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날씨와 떨어지는 꽃잎들. 자연스레 피크닉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공간과 사람들이 주는 분위기에 취해 소소하게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만끽하는 순간은, 바쁜 일상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지금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 된다.
장소 선정은 날씨만큼이나 중요하다. 너무 북적이지는 않으면서도 피크닉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 중간고사를 앞두고 마지막 여유를 즐기기 위해 친구와 장소를 물색하던 중, 마침 그날 국립극장에서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하는 야외 문화축제, '아트 인 피크닉'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연을 좋아하는 우리 둘에게 국립극장 광장이라는 장소는, 굳이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의미가 있는 공간이었다. 남산을 조망할 수 있어 자연을 느끼기에도 충분해 피크닉 장소로 더없이 잘 어울렸다.
'아트 인 피크닉'은 국립극장에서 매년 진행하는 ‘아트 인 시리즈’의 네 가지 주제 중 하나로, 4월부터 5월까지 매주 토요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앞 문화광장에서 진행하는 야외 문화축제이다. '일상 속 예술 장터'를 표방하며, 올해에는 창작, 계절, 농부, 미식이라는 4가지 주제를 매주 바꿔가며 개최된다.
‘지금 우리의 계절을 만나는 소풍 같은 계절시장’
그 중 우리가 방문한 ‘아트 인 피크닉’은 각 달의 둘째 주(4월 11일, 5월 9일)마다 열리며, ‘소풍’을 컨셉으로 ‘숲과 지구(Nature)’, ‘봄의 하루(Lifestyle)’, ‘계절 식탁(Food)’을 테마로 꾸며진다.
약 50여 개의 팀(브랜드)이 참가하여 각자의 개성 넘치는 소품과 먹거리를 소개하고 판매한다. 그 외에도 사전 예약제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백일장, 벼룩 시장 등 즐길 거리가 많아 아이들, 혹은 반려동물과 함께 소풍 나오듯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 곳이었다. 광장에 울려 퍼지는 무료 라이브 음악 공연은 축제 정취를 더했다.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뱁새 기획’과 함께 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축제 곳곳에서 친환경 제품과 다회용기를 볼 수 있었고, 식기 대여 및 반납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었다. 개인 식기나 텀블러를 가져오면 할인을 해주는 등 혜택을 주는 부스도 있어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미리 정보를 알아보고 동행한 친구와 각자 다회용기를 챙겨오기로 한 덕분에 여러 종류의 음식을 담아 양껏 즐길 수 있었다.
문화 광장에 도착하니 이미 라이브 밴드 공연이 한창이었고, 그 앞에는 공연을 관람하며 피크닉을 즐길 수 있도록 의자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먹거리를 사기 위해 가장 먼저 '계절 식탁' 부스를 구경했다. 바게트, 페스토, 잼 등 여러 가지 상품을 시식 및 구매할 수 있었다. 두부 스프레드, 달래 페스토, 장미 잼 등 평소에는 보기 힘든 제품들이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주먹밥과 샌드위치 같은 용기에 담아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여럿 준비되어 있어서 음식을 사서 준비되어 있는 의자 혹은 돗자리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고심 끝에 봄나물로 만든 주먹밥과 두부 플레이트, 바질 소시지와 콜드 파스타를 샀다. 이날은 구름이 많아 쌀쌀한 기운이 없지 않아서 따뜻한 감자 스프도 곁들였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 여러 종류의 음식을 다양하게 먹어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특히 한 부스의 제철 재료로 만든 미나리 잠봉 콜드 파스타는 봄 내음을 물씬 풍겨 계절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계절 시장'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축제였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동네숲탐조클럽’, ‘작은산프로젝트’와 같이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을 실천하는 팀, 공예 작품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 제품들, 그리고 독립 출판사 부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거대한 손길이 깃든 작품들을 구경하며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친구는 마음에 드는 목걸이를 발견했다며 골라 담았다.
이런 페어에 더욱 애정을 갖게 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제품을 하나하나 맛보여 주고 설명해 주시는 그 눈빛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시선은 언제나 감동을 주기 마련이다. 마치 하나의 예술 시장에 온 듯, 광장은 저마다의 서사와 감각으로 북적였다.
결과적으로 아주 성공적인 피크닉이었다. 좋은 사람, 좋은 공간. 그리고 맛있는 음식. 구름 덮인 날씨는 가끔 비치는 햇살에 감사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그 사이로 흘러나오던 한 밴드의 음악은 유독 마음에 남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음악이 자꾸 떠올라 다시 찾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좋은 뜻에 동참할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예쁘게 담긴 음식을 친구와 나누어 먹으며 이런저런 감상을 나눌 수 있었던, 문화예술 속에 머문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참 부스를 둘러보다 친구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봤다. 해오름극장을 배경으로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사진으로는 담지 못했지만, 건물의 외관과 떨어지는 분홍빛 잎들이 어우러진 그 장면이 내게 조용한 행복을 남겨주었다.
아트 인 피크닉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경관이 바뀌었을 5월 9일에, 같은 장소에서 한 번 더 만나 볼 수 있다. 푸릇한 남산의 풍경 속에서 색다르게 계절을 느끼고 싶다면 가족, 또는 친구와 방문해 여유를 즐겨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