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앞표지.jpg

 

 

미술을 다시 만나는 계기였다.


최근 그림이 가지는 서사에 관심이 생겼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알아가야 하는 걸까 고민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는 보통 책이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이 생겼을 때, 첫 걸음을 떼기 위해 다시 찾는 것도 보통 책이었다. 우진영의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소개글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문화초대장이 오기만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렇게 한국 근현대 미술사와 마주했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떠올랐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예술적 경험이 아니라, 고등학생 시절 읽었던 여행 에세이였다. 문장에 담긴 감성이 비슷하다고 느껴서일까.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자신에게 와닿는 감각을 섬세하게 풀어내던 시인의 서술이 문득 떠올랐다. 책장을 좀 더 넘기면서 짐작했다. 감성이 비슷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세계를 사유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같은 결을 지니는 것이겠구나.


서술자의 감상은 시처럼 섬세하다. 짤막한 문장은 그림이 주는 순간적인 감각을 정확히 포착해 표현해낸다. 내게는 그런 감상조차도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다. 문장문장이 그려내는 작품과 작가들을 만났다. 책은 문학 작품이나 영화의 대사를 되새기며 이야기의 문을 열어주었다.


어떤 작가는 낯설고 어떤 작가는 궁금했다. ‘이건 내 취향은 아니네’ 하며 별 감흥 없이 지나친 작품도 있었고, 종이책의 한계를 넘어 더 크게 더 자세히 보고 싶은 작품도 있었다. 인터뷰를 읽다가 무심코 ‘작가님과 친구가 되고 싶다’ 생각이 들었던 경우도 있었다. 이야기가 하나 끝날 때마다 더해지는 인터뷰는 단순한 작품 감상과 해설을 넘어 한 작가에 대한 이해를 얻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다사다난한 한국의 근현대를 지나면서 화폭에 담아낸 이야기는 다채롭다. 부딪히고 저항하고 때로는 받아들인다. 고민하고 사랑한 흔적이 붓칠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도시와 자연을 새기고 자신과 타인을 돌아본다. 5부에 걸쳐 이어지는 미술가들의 이야기는 강인하지만 여리다. 예리하지만 다정하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나는 세 가지 설렘을 경험했다. 먼저 책에 소개된 작가들의 다른 작품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이미 지나간 전시에 호기심이 생길 때마다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작가들의 행보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지 않을까 직감했다. 또한 다른 작가들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시대와 국적을 넘어 그들이 만들어내는 세계가 궁금해졌다. 동시대 작가든 미술사에 새겨진 과거의 작가든. 예술가들이 빚어낸 세상은 어떤 지점에서 교차하며 공통점을 만들지 어느 시점에서 다시 각자의 방식으로 퍼져 나갈지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들떴다.


마지막으로, 나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졌다. 초등학생 시절 꾸던 꿈 중에는 동화작가도 있었지만 화가도 있었다. 소질이 없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다른 꿈을 찾게 되었지만. 작가들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만약 내가 화가라면 어떤 대답을 했을까, 어떤 세상을 펼쳤을까 두근두근 생각이 스쳤다. 그림 속 세계를 읽으며 나의 세상을 상상하는 시간이었다.


우진영의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는 최근 몇 년간 읽었던 미술도서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작가들의 세계를 여행하며, 또다른 세계로 떠날 것을 기대하며 이렇게 47개의 세상을 만나고 왔다.

 

아, 맞다. 속내 깊숙이 잠들어있다가 새로운 자극에 고개를 기웃거리던 나의 세상까지 합치면 48개라고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