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좋게 말면 '낭만' 나쁘게 말하면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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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학년을 마치고 1년간 휴학을 했다. 한숨 돌릴 시간이 필요했다.

 

알바를 하며 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새로운 언어, 처음 먹어보는 음식, 같은 하늘 아래 다른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곳에서 낯선 도시들을 걷고, 미술관에서 작품 앞에 멍하니 서 있어 보기도 하고, 햇살이 따뜻한 광장에 아무 목적 없이 사람들을 구경하며 그냥 앉아 있기도 했다.


서울로 돌아와서는 한강에 자주 나갔다. 돗자리 없이 그저 이어폰 하나를 낀 채 강물을 보며 멍때리는 일을 즐겼다. 차츰 마음을 채우던 잡생각들이 사라질 때쯤 나는 내가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어떤 시간에 마음이 편해지는지를 조금씩 알게 됐다.


틈날 때마다 공연장을 찾았다. 좋아하는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활기와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이 좋았다. 떠나갈 듯한 환호와 숨 멎을 듯한 정적이 교차하는 그 순간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그 시간을 통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름대로 알차게 새운 1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복학생이 된 나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휴학 중에 뭐 했어? 스펙 쌓았어?”, “그런 거 다 좋은데, 공부나 자격증은? 이제 취업해야 하잖아.”


엄밀히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 질문들은 더더욱 나를 흔들었다. 불안했고, 동시에 슬퍼졌다. 내가 애써 고르고 쌓은 시간들이 누군가에겐 한낱 공백처럼 여겨지는구나. 그저 ‘쓸모없다’라는 이유만으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질문 덕분에 나는 더 확신하게 되었다.

 

내가 사랑한 것들이 바로, 누군가에겐 낭비라고 느껴질지도 모르는 ‘무용한 것들’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 무용한 것들이야말로 나를 살게 했다는 것을 말이다.

 

 

 

'굳이?'라고 물으면, '굳이!'라고 대답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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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사람들이 보기엔 ‘굳이?’ 싶은 행동을 한다.

 

굳이 알바까지 하면서 공연을 보러 다니거나, 먹고 싶은 디저트를 찾아 멀리 있는 카페에 굳이 찾아가고, 쉬는 날 굳이 일찍 일어나 아무도 없는 영화관을 찾기도 한다. 카페에 하루 종일 앉아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밤늦게 아무 목적 없이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노을을 보기 위해 일부러 버스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기도 한다. 그건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당장 뭔가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굳이?’ 싶은 순간들 속에서 나는 내 감정과 마주한다. 어디에도 내보이지 못했던 우울함,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서 찾아오는 기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뭉클함이나 벅참 같은 것 말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게 뭐가 남아?”

 

나는 대답한다. “나 자신이요.”


세상은 늘 결과를 묻는다. 공부를 하면 성적이 나와야 하고, 글을 쓰면 누군가 읽어야 하고, 여행을 가면 얻어오는 것이 있어야 한다. 마치 모든 경험이 수치화할 수 있는 ‘결과물’로 환원돼야만 인정받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효율과 생산성, 목적과 결과가 당연히 중요하단 사실을 알면서도 때로는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이 있다.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이 아름다워 카메라를 드는 순간, 여운을 한가득 안고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순간, 카페 창가에 비친 햇빛이 문장에 닿는 순간, 아무도 없는 한강에서 바람을 맞으며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낯선 곳에서 만난 행운에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순간들 말이다. 그건 오직 나만이 알고, 간직할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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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쌓아온 것들이 모여 나의 취향이 되고 나만의 세계가 된다. 낭만은 가성비나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오히려 더 위로되고, 나를 지탱해 주는 마지막 여백이 된다.

 

앞으로도 나는 굳이 굳이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것들에 시간을 쏟고,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굳이?’라고 묻는다면, 대답할 것이다.

 

“응,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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