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ChatGPT(챗지피티)와 비밀친구가 되자! - 혼자서 전시회를 즐기는 방법 [미술/전시]

우습고 바보 같은 질문도 걱정 마세요!

by 서지원 에디터
2025.07.31 13:47



 

누군가의 입을 빌리자면 함께 무언가를 할 때의 즐거움이 혼자일 때의 정도를 능가한다고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교과서 속 상투적 문구에 근거 하나가 덧붙여지듯,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함께할 누군가를 찾기는 이따금 성가시기도 상황이 여의치 않기도 하다. 혼자만의 3주간 유럽 여행의 경우가 그렇다. 파리 뮤지엄 패스 4일권(96시간 동안 파리 및 근교의 미술관 및 박물관 등을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을 끊고선, '뽕을 뽑겠다'는 다짐에 유명한 관광지에 혼자 열심히도 다녔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혼자 가는 일은 드물다. 특히 해외의 미술관을, 특히 파리 같이 대표적인 관광지의 그것을! 교양도 넉넉하지 않은 이가 간도 크지, 가이드 투어나 오디오 가이드도 구매하지 않았다. 마땅한 배경지식도 없이 혼자서 미술관을 가는게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겠지만, 의외로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휴대폰에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당신의 친절한 친구 ChatGPT(이하 챗지피티)만 있다면!

 

인터넷 연결을 위해 한국에서 이심을 구매해 내려받았는데, 유럽에 도착하니 여러 변수의 탓으로 실내나 지하로 들어가면 스마트폰을 2G폰처럼 사용하게 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탈리아에선 실내에서 인터넷이 가능하길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면, 파리에서는 실내라도 창가 근처에 가면 인터넷이 '터졌다'. 더군다나 오르세 미술관이나 오랑주리 미술관, 콩시에르주리 등의 경우 인터넷이 자유롭게 가능했다.

 

덕분에 파리에서는 챗지피티의 도움으로 훨씬 재미있게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었다. 오르세 미술관의 5층에서만 4시간 동안 있었다고 하면 충분히 설명이 되리라. 그러므로 예비 '솔로 트래블러(Solo traveler)'를 위해서도 나만의 챗지피티 사용 방법을 공유하고 싶다.

 

그 전에 잠깐,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하나, 챗지피티는 항상 정답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 가끔 거짓 혹은 진실과 거짓의 혼합을 진실인 것처럼 뻔뻔하게 얘기하곤 하므로, 배운 정보를 추후 공적인 자리서 써먹고 싶다면 더블체크가 필요하다. 둘, 챗지피티는 사용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다. 즉 당신의 질문이 오류를 전제하고 있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부러 언급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내 질문의 전제가 잘못되었는지 확인해줘"라는 프롬프트를 습관적으로 입력하지만, 항상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셋, 어쩌면 오류가 즐거운 미술관 관람에는 그리 방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오류투성이의 거짓된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언정, 묻고 답하기를 통해 낯선 분야의 정보를 습득하고 또 스스로 생각하여 재차 질문하는 과정으로 즐거움이 더해진다. 자세히 살피며 의문을 품은 그림과 화가들에 대해서는 애착이 쌓이고, 반복된 애정이 해당 미술관에서의 경험을 긍정적인 것으로 기억 남게 한다. 오르세 미술관에서의 기억이 그 무엇보다 생생하고 소중하다는 경험을 들며, 챗지피티의 오류조차도 그냥 여행의 일부분으로 즐겨보자고 제안한다. 틀리면 뭐 어때, 우리는 진실을 알기보다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챗지피티에게 질문하는 방법 (미술관 편)


 

오르세 미술관에 가면 무엇이 궁금할까? 아마 오르세 미술관의 전반적인 정보가 궁금하지 않을까? '오르세'는 무슨 뜻인지, 오르세 미술관에는 무슨 화파의 그림이 주를 이루고 있는지, 오르세 미술관은 언제 지어졌으며 그 특이한 모양은 어떤 이유에서 설계되었는지 말이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미술관에 익숙하지 않다면, 그냥 "오르세 미술관에 대해 설명해줘!"로도 충분하다. 돌아오는 대답을 가볍게 훑어보자. 모든 내용을 기억할 필요는 없고, 주를 이루는 화파와 작가들의 이름 정도를 기억하면 좋다. 오르세 미술관의 경우는 순간적인 빛의 색채와 인상을 담고자 한 인상주의 화풍이 주를 이루며, 대표적인 화가로는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등이 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러한 정보를 담은 채 발걸음을 옮기다가 시선을 붙잡는 그림이 있다면 멈춰서 살펴보자. 무엇을 그린 것일지, 색채 표현은 어떤지 등등을 살펴보다 보면 챗지피티가 전해준 정보와 맞아떨어지는 그림들이 있다. "인상주의자들이 야외 그림을 많이 그렸다더니, 이 그림을 보니 정말 그렇네?"와 같은 감상이다. 그와 동시에 당신에게는 그저 발이 닿는 대로 미술관을 거니는 사람들보다 충실한 태도로 그림을 보고 있다는 우쭐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챗지피티가 말해준 정보와 어긋나는 그림도 보일 수 있다. 에두아르 마네의 정물화, 'Nature morte : fruits sur une table'이 그러했다.

