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특히 아트인사이트라는 플랫폼 안에서 생각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은 어쩌다 하얀 바탕에 검은 글자를 끄적이게 되었는지, 왜 여전히 글을 쓰는지, 앞으로도 쭉 글을 쓸 건지 등 그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이 정말 많았다.
아트인사이트와 엘엠디엘프레스의 협업으로 창간된 매거진 <타이핑> 1호는 그런 나의 질문들에 90% 정도 답해준 잡지였다.
그 속에는 나와 닮은 이유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고,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글을 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특정 무언가에 대한 옳고 그름을 나누기보다는, 그저 그 끝을 알 수 없는 모호하면서도 조금은 확고함이 드러나는 문장들을 통해 [글쓰기]라는 행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Draft : 글쓰기의 시작
'글이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흩어지는 마음도 글자가 되면 선명해진다.' __최유정 에디터
주로 슬플 때 글을 쓴다는 최유정 에디터의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알게 됐다. 사실 지금껏 글을 좋아한다는 사실만 알고서 글을 썼지, 왜 쓰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글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매우 달라진다. 단어 선택, 문장 맺음이 하고자 하는 말과 적절히 일치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머리로는 [글을 쓰는 이유]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맞게 표현할 문장을 찾지 못해서 모르고 있다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문장을 우연히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매거진 <타이핑> 1호는 내가 모르고 있던 나에 대해서 많이 알게 해준 잡지다. 글쓰기를 통해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곧, 그들과 같이 글을 쓰는 나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Ctrl + Z : 회고, 실수와 실패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생기는 순간 [실수]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__박지영 에디터
아트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활동하기 전에는 자유롭게 써졌던 글이, 내 이름 앞에 에디터라는 명칭이 달리지마자 자판 위에서 신명나게 놀던 손가락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날의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박지영 에디터의 문장이 유독 와닿았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읽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충돌할 때면, [글쓰기]라는 행위에 의문을 갖게 된다. 이도 저도 아닌 마음으로, 나는 왜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가.
에디터로 첫 발을 내딛을 당시, 여느 평론가들만큼 전문성을 갖추지도 않은 내 글이 혹여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그저 내가 보는 작품들을 수많은 독자가 들락날락 하는 곳에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과한 건가 싶어, 이쯤에서 관둬야 하나 고민했던 적도 있다. 그만큼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전해질 글을 쓰는 일은 상당한 무게의 책임감을 짊어져야 하는 일이었다.
지금껏 글을 쓰면서 했던 고민들을 매거진 <타이핑> 1호에 이름을 올린 에디터들의 문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 중에는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 답답한 고민들을 해결해 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내게는 조금 신선한 방식으로 풀어나간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많은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결국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결코 견뎌야 할 과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Margin Note : 뒷이야기
'여러분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__신동하 에디터
많은 에디터들이 자신의 글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과정을 다시 [글]로 풀어 쓴 것을 읽으며, 과연 나는 글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최근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하루하루를 정신 없이 보내다 보니, 내 생각을 문장으로 써내는 일이 귀찮게만 느껴졌다. 한마디로 '글태기란 이런 거구나'를 체감한 요즘이었다. 자존감이 낮은 내게 그나마 자부심이 되어주던 글이 써지지 않자,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나를 덮쳐왔다.
이 답답함을 풀어보려다 무심코 스쳐간 지난 날들을 돌아보니, 글쓰기는 이미 내 삶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써지던 글이었지만, 막상 글이 써지지 않는 시기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글이 써지지 않던 시간조차 결국은 나를 다시 글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비록 이 글이 내 마음에 쏙 드는 글이 되진 못하더라도, 이제부터 다시 멀어졌던 글과 가까워져 보려 한다.
끝으로, '글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임을 친절한 문장으로 알려준 에디터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