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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 이 기사는 <낭만 발레의 극치,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첫 공연의 막이 오르다>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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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지젤>은 테오필 고티에와 베르노이 드 생 조르주의 기본적인 대본과 아돌프 아당의 음악, 그리고 장 코랄리와 쥘 페로의 안무로 1841년 6월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1789년 시작된 프랑스 대혁명부터 파리 코뮌 시기까지의 기나긴 프랑스 혁명사 속에서 발레의 중심이 프랑스에서 러시아로 넘어가게 되면서 <지젤>의 전체적인 원본 안무는 소실되었고, 결과적으로 1860년 마리우스 프티파가 기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던 마임을 적절하게 줄이면서 새롭게 안무한 버전이 현재 통용되고 있는 다양한 <지젤> 버전의 초석이 되었다. 러시아에서 새롭게 전성기를 맞은 <지젤>은 20세기 초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를 통해 현재 발레의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들과 함께 <지젤>은 유럽으로 다시 재-수입되며 현재까지 낭만 발레의 대명사로 통하게 되었다.

 

발레 <지젤>의 이러한 국경을 넘는 역사 속에서, 유니버설발레단(UBC)은 1985년 초연 이후 마린스키 발레단(그 당시 키로프 발레단)의 예술감독 출신 올렉 비노그라도프의 영향으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과 같은 버전으로 <지젤>을 공연하고 있다. 국립발레단(KNB)은 2002년까지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버전(안무가 마리나 콘드라체바 버전)을 차용했지만, 2011년 당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부감독이었던 파트리스 바르가 재안무한 버전을 새롭게 채택해 지금까지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 이후 <지젤>이 구현하는 고전적인 형식미와 낭만주의 발레의 매력으로 인해 <지젤>의 두 버전은 모두 한국 발레의 양대산맥인 두 발레단의 장기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같은 고전에 속하는 발레 작품이 각각 마린스키 발레단 버전과 볼쇼이 발레단 버전으로 나뉘지만 결국 러시아 발레의 특성을 이어받은 것과 달리, 발레 <지젤>의 경우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버전을 따르는 유니버설발레단과 프랑스 POB의 버전을 따르는 국립발레단으로 나뉘며 그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의상 역시 국립발레단은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의상을 만드는 디자이너에게서, 유니버설발레단은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색감과 질감의 차이가 극명하다. 러시아 발레가 화려함과 스펙타클을 강조하며 고전 발레의 명가로 통한다면, 프랑스 발레는 조금 더 섬세하거나 현대 발레의 최신 담론을 반영해 모던과 네오 클래식 발레를 조금 더 시도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국립발레단의 파트리스 바르 버전이 시기상 더 늦게 재안무되었기 때문에 다른 버전들에 비해 여러 추가적인 설정들이 붙여져 있다.

 

 

 

덧붙여진 설정 속 1막, 골격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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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지젤>의 1막은 여름과 가을 사이의 포도 수확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독일 라인 강변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농업을 주된 일거리로 삼는 마을의 일상적인 정취 속에서 농민들의 군무를 포함한 여러 춤을 즐길 수 있다. 이때, 두 발레단의 경우 이러한 분위기를 구현함에 있어서 무대 세트와 의상의 전반적인 차이가 있다. 전반적으로 세트와 의상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이 국립발레단보다 명도와 채도가 높고, 특히 주인공 ‘지젤’의 의상(로맨틱 튀튀)의 경우 UBC는 진한 파랑색이라면 국립발레단은 하늘색에 가깝다. 후반부 바틸드와 지젤의 의상적 대비 역시 유니버설발레단은 다양한 무늬와 장식으로 바틸드의 옷을 표현해 질감의 대비를 보여준다면, 국립발레단은 단색이지만 진한 남색의 상의와 붉은 색의 치마로 바틸드의 옷을 표현해 색감의 대비를 더욱 강조한다.

