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의 편집’. 악의적인 편집으로 출연자를 매도하는 것을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누군가를 대중의 희생양으로 내던지는 이러한 행위는 종종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한 일이라는 이유로 합리화된다. 하지만 편은지 PD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끌어안는 방법을 찾는다. 타인을 매도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우리는, 나는 과연 타인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가?
책을 읽은 이후 남은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기획을 잘하는 법에 대해 묻는 독자에게 저자는 역으로 질문을 던진다. PD로 일하며 만나온 인간사를 풀어놓으며 내어주는 답은 사실, 그렇다면 당신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가깝다.
이 책은 예능 PD의 성공 비결이라기보단, 조심스럽게 사람을 향해 다가가는 인문학이다. 제목 그대로 ‘사람을 기획하는 일’을 논하며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독자들을 겨냥한다. ‘기획’이라는 단어는 더이상 부담스러운 일의 연장선이 아니라 그저 사람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이 된다.
편은지 PD의 글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꾸미지 않음’에 대한 강조였다. 솔직해지기 어려운 시대에, 메이크업과 편집으로 가득한 방송업 종사자에게서 듣기엔 어색한 조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글은 담담하게 그러나 사람을 향한 진심어린 애정으로 그 이유를 풀어놓는다. 천천히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문득 기획자의 입장에서 어떤 사람을 돌아보게 된다.
타인을 살피기 전에, 먼저 나를.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의 약점을 지우고 빛나는 부분을 부각시킨다. 화려한 SNS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기획의 의무와 마주한다.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마다, 낯선 사람과 업무를 함께할 때마다. 우리는 자주 다른 페르소나를 꺼내든다. 때로는 본래의 나와 다른 나에게 괴리감을 느끼면서도.
하지만 편은지 PD는 그렇게 꾸며낸 무언가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담아내고자 한다. “브랜딩은 ‘사람을 남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툴고 연약한 본연의 모습은 더는 약점이 아닌 하나의 스토리가 된다. 이러한 진솔한 이면에 공감하고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브랜딩에 몰입하게 되는 과정은 사람을 기획하는 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숨겨왔던 혹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삶의 이면이 결국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때문에 기획자는 사람들이 가진 각자의 스토리에 주목하는 과정에서 더 나아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틈을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이야기나 모두가 막연해하는 미래 같은 것들을. 바쁘게 지나가는 현실 틈에서 발견해낸 기획이 틈과 맞아떨어질 때, 사람에게서 비롯되어 사람을 위한 기획이 탄생한다.
<사람을 기획하는 일>은 그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우리가 사람을 상대로 세계를 꾸려가고 스스로를 다듬어가는 이상, 누구든지 필연적으로 사람을 기획하게 될 수밖에 없음을 전한다. 그리고 그 기획의 기반에는 사람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