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올해의 작가상 2024,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전시하기 [미술/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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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5일부터 내년 3월 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4》 전시가 진행된다. 전시에는 윤지영, 권하윤, 양정욱, 제인 진 카이젠 작가 총 4명의 후원 작가가 참여한다.
올해를 대표하는, 특히나 그것을 대표하는 장소가 한국의 대표적인 국공립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다면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되는 4명의 작가는 전방위적으로 그리고 깊이 있게 보여야 할 의미의 무게에 짓눌릴 것이다. 왜냐하면 이 국립미술관은 미술에 깊은 관심과 더불어 지식을 가진 사람들만 오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현대미술 작가라는 직업에 알맞게 자신과 자신의 작업이 이 공간에 놓인 이유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작업은 혼자서 이루어지지 않으며, 단순히 국현미라는 태그를 따라온 관객도, 기술적이고 조형적인 찬란함 혹은 손에 잡히는 대부분이 공장제인 지금에 손으로 이룬 고도의 기술을 살펴보고 싶은 이들도, 이 욕망이 혼합되어 불분명한 대다수가 전시장을 찾는다.
서문에서 전시의 전경을 찾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가벼운 이유로 들어온 전시장은 깊은 동굴의 습기 같은 무게에 눌려있었다.
실제로 윤지영 작가의 작업을 제외한 나머지 작가들의 작업은 비디오나 빛 이용이 필요했기 때문에 암실이 조성되었으며, 제인 진 카이젠 작가는 ‘오로지’ 영상만 사용했기에 블랙 큐브 정도의 조도를 가진 공간이 구성되었다. 플라톤의 동굴과 같은 이런 폐쇄성은 꽤 ‘마이너’스러웠고 평면, 추상, 근대와 밀접한 화이트큐브 대신 시네마틱한 블랙 큐브의 선정은 전시가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되고 공명한다. 내러티브의 의도는 올해의 작가상 2024 도록 서문에서도 나타난다.
윤지영, 권하윤, 양정욱, 제인 진 카이젠 작가는 차례대로 ‘사연과 개인의 정동’, ‘가상현실을 통한 역사적 이야기 구현’, ‘일상적 이야기의 변용’, ‘제주의 설화, 역사와 소수자의 연대’라는 키워드가 포함되었으며, 전체적인 전시를 묶는 마지막 단락에서는 ‘우리는 여기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라고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얼마나 깊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어떤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어디까지 시도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삶을 꿈꾸기를 멈추지 않을 수 있을까? 세계와 아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그리하여 이들의 시선을 빌려 마음을, 기억을, 이웃을, 세계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이어가다 ‘이런 기대 속에서 전시는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라고 서문을 끝마친다.
전년도의 올해의 작가상과 대비되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서문이었는데, 이유는 작년의 서문은 인간과 관련한 제도적이고 이론적인 문제에 구체적으로 들어갔다면, 올해는 비슷한 주제를 가진 작품이 있더라도 ‘인간’이라고 구체적으로 표기하지 않고 더 넓은 범위의 추상적인 단어인 ‘우리’라고 표기하며 개념적으로 둘러 표현되었다. 전시가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고 끝을 표한 이유는 서문에서부터 관객에게 답을 주지 않으려 노력한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작품들 자체의 이야기성이 중점적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모두 다르죠! 그게 문제죠...
같이 작품을 보러 간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작년 올작상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2023년과 2024년을 비교해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시를 감상하고 난 후의 생각은 ‘어쨌든 둘 다 매우 매우 개념 미술적인데, 이건 큐레이터와 작가가 보여주려는 합의 차이이다.’ 였다. 우선 가장 아쉬웠던 점은 ‘이들의 시선을 빌려 이야기를 다르게 보기’라는 주제가 있었는데 그게 잘 안 보인 것 같다. 일단 4명의 작가가 하는 이야기가 하나로 공명할 수 있는 지점이 ‘내러티브를 통한 말하기’를 제외하고 새로운 연결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즉, 각각의 개인이 내포하는 시선에서 '모두가 다르다'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모두가 같다'라는 서로에 대한 교차점을 찾아내기에는 추진력이 부족한 것 같았다. 세계는 점점 다름의 충돌을 회복하는 방향이 아닌 서로 부서지는 방향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각자의 질문만을 보여주는 것은 혼란스러운 이론처럼 다가오지 않을까?
이 때문에 《올해의 작가상 2024》의 올해의 연계프로그램은 '비평 워크숍'이다. 앞서 서문이 질문만 남긴 채 답을 스스로 찾아내길 바라며 끝을 마쳤는데, 이 연계프로그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대상이 미술과 문화전공 대학생으로 축소된 점과 연계 프로그램이 비평 워크숍과 다음에 진행될 작가와 심사위원의 대화 프로그램, 그리고 전시특화 프로그램에서 작가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공간으로 총 세 개인 점이 아쉬웠다. 전시의 특성상 전시장 바깥에서 이야기가 공유될 필요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내년에도 계속 품어갈 기억들
작년과 많이 비교하게 되었음에도 좋은 작품을 머릿속에 하나씩 남기고 가는 것이 올해의 작가상이다. 작가별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지점은 작품으로 선택했기보다 디스플레이의 방식부터 소재까지를 아울러 전시의 순서대로 선택했다. (작품의 설명에 대한 출처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4》에 있다.)
윤지영의 '실리콘' - 〈미, 노〉
'도형과 싸개 사이의 갈등은 몸과 피부의 관계를 넘어 욕망 또는 규범과 실제 사이의 불일치가 야기하는 갈등을 시사한다. 되고 싶은 모습, 될 수 없는 모습, 되어야 하는 모습 사이에 겪는 괴리감이 다양한 조각적 형태로 드러난다.'
권하윤의 '가상현실' - 〈489년〉
'가상현실은 접근 제한이라는 현실의 한계를 넘어 DMZ라는 장소에 접속하는 매체로 작동한다. 동시에 현실에 근거한 가상이라는 모순은, 무장된 군사지역인 동시에 인간의 부재로 원형적 자연의 아름다룸을 간직한 DMZ의 역설적 장소성과 호응한다.'
양정욱의 '아상블라주' - 〈우리들의 주말을 거북이만 모른다〉
'양정욱은 어떤 바람을 이야기로 만든다. 그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대부분 뜻대로 이루어지기보다는 늘 과정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에서 그는 희망과 위안을 얻는다.'
제인 진 카이젠의 '블랙큐브' - 〈이 질서의 장례〉
'음악가, 예술가, 시인부터 반군 활동가, 환경 운동가, 이주민, 퀴어, 트랜스젠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위계와 분열에 기반한 세계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한 장례를 하러 모인다.'
[변의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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