 

서곡이 끝나고 막이 오르면, 시골 마을의 정경과 포도 수확 철을 맞아 풍요로운 분위기에 차 있는 농민들의 모습이 무대 위에서 묘사된다. 이때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알브레히트의 앙트레(entrée)가 있기 전, 귀족의 겉옷을 입고 있는 알브레히트와 그의 시종 윌프레드의 모습이 스치듯이 지나가고, 알브레히트의 앙트레는 평민 옷으로 완전히 변복한 그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반면 국립발레단에서는 귀족의 겉옷을 걸친 상태로 앙트레에서 알브레히트가 처음 등장하고, 자연스럽게 귀족의 겉옷을 윌프레드에게 넘겨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 이후 문을 열고 나온 지젤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꽃잎을 따면서 점을 치는 등 두 발레단 모두 기본적인 흐름은 동일하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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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젤의 어머니가 지젤에게 계속 춤을 추면 심장이 멈출 수도 있고, 죽어서 처녀 귀신인 윌리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를 하는 것은 두 발레단에서 모두 유사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바르 버전의 국립발레단은 그 이후 조명이 어두워지고 지젤의 어머니로 시선이 집중되며 윌리의 존재를 마을의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 지젤의 어머니가 최종적으로는 알브레히트 앞에서 이를 경고하듯이 말함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복선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바르 버전은 마임이나 드라마적 요소를 강화했고, <지젤>을 구성하는 젠더와 계급, 그리고 낮과 밤, 마을과 무덤, 물질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유령, 윌리)이라는 여러 이항대립적 코드를 더욱 강조했다.

 

농민들의 춤이자 전형적인 디베르티스망인 ‘패전트(peasant) 파 드 되’의 차이점 역시 중요하다. 우선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귀족들이 퇴장하고 그 이후에 농민들의 춤이 진행되지만, 국립발레단에서는 패전트 파드되가 진행될 당시 귀족들을 맡은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서 존재하고 있다. 또한 유니버설발레단은 기존의 파 드 되를 추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 2인 이외에 두 페어가 등장해 2인무 이후 또 다른 발레리나 2인과 발레리노 2인이 각각 추는 안무로 이어지며 기존의 파드되를 췄던 두 사람의 바리에이션도 포함되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 최종적으로는 ‘파 드 시스’(6인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립발레단의 경우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2인무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앞뒤로 발레리나 6명의 군무와 어우러진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국립발레단에서는 ‘패전트 파드되’ 이후 귀족들이 퇴장한 후 이루어지는 농민들의 군무와 지젤 바리에이션 등 여러 다양한 춤들에 알브레히트의 솔로가 추가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 놓치면 안되는 포인트 중 하나는 바틸드에게 받은 목걸이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지젤의 모습만 묘사하는 유니버설발레단과 달리 국립발레단에서는 지젤이 이를 알브레히트에게도 보여줌으로써 무대를 휘감는 긴장과 불안이 더욱 짙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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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발레단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국립발레단의 파트리스 바르 버전에서 알브레히트의 약혼자인 바틸드와 지젤이 이복자매라는 설정이다. 국립발레단에서 바틸드의 아버지인 ‘쿠르랑드 공작’은 과거 평민이었던 지젤의 어머니에게 초야권을 행사했다는 설정으로, <지젤>의 기존 버전에서 지젤의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해 재안무를 진행할 때 새로운 설정을 추가한 파트리스 바르의 상상력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같은 신분의 대립을 가족이라는 소재를 통해 더욱 강화해서 보여주는 장치가 되며, 국립발레단의 쿠르랑드 공작은 이를 눈치채고 지젤의 턱을 들어올리며 얼굴을 확인하는 연출이 스치듯이 존재한다. 반면 마리우스 프티파의 원전 안무와 설정에 충실한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이러한 설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콘라드 백작’은 그저 바틸드의 아버지로만 존재하고, 따라서 유니버설발레단의 버전에서는 콘라드 백작의 바틸드를 향한 부성애와 지젤의 어머니의 지젤을 향한 모성애가 대립한다면 국립발레단에서는 이러한 대립이 한번 더 꼬이면서 복잡하게 교차된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파트리스 바르 버전은 이러한 설정으로 인해 바뀐 장면이 거의 없고 단순히 쿠르랑드 공작이 지젤을 눈여겨 보는 것이나 지젤 어머니의 표정 연기 같은 연출적인 부분으로만 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무대에서 이러한 설정을 알아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젤> 1막의 하이라이트는 (루이스Loys로 이름을 속인) 알브레히트가 바틸드의 약혼자임을 알고 정신을 잃은 지젤이 보여주는 ‘매드 씬’(Mad scene)이다. 왜 이러한 (평민의) 차림새로 나왔냐는 바틸드의 물음(마임)에 잠시 머리를 식히러 놀러 나왔다는 마임을 하는 알브레히트와, 바틸드의 손등에 키스하는 알브레히트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지젤은 바틸드에게 묻는다. 이때 유니버설발레단의 알브레히트는 이러한 상황을 외면하지만 국립발레단의 알브레히트는 바틸드가 알브레히트가 자신의 약혼자임을 밝히기 직전 말하지 말아달라는 제스쳐를 취한다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매드 씬’의 도입 전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은 충격을 받고 어머니 앞에 쓰러지면서 이때 지젤 어머니 역할을 맡은 무용수가 지젤의 머리 장식을 자연스럽게 제거해주지만, 국립발레단의 경우 지젤 역할을 맡은 발레리나가 쓰러지기 직전 머리를 푼다는 차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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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매드 씬에서 지젤의 구체적인 행동들, 예를 들어 꽃점을 따는 것을 반복하거나 알브레히트의 칼을 들거나 하는 것은 유사하지만 파트리스 바르 버전은 더 많은 추가적인 연출이 등장한다. 알브레히트의 것이라며 귀족의 칼을 보여주는 알브레히트의 말을 듣고 지젤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을 때 지젤을 중심으로 무대 속 모든 인물들의 행동이 멈추는 이색적인 연출과 지젤이 목걸이를 집어던지고 머리카락을 풀었을 때 지젤을 제외하고 잠시 암전에 가깝게 조명이 꺼지며 미쳐가는 지젤에게 관객의 시선이 집중되게 하는 연출 역시 가존 버전과 다르다. 또한 매드씬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젤의 죽음 이후 조명을 통한 시각적 강조 효과가 더욱 강화되고, 막이 내려가기 직전 암전이 되었다가 다시 밝아진 후 마치 사진처럼 그 멈춤의 순간이 관객에게 재현된 이후에 1막의 막이 내려가는 연출 또한 파트리스 바르 버전의 특징이다.

