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공연에서 음악 외의 요소가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음악 공연을 보러 간다고 할 때, 음악 그 자체에 얼마나 집중하는가?
이와 같은 질문들은 지난 11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 < MUSICSCAPE-그림자의 경계에서 >를 보고 떠올린 것이다. 이 글에서는 공연에 대한 개인적 감상과 함께, 앞선 질문에 대해 나름의 고찰을 해 보고자 한다.
< MUSICSCAPE-그림자의 경계에서 >는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최인이 직접 기획하고 작곡한 공연으로, 기타, 피리, 바이올린, 첼로의 연주에 프로젝션 맵핑, L-ISA 실감 음향이 더해졌다. 무대 후면과 공중에 영상이 투사되었고, 빛, 먹, 바람, 물, 숲의 이미지가 음악과 함께 맞물려 공연은 하나의 총체적 공간으로서 경험되었다. 총 2부로 구성되어 전반부에는 자연의 질서를, 후반부에는 인간의 감정을 주제로 전개되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떠오른 키워드는 힐링이었다. 몰입에 유리한 시각 환경과 기타의 부드러운 음색의 조화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전반부는 숲이나 바닷가 등 자연의 음향과 영상 덕분에 자연 속에서 휴식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클래식 기타의 어법으로 연주되는 곡들 사이에서 국악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순서도 있었다. 기타 독주로 연주된 '서'는 서예의 흐름과 그 안에 담긴 정신을 표현한 곡이었다. 주제를 듣고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렬한 표현이 이어졌으며, 굿거리장단과 유사한 리듬을 기타의 몸통을 쳐서 내는 표현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전통적인 주제를 살리기 위해서 국악의 요소를 적절하게 차용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관객의 반응이 좋았던 곡은 피리와 기타 이중주로 연주한 '가던 길'이었다. 피리 연주자의 성음이 훌륭했던 것도 맞지만, 메나리조 (경상도 · 강원도 · 함경도 지방의 민요와 무가에 사용되는 악조로, '쾌지나칭칭', '정선아리랑', '한오백년' 등의 민요에서 나타난다.)의 선율을 받쳐주는 자연스러운 기타 편곡도 한몫했다. 그러나 관객이 이 곡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인 것은 연주적 완성도와 더불어, 메나리조 특유의 구슬픈 선율에 대해 한국인들이 갖는 정서적 친숙함이 작용했기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에서는 감정과 내면을 탐색하는 ‘공간’, 인간다움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Who am A.I.?’ 그리고 끝내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를 그린 ‘그림자의 경계에서’ 등이 이어졌다. 인간의 본성이나 내면과 같은 심도 있는 주제와, 이를 시청각적으로 확장하려는 기획 의도가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관객들은 어떠한 계기로 이 공연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예술의전당에서 주말의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예매했을 것이다. 그러한 관객들에게 이 공연은 음악이 영상·음향과 함께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뻔하지 않고 흥미로운 공연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생각할 지점도 존재했다. 음악 외의 요소들이 강화될 때 음악 자체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양한 음향 효과와 영상은 관객들이 공연에 몰입하는 것을 도왔지만, 그것이 곧 음악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음악이 독자적으로 또렷하게 기억되기보다는 시청각적 요소 속에서 함께 기능하는 쪽에 가까워 보였고, 그로 인해 음악은 어느 정도 그 완성도를 영상에 의존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이 공연이 가진 장점은 분명하다. 공연을 감상한 내가, 공간 속에 몰입해 음악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치유되는 듯한 감각을 경험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뻔한 클래식 공연의 틀을 벗어나, 이미지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 시대에 음악과 영상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 앞으로도 < MUSICSCAPE-그림자의 경계에서 >와 같은 융합형 공연은 계속 탄생할 것이다. 그 속에서 어떤 방식이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