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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Woke Up’에서는 그릴즈와 피어싱으로 야생의 늑대를 형상화했고, ‘IYKYK’에는 UFO의 빛 아래서 춤을 추었으며, ‘GALA’에서는 마치 ‘멧 갈라’에 선 듯 실험적인 스타일링으로 자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최근 발매한 첫 번째 정규 앨범 ‘THE CORE’를 통해 자신들이 걸어갈 길을 다시 한 번 단단히 각인시켰다. K-POP의 한계를 시험하는 그룹, ‘XG’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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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G의 주린, 쥬리아, 히나타, 코코나, 하비, 마야, 치사


 

독특한 이름의 7인조 그룹 XG(엑스지)는 2022년 음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전원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이들은 현재 한국과 일본을 거점으로 활동 중이다. 전형적인 ‘예쁨’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과감한 스타일링, 뮤직비디오에 담긴 멤버의 실제 삭발 장면, 한국어 없이 영어로만 채운 가사, 그리고 코코나의 성 정체성 커밍아웃까지. XG는 현시대의 일반적인 K-POP 그룹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속사는 이들을 K-POP도, J-POP도 아닌 새로운 범주로 규정한다. 두 장르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음악, 그들이 내세운 이름은 ‘X-POP’이다.

 

데뷔 초 발표한 곡들만 놓고 보면, XG는 의외로 K-POP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신보를 거듭할수록 그들은 점점 더 과감한 선택을 감행한다. “여기까지는 K-POP이라면, 그렇다면 이 다음은 어디까지 가능할까?”라고 묻는 듯, 매 작품마다 장르의 경계를 한 발씩 밀어내며 자신들만의 좌표를 새로이 그려가고 있다.

 

XG의 행보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독특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지금 K-POP이라는 시스템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그 정의가 얼마나 유동적인지 실험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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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정체성의 재구성이라는 측면이다. K-POP은 더 이상 ‘한국 국적의 멤버가 한국어로 노래하는 음악’으로 정의되기 어렵다. K-POP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각 그룹은 외국인 멤버를 거의 필수적으로 투입시키게 되었고, 세계인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영어 가사에도 발을 뻗었으니까. 전원 일본인 멤버, 영어 가사 중심의 음악, 한국을 기반으로 한 트레이닝 시스템. XG는 이 요소들을 교차시키며 K-POP을 한국의 가요 음악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제작 방식과 문화적 문법’으로 재해석하게 만든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이 경계의 재정의다.

 

다음으로 미학적 태도를 꼽을 수 있다. 그들의 스타일링과 비주얼은 일반적으로 ‘예쁨’ 혹은 ‘따라하고 싶음’을 중심에 두고 설계되는 기존의 걸 그룹과 다른 길을 간다. 삭발, 그릴즈, 젠더 표현의 확장 등은 소비되기 위한 이미지라기보다 일종의 선언이다.

 

또한 서사의 힘이다. XG는 스스로를 K-POP도 J-POP도 아닌 ‘X-POP’이라 명명한다. 이 명명 행위는 곧 브랜딩이자 선언이다. 이는 글로벌 팝 시장에서 장르를 재설정함으로서 아시아 아티스트가 주도권을 쥐는 방식의 변화로도 읽힌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행보는 동시대의 팬덤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팬들은 더 이상 국적이나 언어에만 반응하지 않는다. 태도와 메시지, 세계관에 공명한다. XG는 그 지점을 정확히 파고든다. 실제로 XG의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XG의 콘서트장을 방문한 팬들의 패션을 공유하는 ‘ ALPHAZ Outfits’ 하이라이트가 존재한다. 사진 속 팬들(팬덤 명 ‘ALPHAZ’)은 로리타 양복부터 올 블랙의 고스풍 의복, 멤버들의 스타일링을 차용한 의상까지 눈을 뗄 수 없이 다채롭다. XG의 공연 자체가 팬들이 스스로의 개성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팬덤 이름이 주는 소속감을 넘어 팬들이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제공하는 행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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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XG가 보여주는 모든 새로운 시도가 진정 의미 있는 이유는, 그 파격에 정당성과 신뢰를 부여해줄 만큼 좋은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XG의 멤버들은 이를 뒷받침할 탄탄한 실력까지 갖추었다.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화려한 앨범 사양, 세련된 스타일링 등 K-POP은 전 세계의 가장 빠른 트렌드를 기민하게 추적해 반영해야 하는 종합 시장이 되었다. 물론 현재 K-POP의 많은 팀들이 자신의 파이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개성을 뽐내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본질은 언제나 음악이다. ‘좋은 음악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XG 멤버들의 믿음처럼, 정통 힙합부터 하우스, 포크 록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XG는 착실하게 좋은 음악으로서 자신들의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

 

‘하우스 붐은 왔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하우스 장르의 음악에 대한 케이팝 팬들의 관심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XG라는 이 특이하고 요상한 팀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XG의 노래 몇 곡을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아, 기왕이면 뮤직비디오를 꼭 시청하길 권한다. ‘느슨해진 가요계에 긴장감을 주러 온 외계인들’이라는 제목을 백번 이해하게 될 테니까.

 

 

 

HYPNOTIZE


 

 

 

2026년 1월 23일 발매된 XG의 첫 정규앨범 『THE CORE - 核』의 타이틀곡 ‘HYPNOTIZE’는 제목 그대로, 현실과 꿈의 경계가 서서히 흐려지며 최면 상태로 빠져드는 감각을 그린다. 세련된 신시사이저 사운드 위에 경쾌한 비트가 겹쳐지며 몽환과 에너지를 동시에 자극한다. 최근 K-POP에 불어온 하우스 열풍에 하우스가 궁금해진 당신이라면, 이 노래를 들어보시라.

 

 

 

GALA


 

 

 

정규 1집 발매 전 선공개된 ‘GALA’는 싱글로서도, 그리고 앨범의 첫 트랙(인트로 제외)으로서도 완벽하게 기능한다.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은 화려하고 실험적인 레드카펫 룩으로 유명한 미국 ‘멧 갈라’를 연상시키듯 각기 다른 스타일링으로 등장한다. 특히 이 스타일링에는 멤버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었다고 알려져 더욱 의미가 깊다. 멤버들은 자신이 멧 갈라에 간다면 어떤 콘셉트로 등장할지 떠올리며 구상에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사이보그가 된 듯한 멤버 히나타의 입에 물린 전광판이 가히 압권이다.

 

 

 

IYKYK


 

 

 

필자가 XG에 본격적으로 주목하게 된 계기를 마련한 곡이다. 일본 얼터너티브 힙합 그룹 m-flo의 ‘Prism’을 샘플링하였으며, 신비로운 건반 선율과 상큼하면서 중독성 강한 후렴이 매력적이다. 반짝이는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사운드에 맞춰, 뮤직비디오에는 사이버틱한 CG가 더해진다.

 

 

 

Woke Up


 

 

 

한국의 해금, 일본의 고큐, 중국의 얼후 사운드를 더해 동북아시아 전통 음악과 힙합을 결합한 곡이다. 보컬 없이 랩으로만 채운 이 트랙은 제목처럼 고정관념으로부터 깨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을 담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걸그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뮤직비디오에서 막내 코코나가 삭발을 감행했다. 코코나는 현재도 삭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파격적인 비주얼을 넘어, 곡 자체 역시 근본 있는 힙합 사운드와 완성도 높은 영상미로 설득력을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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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필자가 XG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이 지금 K-POP이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향하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좌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단지 한 팀의 새로운 시도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한국의 음악 산업과 문화의 변곡점을 설명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지금 XG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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