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튜브로 독서하는 사람들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11.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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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글로 배웠다는 말이 있다.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못한 초짜들이 연애스킬을 배우기 위해, 상대방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 책으로 그 방법을 터득하려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


요즘은 어떠한가. 손가락 하나로 무엇이든 배달되는 세상이다. 어떤 정보든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책을 리뷰하는 영상으로 간단한 독서를 마치곤 했다. 영화 리뷰 영상은 그렇다고 쳐도 책 리뷰를 독서로 간주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종이책을 고집하는 사람으로서 전자도서도 아닌 영상 리뷰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유튜브는 우리의 친구인가, 적인가


  

하지만 나 역시 유튜브 없이 살 수 없는 몸이다. 하루에 왕복 2시간이 넘는 통근거리를 오가며 유튜브는 고마운 친구 같은 존재다.

 

출근 전에는 '겟 레디 위드 미'라는 외출 준비 영상을 보며 화장을 했다. 우울할 수도 있는 아침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준비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뿐만 아니라 식사할 때 보기 편한 영상을 지정해 놓고 밥 친구라 부르는 것을 보면 유튜브가 얼마나 우리 일상 속에 친밀하게 녹아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의 밥 친구는 주로 예능 영상이다.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밥 먹을 수 있는 몸 개그와 익숙한 분위기. 여기서 포인트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상이라는 점이다. 내리 9시간을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평일을 제외하면 주말에 휴대폰 사용 기록이 10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중 유튜브 사용 시간이 반절을 차지했으며, 알고리즘은 예상치 못한 곳까지 흘러간다.


정신 차려 보면 도시락 만드는 영상을, 때로는 탕후루 먹는 asmr과 클레이로 모형집을 만드는 영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직접 검색한 적 없는 취향에도 없는 영상이었다. 이는 유튜브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이 공감하리라.

 

 

 

물론 좋은 점이 있다


 

좋은 점은 영상으로 보는 지식인이라는 점이다. 내게는 요리를 할 때 유튜브만 한 곳이 없다. 요즘은 웬만한 요리 방법은 영상으로 친절하게 나와 있어 자취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천국인 셈이었다.


사소한 것부터 전문적인 사실까지 영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점이 편리했다. 유튜브는 편리하면서도 친절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긴 지문과 설명문을 읽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줄거리를 설명해 줄 요약 영상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얻은 요리 지식처럼 하나의 지식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책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을까?

 

 

 

글자를 쓰고, 읽는다는 것


 

지금 이 글을 쓰고 퇴고하는 것도 사실 무척이나 힘이 든다. 슬럼프가 온 지 꽤 되었고 글을 쓰고 읽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어딜 가든 책을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지만, 유튜브와 각종 SNS가 판을 치는 세계에서 뇌는 점점 단순함을 원하는 듯하다. 좀 더 쉽고 간단한 정보 습득을 원하고 있다.


고작 한 달에 몇 번 노트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지만, 가장 힘이 드는 건 꼬불꼬불 눈앞에 어지러이 펼쳐진 글자가 아닌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은 내 생각들이었다. 스낵컬처가 추구하는 재미를 즐기되, 머릿속에 고여있는 생각을 정리해 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글자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고인 생각을 풀어낸다면 긴 문장도 다시 쓰고 읽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이보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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