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론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구성원'이라 적혀있지만 사실 '한 지붕 아래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람'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밥솥에 한가득 쌓여있는 따뜻한 밥을 나누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반찬들을 다 같이 식탁으로 나른 뒤 각자의 템포에 맞춰 밥을 먹으며 오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가족들 말이다. 친족 관계로 이어지지 않아도 마음으로 이어진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을 그린 일본 드라마 세 편을 소개한다.
의붓 엄마와 딸의 블루스 - 유능한 직장인으로 잘나가던 커리어 우먼 ‘아키코’는 별안간 라이벌 회사에 재직 중인 ‘료이치’와 결혼하며 그의 딸인 ‘미유키’의 새엄마가 된다. 영업부장으로선 유능하지만 ‘엄마’로선 다소 낯선 딱딱한 성격의 새엄마를 달가워하지 않는 미유키, 그리고 모종의 이유로 부족하지만 가족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려는 아키코의 좌충우돌 가족 적응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새엄마와 딸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커리어 우먼’ 캐릭터를 로봇같이 딱딱하게 표현하며 코믹적인 요소를 섞고 있어 한번 빠져들면 정주행 할 수밖에 없다. 가령 처음 만나는 8살 딸에게 영업사원 특유의 자세로 인사하며 명함을 내민다던가,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한다던가 하는 장면은 독특하지만 볼수록 꽤나 설득되는 면도 있어 웃음과 교훈을 둘 다 잡은 느낌이 든다. 드라마를 볼수록 사소한 사건을 함께 헤쳐나가며 서로 점점 부드럽게 변해가는 엄마와 딸, 두 캐릭터의 올바른 성장 기록이 마음 한편을 따뜻하게 만든다. 가족의 조건은 혈연만이 아니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울고 웃으며 마음으로 느끼게 해준 이야기이다.
지속 가능한 사랑입니까? - 요가강사인 딸과 혼자가 된 아버지가 각자 결혼에 도전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2년 전 어머니를 보낸 후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위해 본가로 들어오게 된 ‘쿄카’는 요가 강사로 일하며 결혼보다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세미나에서 만나게 된 싱글 파더 ‘하루타’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고, 아버지 ‘린타로’ 또한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 ‘아카리’에게 반하게 된다. 점잖은 젠틀맨 성격의 아버지가 아주 서툴게 연애를 하는 모습에서 어리숙한 중년들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고, 결혼과 연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쿄카의 모습에서 30대 여성들의 삶과 고민을 느낄 수 있어 공감 포인트가 많은 드라마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노다메 칸타빌레>로 유명한 ‘우에노 주리’와 <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게 유타카‘ 배우가 완벽한 호흡으로 부녀 케미를 보여주는 작품이기에 더욱 추천하고 싶었다. 새로운 사랑과 새로운 집을 위해 서로를 응원해 주는 아빠와 딸의 모습에서 잔잔하고 따뜻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사자의 은신처 -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동생 ‘미치토’와 그를 돌보는 형 ‘히로토‘는 부모를 여의고 한 집에서 하루하루 루틴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형제이다. 매일 반복되는 규칙을 깨고 어느 날 ‘라이온‘이라는 이름의 남자아이가 집으로 침범 아닌 침범을 하게 되고, 두 사람은 수수께끼 같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일상 드라마와 스릴러를 오고 가는 이 드라마는 라이온과 두 형제의 성장기와 수수께끼 속 인물을 찾는 예상외의 스펙터클한 이야기가 중독성 있게 펼쳐진다. 그러면서 캐릭터가 보여주는 편견도 회차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깨져버리는 매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제목에서 보이듯이 ‘사자의 은신처’는 라이온만 은신처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장애를 가진 동생을 돌보는 형도, 장애를 겪고 있는 동생도 모두 각자만의 숨을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하는 상태이다. 그 허물이 라이온의 등장을 통해 깨지며, 서로를 보호하던 ’안전‘의 의미도 완전히 뒤바뀌어버리게 된다. 이 드라마는 이처럼 캐릭터 각자와 그 인물들의 삶이 보여주는 관계 속에서의 자유를 생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처럼 특수한 상황에 놓이지 않은 가족들도 서로의 관계에 있어 이런 시간들을 보내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가족이란 사자의 은신처 속 이야기처럼 부서지고 깨어지며 더 새로운 형태로 변해오는 것이 아닐까?
소개한 세 편의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처럼 빠른 전개와 명확한 감정 표현 등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마치 미지근한 물속에 들어가 따뜻함이 느껴질 때까지 기다리는 마음이랄까. 그러나 잔잔히 밀려온 감동과 메시지, 그리고 단단한 연출은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렇기에 마지막 겨울을 보내는 지금 시기에 더욱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한다. 세 편의 드라마는 모두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