 

이처럼 국립발레단이 차용한 파트리스 바르 버전의 <지젤>은 여러 버전이 있는 예술 작품의 전형적인 ‘후발 주자’가 그러하듯이 드라마적인 요소와 디테일한 포인트들이 추가되었다. 따라서 마리우스 프티파의 원전 안무에 충실하고 추가적인 설정이 없는 마린스키 버전에 기초하고 있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작품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다보면 다소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UBC만의 특색을 찾아보자면, 1막에서 알브레히트의 시종 윌프레드의 역할과 연기에서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초반 변복을 하고 지젤에게 가는 알브레히트를 만류하는 등 기본적인 역할은 동일하지만, 귀족들이 온 후 알브레히트를 염려해 귀족들이 왔다는 표시로 뿔피리를 걸어주기까지의 과정과 표정 연기가 더욱 강화되었다. 또한 혹시 모를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알브레히트가 귀족들과 만나지 못하도록 빨리 대피시키려 하거나, 매드 씬이 진행되는 동안 알브레히트를 보필하는 등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에서는 <라 바야데르>의 탁발승마가다베야가 그러했던 것처럼 윌프레드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었다.

 

 

 

윌리들의 음산하지만 우아한 발레 블랑 속 2막의 구체적인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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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의 2막은 1막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백색 로맨틱 튀튀의 외양을 한 윌리라는 존재를 통해 음산함과 신비로움을 구현한다. 윌리의 존재는 물질적 육체성이 사라진 뚜렷한 영혼이자 귀신이라는 점에서, 같은 발레 블랑(ballet blanc)으로 꼽히는 <라 바야데르> 3막 ‘망령들의 왕국’ 속 환상이 투영된 ‘이미지’이자 원본을 담보할 수 없는 ‘그림자’로 존재하는 쉐이즈(shades)들과는 구분되고, 인간성을 가진 채 백조가 된 인간과 백조의 중간 형태인 <백조의 호수> 속 오데트와 백조 무리들과도 차이가 있다. 2막의 막이 올라가면 지젤의 무덤을 찾아온 힐라리온으로 시작된다. 이때 국립발레단에서는 힐라리온을 제외하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등장하며, 밤이 되었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신비롭지만 마치 경고를 하는 듯한 ‘도깨비불’이 나타나자 힐라리온에게 가야 한다고 말리지만, 힐라리온이 사랑하는 이가 죽었음을 알리며 남겠다는 뜻을 전하는 마임을 하자 그들은 힐라리온을 설득하길 포기하고 떠나게 된다. 반면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이러한 이들이 등장하지 않고 단지 무덤가에 찾아온 힐라리온이 다소 많은 불빛에 휩싸이는 과정 이후에 미르타와 윌리들의 춤이 시작된다.

