등장했을 때는 바쁜 커리어맨이자 평범한 가정을 가진 가장처럼 보인다. 손가락에 끼워진 결혼반지는 그런 이미지를 더욱 강화한다. 그러나 실제 그는 잦은 출장과 일 때문에 가정을 돌보지 못해 이혼한 중년 남성이며, 직장에서도 심각한 번아웃을 겪고 있는 사람이었다.
영화는 이를 통해 우리가 관계의 형태나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을 던진다.
영화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은 현대인들이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조금씩 부족함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사람을 깊이 이해하기보다 보이는 모습만으로 쉽게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이 영화는 불완전한 인간들의 관계와 삶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