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굳이'라는 이름의 낭만 [공간]

아트나인 시네마 테라스, 그리고 로봇드림

by 이다혜 에디터
2026.05.22 10:37

 

 

단짝에게 더 더워지기 전에, 더 습해지기 전에 야외 상영을 가보자, 제안했던 것이 미루고 미뤄져 어느덧 여름의 초입에 이르렀다.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어 각종 독립 영화관 야외 상영 예매 사이트를 둘러보았지만 원하는 시간대의 원하는 영화는 이미 다 매진. 에이! 그냥 만나서 놀기나 하자던 말이 무색하게도, 상영 전날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의 취소표가 풀렸다.

 

곧바로 예매에 성공하여 다음날 오랜만에 아트나인에 방문하였다.


 

KakaoTalk_20260521_222532861.jpg

 

 

<로봇드림>은 대학에 갓 입학하여 여기저기 홀로 서울 나들이를 다니던 때 개봉했다. 에무시네마, 필름포럼, 아트하우스 모모, 라이카 시네마 등 돌아가며 영화관 도장 깨기를 하던 그날도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이 영화를 예매하고 극장에 들어가서는 울면서 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강렬하다.

 

그뒤로 간간히 상영 소식이 들릴 때마다 친구들을 데려가 옆에서 울고 웃는 그들과 질리지도 않고 함께했다.

 

<로봇드림>의 메인 테마가 시절인연과 건강한 이별인 만큼,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꼭 함께 봐야겠다고 생각해오기도 했다. 영화를 즐기지는 않지만 내가 보자는 건 다 함께 해주는 사람이 이번에는 어떻게 반응할지도 궁금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고 테라스에 입장하여 화이트 와인과 함께 야외 상영을 즐길 준비를 마쳤다.

 


KakaoTalk_20260521_222532861_02.jpg

 

 

영화를 보면서 왜 굳이 야외 상영을 선택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오티티가 그리도 발전해 집에서도 편하게 온갖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데, 왜 굳이 올해의 야외 상영 라인업을 기대하고, 예매 일정을 손꼽아 기다리며, 심지어는 벌레도 나오고 온습도 조절도 안 되는 야외에서 영화를 보려고 하느냔 말이었다. 이 고민은 내가 살아가면서 줄곧 가지던 생각과도 연결되는데, 근본적으로 왜 내가 욕망을 가지는지에 대한 고찰이었다.

 

의식주를 갖추기만 하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음식도, 옷도, 집도. 가장 싼 것을 골라도 생활이 가능한데 왜 굳이 나는 맛집에 찾아 다니고, 예쁜 옷을 사입고, 좋은 집을 멋지게 꾸미려고 노력하는 걸까. 문화예술을 즐기고 대인관계도 원만히 유지하면서 나 자신을 계발하고 싶어 하는 것에 왜 매달리는 건지. 그런 것들을 하나씩 생각하고 필수적이지 않은 걸 지워나가다 보면 결국 남는 건 없다.

 

가장 편하고 비용 대비 효율적인 수단만을 취하는 것은 쉽다. 정해진 틀 안에서 정해진 일을 수행하면 시간은 금세 지나가버린다. 바쁘게 일하다 보면 살아있는 데 보내는 시간을 그저 넘기고 해치워버려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면 직접 느끼는 수밖에 없다. 구름이 흘러가는 모양을 관찰하고 바람의 방향을 느끼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내 주변의 모든 요소를 느끼려면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서 내가 '굳이' 생을 감각하려 한 것이다. 모든 걸 굳이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도 접어두고.

 

내가 보고 있는 이 영화뿐만 아니라 함께 이 자리에서 같은 것을 보고 느끼는 사람들이, 이 공기가. 어떻게 모두에게 가닿는지 상상하며 이미 몇 번이고 본 영화를 또 음미했다. 천장에서는 큰 팬이 덜덜 돌아가고, 바람이 앞머리를 살랑이며, 벙벙 울리는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메인 OST 'September'! 오늘의 경험이 내 인생의 방향성을 섬세하게 조각하는 걸 느끼며 기쁨을 또 하나 적립했다.

 

너무나도 바쁜 일정 와중에 짬을 내서 방문한 아트나인. 로봇과 도그의 자취를 따라가며 인연의 달콤한 씁쓸함을 다시금 맛볼 수 있었다. 한여름이 되어서도 또 방문하지 않을까. 여담이지만 작년에 시네마 테라스에 방문했을 때 받은 하이볼보다 이번에 받은 화이트 와인이 훨씬 맛있어서 만족스럽기도 했다.

 

낭만을 지키는 독립 영화관의 다양한 행보를 응원하고 싶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