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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마음을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드라마/예능]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리뷰

by 강소정 에디터
2026.02.10 11:20

 

 

오컬트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다. 신비주의라는 그럴듯해 보이는 단어 뒤에 숨겨진 징그럽고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상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무심코 지나친 풀숲에서 무언가 꿈틀거린다거나 매일 타고 내리는 버스 안에서 좀비를 만나게 되는, 그런 어이없는 상상들 말이다.

    

그럼에도 문득 끌릴 때가 있다면, 지금의 나를 괴롭히는 불안을 대신해 머릿속을 채워줄 상상들이 고플 때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런 근거 없이 스스로 키워낸 불안보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상상에 잠시 잠식되는 순간이 오히려 나를 안정시켜준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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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최근 구교환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깨던 중에 만난 작품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괴이>는 땅속 깊이 봉인되어 있던 저주 받은 불상 '귀불'이 출토되면서, 한 마을에서 발생하는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이다. 회당 30분 분량이며, 총 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의 포스터와 제목, 그리고 탄탄한 출연 배우들을 보면 크게 유명해지고도 남을 작품 같았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봤다는 후기가 없어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아쉽다는 후기들을 모아 보면, 결정적으로 오컬트적인 표현이 부족했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오컬트물을 즐겨 보지 않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꽤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비록 장르 특유의 기괴함과 미스테리함은 덜할지라도, 특수한 재앙을 마주한 각기 다른 인간들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괴이>만이 가진 특유의 서늘함과 먹먹함에 젖어 들게 된다.

 

 

 

눈을 본 자, 지옥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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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속에서 질 나쁜 원기가 들러붙은 불상은 '귀불'이라 불린다. 그런 귀불의 눈을 둘러싸고 있던 결계가 인간의 욕심에 의해 풀어지면서 사람들이 불상의 눈을 보게 되는데, 귀불의 눈을 본 자는 자기 마음에 있는 지옥도를 보게 된다. 동시에 이들은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게 되고 급기야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

 

그들의 행동은 흡사 좀비와 닮았고, 원인 모를 사태를 마주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황을 대한다. 주민들의 생사보다 본인 먼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무책임한 군수,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악귀 씌인 사람들을 모른 척하기에 급급한 주민들, 그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소수의 인물들.

 

인간의 마음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그 다름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낸 장면들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질문을 던진다. '나라면 어땠을까?'

 

 


각자의 지옥을 품고 사는 인간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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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주요 인물로 나오는 수진(신현빈)과 기훈(구교환)은 별거 중인 부부 사이다. 갑작스러운 딸의 죽음으로 인해 가정은 불안정해지고, 둘은 서로에게 차마 꺼내지 못할 각자의 귀책사유를 품은 채 사는 곳마저 멀어졌다. 그러다 수진이 머물고 있는 진양군에서 벌어진 '귀불 사건'으로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들 사이에 있는 상처 깊은 사연은 극이 클라이맥스에 달했을 때 비로소 자세히 드러난다. 맞벌이 부부로 생활하는 동시에 육아까지 감당하는 상황에서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이는 딸의 죽음과 연관되는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수진은 딸과 함께 살던 집을 떠나 시골 살이를 택하고, 반대로 기훈은 원래 살던 집을 지킨다.

 

이러한 연출을 통해 개인의 속마음을 감추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이 관계를 유지하려 할 때 일어나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하며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정작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서서히 위태로워진 것이다. 수진이 시골로 떠난 이유 또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고, 기훈이 이토록 불행한 상황에도 가정을 지키려는 인물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귀불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그 끝에 더욱 애틋해진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감추며 아무렇지 않은 듯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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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과 수진 외에도,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족'이라는 듣기만 해도 먹먹해지는 관계가 강조된다. 이 때문에 오컬트보다는 가족, 휴먼 드라마라는 평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여러 장면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초자연적 스릴러라는 다소 자극적인 오컬트라는 장르 뒤에서 자연스럽게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 중 귀불의 저주를 막는 방법은 불상의 눈을 가리고 그 위에 '마음을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새기는 것이다. <괴이>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기이한 현상 그 자체가 아니라, 재앙 속에서도 끝내 놓지 말아야 할 '사람의 온기'가 아니었을까.

 

작품은 차갑게 식어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원기에 맞설 유일한 결계가, 곁에 있는 사람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가 오늘보다 내일 더 짙어지는 사회에 살고 있음에도, 서로를 보듬는 나눔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어떤 지옥 속에서도 어둠을 가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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