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인>
<쇼핑하는 여인>
한국 최초로 개최된 호주 출신 작가 론 뮤익의 대규모 개인전이라고 해 다녀왔다.
전시 소개를 보고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가 다시 오는 줄 착각할 정도로 비슷하게 느껴졌다. 두 작가 모두 작품을 정교하고 생생하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전시를 보면 오디오 가이드에 내 생각이 휩쓸린다고 해야 할까, 내 주관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잘 듣지 않는다. 특히 현대미술은 더더욱. 이번에도 전시를 보는 동안에는 오디오 가이드를 듣지 않고 집에 와서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들었다.
인물의 표정과 상황을 통해 감정이 잘 드러나는 <쇼핑하는 여인>, <젊은 연인>은 해설과 내 감상이 비슷했지만 그게 아닌 모호한 작품들은 투머치하게 들리기도 했다. 론 뮤익 같은 작가의 작품들은 그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보다는 봤을 때 바로 느껴지는 감상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마스크 II>를 보고 같이 간 친구한테 되게 맛있게 잔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는데, 정작 오디오 가이드에서는 자의식을 배제한 상태를 암시하는지도 모른다라는 심오한 해석을 들려줘 머쓱해졌다.'
'<치킨 / 맨> 속 닭과 대치하는 노인의 노화가 온 신체부터 등에 난 검버섯, 살짝 들린 뒤꿈치까지 어느 것 하나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5전시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매스>는 큰 두개골들을 바닥부터 맨 위에 달린 창문까지 전시함으로써 그로테스크함과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바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을 자아낸다. (제일 사진 찍기 좋은 스팟이라 그런지 그로테스크함을 느끼기 무섭게 사람들을 헤치고 출구로 나가기 바쁘지만.)
해가 지고 나서 어두워졌을 때 방문한다면 더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월요일에 방문했음에도 전시가 이제 막 시작돼서 그런지 관람객들이 많았다.
특히 지하 전시실과 연결된 6전시실은 원래도 크기가 작은데 입구 쪽에 가까이 가서 봐야 두상이 보이는 <어두운 장소>가 설치되어 있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줄로 붐볐다.
지하 전시실은 작품을 만든 과정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아무 형상도 없던 재료가 론 뮤익의 손을 거치자 생명력을 가지는 것처럼 보여 신기했다.
론 뮤익 전시는 7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 1층, 5-6전시실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