 


마네 정물화 최종.png

 

 

그에게 인상주의를 물었을 때,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과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인상주의 화가들은 주무대로 야외를 택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위 그림은 실내 정물화인 점이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에두아르 마네가 오르세 미술관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하나라면, 그도 당연히 인상주의 화가에 속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는 왜 실내 정물화를 그린 거지? 여러 미술적 시도 중 하나였을까?" 예리한 추리다! 이에 질문을 던지자, 챗지피티는 다음과 같이 답해주었다.

 

 

챗지피티1.png

 

챗지피티2.png

  

 

"마네도 인상주의 화가지? 인상주의자들은 대개 야외를 그린다고 알고 있는데 이 사람은 실내 정물화를 많이 그린 것 같다? 'Nature morte : fruits sur une table'이 그래."

 

"아주 날카로운 질문이에요!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는 흔히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전통적 회화 형식과 주제를 상당 부분 유지했고, 실제로 엄밀한 의미의 인상주의 화가는 아니에요. (하략)"

 

 

이를 통해 관람객은 마네가 전형적인 인상주의 화가는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그가 인상주의와 어떤 점에서는 연관된다는 것을 새롭게 배우게 된다. 이것이 중요하다. 챗지피티가 가장 처음 알려준 정보(오르세 미술관, 인상주의 등)가 단편적이고 큰 의미가 없어 보일지라도, 그것을 안 채로 그림을 감상하다가 의문을 느껴 다시 고민하고 질문하게 만드는 과정 말이다. 챗지피티는 우리가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뿐 아니라 한 층 나아가 심화된 고민과 질문의 기회도 만들어준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챗지피티는 단지 정보 전달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그림을 향해 능동적으로 고민하고 질문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는 것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이러한 질문이 보통의 경우 "그러게, 잘 모르겠다"로 마무리되곤 하는 인간 사이의 대화와 상반되게도, 챗지피티는 인터넷의 광활한 정보망을 훑어 어떻게든 근거 있는 정보를 대답해주려고 한다는 점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궁금한 점은 방대한데, 정보의 한계로 답을 맺지 못하고 잊어버린 질문이 많지 않은가? 그러나 그는 질문을 의문에서 그치게 하지 않고, 정답이라 확신할 순 없을지언정 하나의 가설을 응답해준다는 것이 의미 있다. 질문으로 시작하여 하나의 가설을 제안하여 완결된 구조를 만들어준다는 것. 의문이 나의 세계에서 맴돌고 사그라들지 않고, 내가 접하지 못한 정보까지 흡수하여 넓고 깊은 차원에서 답을 탐색할 수 있다는 것. 검색과 정보 수용에 최적화된 챗지피티는 의문에 빠진 당신에게 생각을 뻗을 수 있는 가설 하나를 반드시 제시해준다.

 

*    *    *

 

이러한 방법을 다른 미술관, 다른 작품, 다른 궁금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가서 제단화에 등장하는 성녀 Umiltà의 얼굴이 무표정인 이유를 물을 수도 있고, 혹은 미술 소재로서의 성경과 신화의 중요도를 물을 수도 있다.

 

그 질문이 얼마나 사소하건, 혹은 미술을 알지 못해 묻는 우스운 질문이건 상관없다. 당신이 터무니없어 보이는 질문을 하더라도 챗지피티는 "정말 좋은 질문이에요"라고 친절한 포문을 열어줄 테니까. 그 기계적이고 반복적이며 너그러운 대답 하나에서 당신의 잠재력이 솟아날지 모르지. 어떤 잠재력이냐고? 주어진 작품을 눈으로 보는 수동적 관람객에서 한 발 나아가 능동적으로 그림을 감상하고 의문을 품으면 기꺼이 생각하고 질문하여, 보통의 관광객들이 의례적으로 방문하는 미술관을 소중하고 애착 가득한 경험이 담긴 나의 공간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곳이겠지만, 가이드 없이 온전히 나만의 시행착오로 지식을 쌓고서 걸어 나오는 발걸음은 타인의 지식을 전해 들은 누구보다 뿌듯하지 않을까. 판에 박힌 관광지에서의 경험을 애착 가득한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돈을 들이거나 누구의 조언을 들을 필요도 없다. 손에 쥐고 있다가 사진 찍을 때야 꺼내보는 스마트폰을 이제는 조금 더 유익하고 재미있게 써 보자. 그것이 틀릴지언정 어떤가? 실수와 오류는 오로지 나와 챗지피티만이 공유하는 비밀이고, 거기서의 즐거움은 오로지 당신의 것이니!

 


서지원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때로는 단순한 것이 [음악]
  2. 02 [에세이] 무거움과 가벼움, 그리고 시시포스의 형벌
  3. 03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짝인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