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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나선형으로 걷고 쓰는 사람들 이야기 - 타이핑 1호 [도서]

우린 쓰는 동안 나선형으로 걷고 있었구나

by 한세희 에디터
2026.03.26 17:13

 

 

이번 독서는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다. 마감을 앞둔 여러 글들을 쓰는 동안 <타이핑>을 수시로 펼쳤다. 쓰기 싫어 죽겠을 때도, 다음 문장을 놓고 버벅거릴 때도, 완성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을 때도 보았다. 페이지를 팔랑팔랑 가르는 동안은 바람을 쐬는 기분이었다. 쓰는 사람은 아는 노고와 기쁨. 그 속으로 잠깐씩 도망쳤다가 돌아오곤 했다.


하고 싶은 말이 다 달라서 좋았다. 내가 잘 모르는 키보드 너머의 사람들에게서 개성을 발견하고 감탄하는 일은 하나의 영감 작업과도 같았다. 무엇보다 함께 고생한다는 느낌이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다’라는 모두의 공통적인 태도가 시들어가는 창작욕을 일으켜 세운다.

 

느슨하게 이어진 나의 타이핑 동지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쓰고 흐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고유한 목소리가 <타이핑> 속에 담겨 있다.

 



쓰는 삶을 응원하는 매거진 <타이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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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드래프트(Draft): 초고, 글쓰기의 출발점 

인서트 모드(Insert Mode): 작가와 작품을 다룬, 이야기의 틈

하이라이트(Highlight): 어떤 예술의 장면

컨트롤 제트(Ctrl+Z): 회고, 실수와 실패에 관한 기록, 되돌림의 과정

인터뷰(Interview)

커서(Cursor): 지금을 읽는 감각, 사회의 문제의식을 드러낸 글

마진노트(Margin note): 에피소드나 바깥의 이야기

 

 

‘아트인사이트’와 ‘엘엠디엘프레스’의 협업으로 탄생한 매거진 <타이핑>. 꾸준히 읽고 쓰는 모든 사람을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책은 쓰고, 고치고, 갱신하는 ‘계속의 과정’을 거듭하는 것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글쓰기 이치로 보고 있다. 때문에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쓰며 살아가는 삶 또한 함께 응원 받고 있다.

 

매거진 구성이 재미있다. 에디터 서른 일곱명의 고유한 목소리를 에세이, 칼럼, 리뷰, 인터뷰 등의 다양한 글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삶과 글을 바라보는 에디터들의 다채로운 시선을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글쓰기를 정의해볼 수 있다는 것이 <타이핑>만의 최대 장점이다.

 

 


반갑다,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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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에세이 쓰기에 주력하고 있는 나는 이번 매거진에서 세 파트로 구성돼 있는 에세이가 가장 반갑게 다가왔다. ‘드래프트(Draft) - 컨트롤+제트(Ctrl+Z) - 마진 노트(Margin note)’ 순으로 카테고리가 나뉘어진 점이 흥미로웠다. 이는 ‘출발선 – 과정 – 뒤돌아보기’ 와 같이 글쓰기라는 긴 여정 속에서 항해하고 있는 각자의 모습을 일일이 조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불완전하고 어설플지언정 일단 시도해 보고, 잘못 쓴 것만 같지만 그래도 써보고, 그렇게 후회하듯 써온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름의 층위를 갖게 되는 모습도 한번쯤은 목격해보는 것. 지금 내가 속해 있는 구간만 다를 뿐이지 쓰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결국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쓰는 한 어떻게든 흘러간다. 흐르다 보면 어떻게든 피어난다. 때문에 오늘의 글이 어디로 도착할지 단정짓기엔 아직은 너무 이르다. 정처 없이 쓰는 에세이 작가 지망생은 그렇게 믿고 있다.

    



나선형으로 걷고 쓰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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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형 성장’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다보면 제자리를 걷는 듯한 정체감에 빠지곤 하는데 실은 아주, 조금씩 천천히 올라가는 중이라 그 상승세를 크게 실감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은 마치 닫혀 있는 하나의 원 같지만 옆에서 바라보면 나선형의 층계를 이루고 있다.


하고 있는 동안은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보는 일이 어려운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나선형으로 걷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날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하다. 쓰기를 멈추지 않는 가장 큰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오늘도 겨우겨우 커서를 밀어내서 얻은 문장 하나를 붙들고 그 쓸모와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것. 나선형의 계단을 오르며 미미하게 발자국을 남기는 것.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놓지 않고 쓴다는 것. 계속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 또한 글쓰기를 애정하는 하나의 방식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타이핑’하고 있을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말을 남긴다. 나와 당신, 우리의 쓰는 날에 무한한 영광이 따르길!


 

 

고마웠던 문장들


 

p13_치기로 쓰는 법(이진)

현실에서 글로, 글에서 현실로, 이 글에서 저 글로,

차가움에서 따뜻함으로, 다채롭게 이동하며 살았다

(...)

어느 뮤지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경계에 서면 이쪽과 저쪽을 다 볼 수 있다’.

이쪽과 저쪽의 삶을 다 볼 수 있단 건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오늘도 마감 후 또 다른 마감으로 도망간다.

이처럼 여러 세계를 넘나들 수 있기에 난 내일도 글을 쓸 것이다.

 

 

p42_미루어 이해하는 창조의 언어(한서밀)

글쓰기를 통해, 비로소 현재의 감정과 과거에 얽힌 사건들 사이의 관계가 정리된다.

 

 

p85_글을 잘 써, 근데 난 그걸 몰라(채수빈)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나를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니, 아마 죽을 때까지도 다 모를 것이다.

오히려 하하버스처럼, ‘내가 나를 몰라야’ 역설적으로 정체성이 생겨난다.

매력은 내가 고집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퍼스널 브랜딩은 연역적인 방식이 아닌, 귀납적인 방식으로 완성된다.

 

 

p133_인터뷰2(박형주 대표)

“에디터분들께는 평소에도 자주 드리는 말씀이긴 한데,

그냥 본인이 원하는 글 자유롭게 쓰시고 글 외의 영역에서도

원하는 거 마음껏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독자분들께도 비슷해요. 남한테 피해주는 일만 아니라면, 원하는 일 하며 살아가시길 바라요.

다른 사람 신경 쓰느라 자기가 원하는 거 못하면 그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p190_편집자의 말

매거진 <타이핑>이 글 쓰는 사람들의 지속된 실행을 위해 존재하길 바란다.

창작에서, ‘그냥, 지금, 계속’ 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아직 나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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