 

무대의 차이 역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국립발레단의 무대에서는 지젤의 무덤임을 알리는 십자가만 무대 하수의 앞쪽에 존재하지만,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미르타를 포함한 여러 무덤들이 존재한다. 특히 이는 미르타의 등장에 있어서 중요한 차이를 불러오는데,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베일을 쓴 미르타가 무대 중앙에 있는 무덤의 십자가 비석 뒤에서 처음 등장하지만, 국립발레단에서는 처음부터 무대의 옆에서 베일을 쓴 채 등장한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윌리의 군무를 구성하는 인원 수의 차이 역시 다른데, 미르타와 두 윌리(리드 윌리)를 제외하고 2020년 이후 공연을 기준으로 UBC는 18명, 국립발레단은 24명의 발레리나가 투입된다. 그리고 윌리가 된 지젤의 첫 등장 역시 국립발레단에서는 베일을 쓴 지젤이 윌리들의 집합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지만,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지젤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는 십자가가 회전하며 베일 없이 등장한다는 점도 중요한 연출적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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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의 2막의 구성은 두 발레단의 버전을 포함한 마리우스 프티파 기반 안무에서는 거의 유사하다. 사실, 파격적인 재해석을 시도한 마츠 엑의 <지젤>이나 그램 머피의 <지젤>이 아닌 이상 흰 로맨틱 튀튀를 입은 윌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여러 <지젤>의 버전들의 차이는 단지 연출적인 차이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2막이 시작된 후 힐라리온의 등장, 미르타와 윌리들의 춤, 알브레히트의 등장으로 이어지며 그 이후 힐라리온의 죽음과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그랑 파드되, 그리고 알브레히트의 심장이 멎기 직전 울린 종으로 인해 윌리들이 퇴장하고 결말을 맞는 흐름은 동일하다. 이때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연출적 차이가 있다면, <지젤>에 등장하는 세 꽃, 꽃점을 치는 용도로 쓰는 1막의 데이지와 알브레히트와 지젤의 백합, 그리고 미르타의 로즈마리를 프로그램북이나 사전 해설에서 설명해주는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사랑의 힘으로 인해 미르타가 들고 있는 로즈마리 꽃이 꺾이는 연출이 더욱 극적으로 표현된다. 국립발레단에서는 위로 뻗은 로즈마리 가지가 단순히 미르타의 손에서 아래로 떨어진다면, UBC는 미르타가 들고 있는 로즈마리 가지가 중간에 반으로 ‘부러지는’ 연출을 활용하며 이를 마주하는 미르타의 표정 연기가 더욱 강조된다. 또한 알브레히트를 죽이려는 윌리들에게서 알브레히트를 보호하기 위해서 지젤이 알브레히트를 십자가로 데려간다는 것이 사전 해설에서 명시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국립발레단이 윌리 군무에 참여하는 발레리나의 수가 더 많기 때문에 윌리들의 대형이 더욱 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발레 <지젤>의 결말은 날이 밝아온 뒤 윌리들과 함께 지젤이 떠나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속죄와 회한의 감정을 느끼는 알브레히트의 모습이다. 점차 무대가 밝아지며, 지젤이 무덤가로 사라지고 지젤을 붙잡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모두가 떠나고 유일한 인간인 알브레히트가 무덤가에 혼자 남겨지며 막이 내리는데, 이때 구체적인 알브레히트의 행동은 발레단뿐만 아니라 무용수마다 다르게 나타나지만 전반적으로 2막 초반에 본인이 가져와 지젤의 무덤가에 놓여있던 백합꽃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백합 꽃을 품에 안고 무대에 흩뿌리거나, 백합 꽃 한 송이를 무덤가에서 들어올리는 알브레히트도 있고, 백합 꽃이 뿌려진 무덤가 앞에서 오열하는 알브레히트도 있다. 어떠한 엔딩이든 지젤의 숭고한 사랑을 깨달은 알브레히트의 절망과 절규, 후회와 눈물은 동일하다는 점에서 발레 <지젤>은 계속 보아도 그 감동이 닳지 않는 작품이다.

 


* 본 기사문에 사용된 사진의 출처는 유니버설발레단 공식 홈페이지와 국립발레단 공식 홈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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