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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인생을 '리셋'하고 싶은 나만의 휴식 [드라마/예능]

일드 '나기의 휴식'에 대한 말말말

by 변의정 에디터
2025.07.12 12:54

 

 

본 리뷰는 2019년 드라마 '나기의 휴식 1기'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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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머리가 빙빙 돌며 목이 턱하고 막히고 심장이 조여서 죽을 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다. 그날은 전날에 잠을 한숨도 못 잔 채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풀강수업을 듣는 날이었으며, 여러 과제와 할 일들의 마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웬걸, 학교에서는 연예인이 방문하여 프로그램을 찍으러 방송국 카메라가 돌아다녔고, 인기 연예인을 보러온 인파에 신경이 곤두섰다.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수많은 인파를 만나고 수업 시간 동안 긴장한 상태로 지내다 보니 수업 막바지쯤에서 공황 상태가 왔다. 그때 처음 겪은 공황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드라마 '나기의 휴식'도 이러한 정신 붕괴 상태에서 시작된다. 이 드라마는 2016년부터 연재된 코나리 미사토의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다. 누적 200만 부가 판매되는 원작의 인기로 2019년부터 TBS에서 10부작으로 드라마가 편성되었다. 주인공 오오시마 나기는 28살의 평범하고 성실한 회사원이다. 항상 분위기를 맞추느라 자신의 욕구나 감정은 억누른 채, 말끝을 흐리고, 상대의 눈치를 보며 '좋은 사람'으로 살아간다. 심지어 자신과 교제하고 있는 연인인 '신지'에까지 눈치를 본다.


하지만 어느 날, 안 좋은 일이 연달아 터진다. 하나는 동료들이 자신의 성격을 험담하고 있는 메시지를 읽은 것이고, 둘째는 신지의 대화를 엿듣다 그가 나기를 성적인 이유로만 교제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터지며 과호흡 증세로 쓰러진다. 그 일을 계기로 나기는 직장을 그만두고, 휴대폰 번호도 바꾸고, 곱슬머리를 손질하던 고데기도 버리고, 자신이 구축했던 모든 인간관계에서 '리셋'하는 삶을 선택한다.

 

드라마의 줄거리에서 느껴지듯, 사람에 따라 트리거를 일으킬만한 자극적인 요소인 신지가 나기에게 계속된 가스라이팅을 하는 장면과 여성을 향한 비하 발언이 상당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에 불편한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희생하거나 다치게 하지 않고 지키고 사랑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나기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동요케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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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가 분명 변했다고 느꼈던 지점은 마지막 화에서 나기에게 대운수가 들어와 얼떨결에 그의 전 애인 신지와 이웃인 곤 중 한 명을 선택해야만 하는 살짝 압박이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나기가 겪었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심하여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길로 걸어간 장면에서다. 이제 더 이상 정신적, 신체적으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을 찾지 않고 자신을 의지하기 위한 세탁소 창업이란 길로, 뒤돌아보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간다.


말이란 게 본래 하나의 의미만을 갖지 않듯, '열심히 살고 있다', '갓생'이라는 말은 겉으로는 성실함을 표방하지만, 남들이 좋다는 것을 맹목적으로 따른다면 결국 끊임없이 '갓생'을 살아야 하는 고리에 갇힌다. 자신이 사는 '갓생'을 자신이 굴리고 있지 않다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멈출 수 없고, 이는 결국 과호흡이나 실신, 공황과 같은 붕괴 상태에 이른다.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삶은 '휴식'까지 포함된다.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삶은 자기 소진으로 향하기 쉽다.


또한 남들이 보기에 존경받을 만하고 멋진 삶을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삶에 자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타인들 또한 자기과시의 욕구를 눈치챈다. 이때 자기과시란 단순히 자기 얘기만 늘어놓거나 과장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무슨 일을 하던 자기와 연결 지어 행동까지 포함한다. 작에서 나기는 자신감이 없고 작은 일에도 자기혐오를 쉽게 하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그것은 자신의 행동을 지나치게 인식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이 자기검열은 단순한 소극성을 넘어, 일종의 내현적 나르시시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얼마나 덜 민폐인지, 얼마나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자기중심적 태도’가 배양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기는 그 자기검열의 고리를 ‘욕망’으로 끊어낸다는 점이다. 곤에게 마음이 끌릴 때, 그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회적 기준이나 남들의 평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려는 용기를 낸다. 또한 신지라는 반복적인 상처의 원인을 다시 마주하고 신지와 비슷한 모습에 공감하면서도,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지 않겠다’라는 선언을 끝내 자기 입으로 내뱉는다.


이 지점에서 나기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직면하면서도 그것을 숨기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회의 기준과 달리 투박하거나 부끄럽고 유치해 보이더라도, 타인의 시선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감각에서 출발하는 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나기는 자기 검열적인 사회 속에서 드물게 '욕망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이는 단지 자기중심적인 태도와는 다르다. 욕망에 솔직한 태도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감당하겠다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나기가 마지막 화에서 어떤 남자도 선택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선택하는 순간, 나기는 더 이상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닌, 자기 인생의 주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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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의 휴식'을 감상하며 나는 나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유난히 눈치를 많이 본다거나 사람에 따라 말투나 표정을 바꾼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항상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거나, 특히나 나기의 곱슬머리처럼 여드름투성이인 피부를 가리기 위해 외출 전에는 항상 두꺼운 피부 화장을 하는 등 답답함을 느끼기보다는 공감이 많이 가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러므로 나기의 결정은 내가 나로 살기 위한 용기에 힘을 보태주었다.


나기는 에어컨도 없는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지만 이제서야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찾는 나날은 무척이나 시원하다. 나기의 귀여운 곱슬머리와 흰 티셔츠, 옅은 색의 청바지는 회차를 더 할수록 나기를 더욱 빛내줬다. 인생을 시원하게 리셋하고픈 모든 이들의 시원한 여름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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