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 29일부터 11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이틀간 진행된 공연 < Musciscape - 그림자의 경계에서 >의 막이 내렸다. 마지막 곡 연주를 마친 후,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최인'은 앙코르에 들어가기에 앞서 공연의 기획 의도를 알렸다. '소리는 도구일 뿐이고, 음악은 연주하는 이가 있는 장소로 듣는 이를 안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Musicscape 공연을 계속 이어 나가는 이유다'라고. 이번 공연에서 '공간'이 강조되는 이유다.
공연 < Musciscape - 그림자의 경계에서 >는 연주하는 이의 공간으로 관객을 이끌어줄 또 다른 보조자로 영상과 조명을 선택했다. 사람은 시각에 대부분의 정보를 의존한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산'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그려내는 풍경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경험의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면 그 풍경이 비슷비슷할 수는 있겠으나, 정확하게 같은 모습을 그려내기란 여전히 어렵다. 어느 이의 산길은 솔방울이 굴러다닐 수도, 또 다른 이의 길은 오디나 머루가 굴러다닐 수도 있다. 같은 산이어도 산의 초입과 정상은 또 다르므로 이럴 경우, 같은 곳에 있더라도 분리되었다고 느낄 수 있다. 사람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같은 곳에 있어도 다른 공간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여럿이 자리해도 나 홀로 있는 것같이 소외감을 느끼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이렇듯 상호 다른 해석은 연주자와 관객을 격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열의 관객끼리도 격리시킬 가능성이 있다.그러니 연주자-관객, 관객-관객이 '함께' 존재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하게 '공간'을 연출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 공연은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과 영상을 통해 관객이 하나의 해석(공간)으로 당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른바 공연에서 음악과 시각 자료(조명, 영상)는 관객을 위한 목자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러한 의도에 근거하여 공연을 다시 회상해 본다. 공연은 1부 연주가 모두 끝나고 15분간의 인터미션 후, 2부로 전개된다. 숲, 산, 바다 등 자연을 주제로 하는 1부와 달리, 2부는 새벽, 블루 아워, 그림자, A.I. 를 소재로 하여 빛과 어둠(인간과 기계)의 경계선이 가지는 오묘한 감각과 불안, 내적 갈등 등 인간의 추상적인 감각과 고민을 그려낸다. 특히 2부는 1부와 달리 전자음악 장르를 채용하여 1부의 친숙함과 대비되는 금속성 질감의 멜로디를 통해 관객에게 날카로움과 이질감을 선사한다. 각 부는 조명 연출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1부에서 햇빛, 윤슬, 별빛 등 자연광을 연상케 하는 주황빛 혹은 푸른빛 조명이 부드럽게 변화해 무대를 꾸몄다면, 2부에서는 순백색의 인공적인 조명이 현란하게 깜빡이며 좌중을 위협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연주자의 뒤 혹은 앞에 위치한 스크린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꾸준히 영상을 띄우며 연주자의 '공간'을 보충 설명한다. 한편, 12개의 영상은 담아내는 장면이 모두 다르지만, 영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짤막한 글로 곡의 주제를 소개하는 일종의 통일된 형식을 띠고 있다. 즉, 공연 < Musciscape -그림자의 경계에서 >는 일차적으로 연주를 통해 청중을 '공간'으로 이끌고, 더욱 명확한 인도를 위해 그래픽 영상과 글로 이를 이중 설명하는 구조다.
소리와 이미지의 공존은 영상의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다양한 감각을 활용한 연출은 보는 이로 하여금 풍부한 감상 경험을 제공해 준다.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이 꾸준하게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즉, 우리에게 시각과 청각을 함께 활용한 시도는 이미 익숙하다. 다만, 모든 영화가 무성일 수밖에 없었던 과거에서 현대 극장까지의 흐름이 영화(시각) 위로 음악(청각)을 덧입히려는 시도로 전개되었음을 고려해 보면, < Musicscpae - 그림자의 경계에서 >의 시도는 조금 색다르다. 선 시각 후 청각의 순서가 아닌, 음악이 먼저 있고 그 뒤로 시각 매체가 뒤따르는 역전된 시도이기 때문이다. < Musicscape > 공연은 보다 연주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의지 하에, 계속하여 뜻깊은 모험을 도전하는 중이며, 자연부터 A.I.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공연은 곡과 스크린 영상을 함께 전개할 뿐 아니라, 무대 공간을 활용하는 기지를 보인다. 곡 'Who am A.I.'에서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인 최인은 무대 앞이 아닌, 얇은 막으로 한 꺼풀 가려진 무대 뒤쪽에서 곡을 전개한다. 이에 따라 관객은 연주자의 실루엣과 움직임을 언뜻 파악할 순 있어도, 그의 표정까지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다. 반면에, 막 앞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 속 로봇 얼굴만은 선명하다. 이는 인공 지능의 발달에 따라 찾아온 인간의 전통적 정체성의 혼란, 존재 불안, 나날이 커지는 기계의 존재감에 대한 은유다.
이번 < Musciscape > 공연은 연주회에 영상 상영을 혼합한 구성이 주였다. 공연의 대부분은 라이브 음악과 음악을 보조 설명하는 짧은 영상이 동시에 전개되는 방식이었으나, 2부에서는 과감한 조명 연출 및 무대 활용을 시도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2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감각 활용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영화, 무대와 소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연극, 혹은 다이내믹한 조명과 스크린 연출을 기본 전제로 하는 대중가요 콘서트가 아닌 보다 정적인 연주회에서 이러한 시도가 어떤 독창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기대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