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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목적없는 하루를 살아보기가 목표 [문화 전반]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완벽한 휴식이 아니라 생각이 많은 나를 잠시 그냥 내버려두는 것

by 김주하 에디터
2026.09.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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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자꾸 이유를 붙이고 계획을 하게 된다.

       

      사실 계획하는 걸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해야 할 일들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취업을 준비해야 하고, 복학도 했고, 자취도 시작했다. 평일에는 출근을 하고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다음 주에 먹을 도시락을 만들어둔다. 그 사이에 자소서도 쓰고 자격증도 준비해야 한다. 원래부터 이런 삶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해내며 지내고 있다. 운동을 하면 건강을 위한 휴식이고, 책을 읽으면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며, 여행을 다녀오면 새로운 경험을 쌓는 시간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고 하면 왠지 시간을 낭비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 뭐 했어?’라는 질문에 특별히 대답할 것이 없으면 괜히 하루를 잘 보내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모든 시간에는 무언가를 해낸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할까. 나도 한동안은 쉬는 날에도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 지금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처리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취업 준비를 위해 자소서를 쓰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고, 평일에 출근하고 나면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이나 다음 주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할 일을 하나씩 해내다 보면 가끔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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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그런 날이면 자연을 보며 산책을 하거나 아침 9시에 자유수영을 갔다. 한 시간 동안 물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움직이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운동을 끝내고 씻고 나오면 몸도 개운하고 붓기도 빠져 있었고, 그제야 오늘 점심은 뭘 먹을지 고민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한 시간이 나에게는 꽤 괜찮은 휴식이었던 것 같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싶은데,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어렵다.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생각이 많아진다.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생각나고, 괜히 시간을 이렇게 보내도 되는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쉬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몇 시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오늘은 그냥 유튜브나 봐야지,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목적 없는 하루를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쉬는 것인데, 그 쉬는 방법마저 내가 정하고 통제하려고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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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나의 반려 도마뱀 오곡이

       

       

      반려 도마뱀 오곡이에게 밥을 주고 한참 구경하기도 한다. 예전처럼 일부러 카페를 찾아가거나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만큼 가만히 있어본다. 나는 쉬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쉬는 것까지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무언가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이 배우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쉬는 날에도 괜히 생산적인 일을 찾고, 여행을 가도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고 하고, 침대에 누워 있어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나’라는 생각을 한다.

       

      생각해보면 쉬는 데도 꼭 정답이 있을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나에게는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도마뱀을 구경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예전처럼 아침에 수영을 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것에 실패해도 괜찮은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잠시라도 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니까. 물론 취업을 위해 자소서를 쓰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삶도 필요하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은 계속 생길 것이고, 나는 아마 또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해낼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것도 필요한 과정이니까.

       

      다만 그 사이에 꼭 쓸모 있는 시간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말이다.

       

      푸름 가득한 호수공원에 누워 한량생활을 보내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내가, 처음에는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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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하루 정도 푹 쉰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소서를 하루 덜 쓴다고 갑자기 취업이 멀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루 공부를 쉬었다고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하루가 당장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그 하루 덕분에 다음 날 다시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닐까. 오히려 잠시 멈춰 있는 시간이 다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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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 없이 만난 친구가 준 피자설기

       

       

      그래서 이제는 꼭 완벽하게 쉬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이 많아도 괜찮고, 쉬는 방법을 고민해도 괜찮고, 결국 쉬는 것마저 계획하게 되더라도 괜찮다.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완벽한 휴식이 아니라 생각이 많은 나를 잠시 그냥 내버려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무언가를 해내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보내는 방법까지 완벽하게 만들어내려고 하지 않는 시간. 아직은 그런 하루가 조금 어렵다.


      그래도 적어도 쉬는 것까지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조금 벗어나보고 싶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도 우리에겐 그 자체로 충분히 필요한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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