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담아낸 책이라고 처음엔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기획'이 아닌 '사람'이었다. 모든 직업에 있어 '기획'이 기본이 되기보다 '사람'이 우선인 것을 언제나, 그리고 여전히 잊고 있었다.
콘텐츠를 넘어 사람을 읽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기획하는 일을 그린 책 '사람을 기획하는 일'은 [살림하는 남자들], [주접이 풍년]을 연출한 편은지 PD가 사람을 바라보는 눈을 통해 말하는 진정한 콘텐츠 기획을 제시해준다.
기획과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사람 중심의 브랜딩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렇게 사람 그 자체를 중심으로 다룬 책이 있었나 싶다. 왠지 기획의 기초뿐만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모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준 책. 사람 냄새 나는 전문성 있는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기획책을 읽진 않았지만, 보통은 아이디어를 참고하기 위한 '비문학'으로 대했다면, 이 책은 오히려 수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나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발췌할 수 있었다.
"저는 이런 감도와 눈치의 조각들을 즐깁니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나는 딴생각을 할 때가 많다. 소설책을 읽을 때면 주인공이 홀로 고뇌에 시달리는 모습이 마치 어느 날의 나로 돌아가거나, 이번 책만 해도 이 책 속에 담겨있는 사람의 인간적 특성을 통해 마주하는 나의 솔직한 모습과 가까운 이들의 모습이 비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이런 수없는 자문과 파생되는 이야기들이 진정 본연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내용이었다.
그러다 보면 남들과 다른 곳을 오롯이 집중하거나 괜히 예민하게 받아들일 때도 있다. 그런 '괜히'로 시작하게 된 사건이 여기서 소개된다.
<살림남> 신화 이민우 편에서 그의 어머니의 치매 검사가 제작진의 의도로 진행되었다. 어느 사석의 대화 중 '괜히'로 기획된 이야기가 긍정의 '괜히'로 만들어져 치매 초기를 알게 된 이야기를 낳았다고 한다. 아무도 관심 없고 누구에게는 필요 이상의 이야기일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이야기라는 것을 심어준 에피소드였다.
"마케팅은 '제품을 보여주는 일'이지만, 브랜딩은 '사람을 남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을 보고, '기획'이라는 일에 대한 관심과 확신이 하나 더 생겼다. 물론 나 또한 '보여주는' 마케팅에 자주 매료된다. 명품, 아이돌 등과 같은 반짝반짝 그 자체로도 빛이 나고 동화와 같은 이야기들은 결점이 없으니까.
하지만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그것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완벽하게 포장된 이미지보다, 불완전하지만 진실된 순간들. 눈부신 조명 아래의 무대보다, 그 뒤에서 땀 흘리며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 화려한 광고 문구보다, 그것을 만든 사람의 진심.
결국 우리 마음에 오래 남는 건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편은지 PD가 말하는 기획이란, 사람의 감정과 이야기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 아닐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기획자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무언가를 전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