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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하길

취향이 확고 한 사람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by 황수빈 에디터
2025.07.31 09:58

 

 

학생 시절, 나는 좋아하는 것과 자신만의 분위기, 취향이 확고 한 사람들이 멋지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는 딱히 좋아함과 좋아하지 않음의 경계가 그렇게 확실하지 않아서, 주면 주는 대로 하자면 하자는 대로 했었다. 그리고 맞춰주는 게 더 편해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좋아하며 살았다. 그러다 20살 성인이 되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조금 더 나의 분위기에 맞게 살아보자' 그러나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을 깊게 해본 적이 없었다. 취향이라 할게 분명하지 않았고,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내게 입혔다. 역시 나와는 맞지 않는 것들을 입는 기분이었고, 불편했다. 근데 최근 정말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나 자신을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을 천천히 보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나의 취향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훗날 내가 번아웃이나 삶이 지칠 때 이 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뭔지 상기시키고 다시 끔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았으면 좋겠기에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글이다.

 

너는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것 같다. 조용한 공원 잔디밭에 누워 노곤노곤하고 나른한 햇살 아래, 뭉게구름이 천천히 지나가는 것을 보며 구름의 모양을 살피는 것, 책이 가득한 작은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종이에 들어온 햇빛의 조각을 만져보는 것. 집 뒤에 있는 조용한 작은 산을 오르며, 듣는 작은 새의 소리와 뻐꾸기 소리, 얇은 나뭇가지들이 흙과 함께 밟히는 소리. 간혹가다 바람이 부르면, 답하는 숲속 작은 절의 종소리도 좋아한다. 가끔 눈앞에 보이는 높고 빽빽한 회색 건물을 보다, 고개를 떨어뜨리고 발끝에 놓인 아스팔트를 보면 왜 이렇게 바닥이랑 가까울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럴 땐 바닥을 보기보단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보길 바란다. 하지만 하늘을 올려다볼 힘마저 없을 때, 넌 힘이 들 때 바다를 많이 찾는 것 같다. 수평선 저 끝 너머를 바라보며 바다에 비친 윤슬이 깜깜했던 눈앞을 트이게 하고, 힘차게 왔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반짝이는 거품을 보고, 깊은숨을 내쉬고 들이쉬며 오는 시원한 바다 향기가 네 숨통을 트이게 만든다. 늘 잠에 깊게 들지 못해 자주 꿈을 꾸곤 한다. 잠이 오지 않으면 듣는 소리들이 있는데 바닷속 고래 소리, 풀벌레 소리, 새소리, 바람에 스치는 풀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많이 찾아 듣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 밝아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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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나의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결국 나의 결에 맞는 사람들만이 남아있을 것 같다. 서로 대화를 나눌 때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이, 그런 나의 취향과 비슷한 사람들만이 나의 곁에 남아있지 않을까, 애써 안되는 관계를 유지할 필요도 노력으로 바꿀 필요도 없다.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 되는 거니까. 사람은 다 만남의 타이밍과 헤어짐의 타이밍이 있으니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주고 떠내려 보내면 된다. 다수보단 소수를 좋아하고, 시끄럽고 눈이 부시게 밝은 곳보단, 차분한 소리와 편안한 밝음이 좋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내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 그리고 대화가 잘 통하는 다정한 사람이 좋다. 적어도 나의 결과 취향이 맞는 사람들은 내가 힘들어하지 않아도 늘 서로의 곁에 남아 서로를 챙길 테니, 인간관계에 있어서 스트레스는 조금 덜 받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함께 있는 사람들에 따라서 쉽게 바뀌는 편인데,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참 진짜 내가 인복이 좋구나 싶을 정도로 나를 바르게 잡아주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진심으로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나의 편이 되어주어 너무 고맙다. 나의 모나지 않은 동그란 선안에 들어와있는 사람들이 내가 삶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요새 나의 글을 읽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나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어제는 내 글에서 초록빛과 풀 향기, 풀 내음, 피톤치드 계열의 우디향이 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새벽에 너무 기뻐서 소리 내 행복을 만끽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이 풀 향기, 새벽 밤공기, 피톤치드, 우디향인데 그런 나의 애정 하는 향과 분위기가 글에서 난다니. 뭔가 나에게 전달되는 말과 단어들이 내겐 마음이 가득 담긴 선물처럼 느껴진다. 아 이 친구한테서 또 들은 말 중에 좋았던 건, 내가 나의 스타일이 너무 다양해서 하나로 굳히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근데 그런 다양한 스타일마저 그냥 너라는 것. 잘 어울려"라고 해줘서 정말 이 친구의 화법이 상대방의 자존감을 끌어내 주는 따뜻한 화법이라 생각했고 배우고 싶었다. 나도 나를 있는 대로 보지 않고 하나의 스타일로 정해야지 생각했는데, 그냥 그런 다양한 스타일도 그냥 너라고 해줘서, 아 그냥 난 나의 스타일이 그냥 다양한 거니, 한정을 두지 말아야겠구나 하고 다시 끔 좋은 생각으로 바뀌게 해준 순간이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 내 취향의 무언가들이 많은데, 나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 보는 게 너무 재밌다. 흰색 도화지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파스텔 크레파스로 서툴지만 하나씩 다른 색으로 그려가는 느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점점 굳어져 간다. 말랑말랑하고 맑은 하늘색의 사람이 되고 싶다. 근데 또 여러가지의 내가 되고싶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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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힘이 들고 삶이 불안정할 때, 이 글을 보고 다시 끔 애정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고 힘을 얻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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