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모든 기록과 기억은 영상과 사진으로 남지만, 과거에는 그림이 우리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었다.
이 책의 작가 이원율은 폴 드라로슈의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을 마주한 후, 레이디 제인 그레이에 대한 역사적 이야기를 접했다고 한다. 당시 느꼈던 감정과 경험을 그는 '위험한' 이라고 표현했으며, 이 단어를 책의 제목으로 삼았다. 또한 그는 학창 시절 연표로 외우던 역사가 아닌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방식의 역사와 그림을 책에 담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책은 다른 예술책처럼 화가의 화풍이나 그림 스타일에 집중하기보다는, 화가가 주제로 삼은 작품 속 인물과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다룬다. 그 덕분에 필자는 책을 읽는 동안 하나의 영화나 드라마 에피소드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원율 작가가 언급한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이야기는 최근 흥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단종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원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된 두 10대 소년 (단종)과 소녀 (레이디 제인 그레이). 짧은 왕위 생활과 그 끝에 맞이한 이른 죽음은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필자는 처음 책을 봤을 때, 표지에 있는 다소 어둡고 충격적인 그림이 궁금했다. 표지의 작품은 일리야 레핀의 <이반 4세와 그의 아들>로, 러시아의 이반 뇌제 (이반 4세)가 당시 피해망상으로 인해 잔혹하게 통치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아들 이반을 살해한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장면을 보며 조선 시대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의 관계가 떠올랐다. 물론 정신적 질환을 앓았던 것은 아버지 영조가 아닌 사도세자였지만, 결국 이반 4세와 영조 모두 아들에게 극단적인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비슷함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내용은 고대 로마 제국 황제 네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황제 네로는 초기에는 시민들의 인기를 얻었지만, 잘못된 선택들과 과도한 예술적 집착으로 지지를 잃고 결국 쓸쓸히 사망했다. 이는 콜드플레이의 " Viva La Vida " 가사 속 몰락한 왕이 자신의 전성기를 회상하는 내용과도 겹쳐 떠올랐다.
책에는 앞서 언급한 작품들 말고도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작품이 소개된다.
노예 거래를 위해 노예를 배 위에 태웠지만 식량 부족으로 버린 사건 (노예선 종호 사건)을 그린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 악마를 추종하는 세력이라고 의심하고 처벌한 '세일럼 마녀 사건'과 그 당시 시대적 모습을 담은 톰킨스 해리슨 메티슨의 <마녀검사>,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다룬 펠릭스 누스바움의 <죽음의 승리>등이 있다. 이러한 작품들과 사건들은 인간의 잔혹한 면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 외에도 유럽사에서 큰 영향을 미친 나폴레옹, 마리 앙투아네트, 잔다르크의 이야기와, 산업혁명과 근현대 발전에 영향을 준 벤저민 프랭클린과 조지 스티븐슨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증기 기관차를 발명하고, 널리 퍼뜨린 조지 스티븐스의 말이 책에 적혀 있었는데, 매우 인상 깊었다.
"저는 가장 미천한 신분에서 출발했어요. 그럼에도 ...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젊은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이 말은 시대를 막론하고,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