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_표1(평면, 띠지).jpg

 

 

2025년 4월 18일 출간 예정인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것이 좋다'를 좋은 기회에 제공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아직 출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자연/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이자 신간 순위 5위를 달성했기에, 왜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일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책은 총 7장과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장 | 예술의 해부', '2장 | 감각으로 느끼는 예술', '3장 | 마음의 상처 회복하기', '4장 | 몸을 치유하기', '5장 | 교육과 예술의 상관관계', '6장 | 잘 사는 삶', '7장 | 예술로 하나 되기', '결론 | 미래의 예술'의 목차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 '4장 | 몸을 치유하기'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따라서 해당 내용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1. 심장 세포도 음악을 듣는다?


 

 

p.152-155 "한데 스탠퍼드대학교 동료인 음향생명공학자 우트칸 데미르치가 우 교수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심장세포를 소리로 움직여보자는 것이었다. 데미르치는 겔화한 물질에 심장 세포를 주입한 다음 음향을 조작해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음파를 생성했다. 그러자 세포들은 겔을 관통하는 파동을 타고 움직여 놀라운 패턴을 만들어냈다. 데미르치와 우 교수가 시도한 작업은 '사이매틱스'로 음향 주파를 시각화하는 과학이다."

 

 

심장 세포는 매우 특수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배양도 복잡하고, 기준보다 밀도가 조금만 더 높아지면 세포가 호흡을 못해 죽을 수 있고, 기준보다 밀도가 조금만 더 낮아져도 세포들이 동시 동작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심장 질환에 걸리게 되면, 심장 이식을 하거나 심장 이식을 하더라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이때 책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에서는 심장 조직을 배양하는 데에 음악을 사용한 사례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소재 공학 이론과 생물학,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져, 음악 파동을 흘려보내면 심장 세포가 정상적으로 동시 동작하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론을 '사이매틱스'이론이라고 합니다.

 

책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는 꼭 뇌과학에만 국한된 책이 아니었습니다. 존스홉킨스 의대 출신 의사 수전 매그세먼은 다양한 질병을 예술과 연계하여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심리학을 미술과 연관지은 책인 줄 알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질병을 예술과 연계하고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2. 고통에는 신체적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다


 

 

p.160 "예술은 아이들이 쓴느 비밀 언어와 같습니다.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지하거나 소상히 전달할 언어능력과 발달 수준을 갖추지 못한 아이들에게 예술은 대체 불가능한 표현 수단이죠. 예술은 물론 모두를 위한 언어지만, 특히 아이들에게 말이 안 떠오를 때 좋은 표현 수단이 되어줍니다."

 

 

에비게일 엉거는 미국 최초로 설립된 버팔로 호스피스 완화 케어에서 '표현 치료팀'을 이끌고 있는 의사입니다. 작가 수전 매그세먼은 고통에도 종류가 있음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을 돌보는 병원에서는, 아이가 신체적 고통 떄문에 힘들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합니다. 한 일화로 '이언'이라는 아이는 치료를 받으며 너무 아프다며 호흡곤란까지 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의료진 관점에서 통증이 심해질 원인이 없었기에 진통제도 소용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에 예술치료사를 파견하여 조사한 결과, 아이는 신체가 아파서 호흡곤란이 왔던 것이 아니라,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과 몸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불안해서 호흡곤란과 고통이 왔던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미술은 심리학을 파악하는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미술 치료'라는 분야가 따로 있을 정도로 발달한 학문입니다. 누군가는 '그거 아무 근거 없는 거 아니야?'라고 할 수 있지만, 책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에서는 '인지적 비축분'이라는 개념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인지적 비축분이란, 뇌에 손상이나 기능 저하로부터 기존 기능을 보존하려는 특성이 있으며, 뇌의 회복력을 기르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는 이론입니다. 이때 인지적 비축분 이론에서 뇌 회복력을 높이는 데에 예술적 자극들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3.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탱고춤을


 

 

p.180 "파킨슨병 환자는 보행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자동 운동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기저핵의 신경이 손상되어 도파민 레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걷기라는 인간의 본능적 움직임이 약화되는 것이다. 도파민 감소가 동작을 제한하는 비정상적 신경 작용을 촉발한다고 보면 된다....춤은 앞서 설명했듯 기저핵과 소뇌, 운동피질을 포함해 뇌의 여러 영역을 작동시킨다. '파킨슨병을 위한 춤'은 2001년 문을 열었는데, 8년 동안 강사들이 증언한 성과에 놀란 과학자들이 춤이 정확히 어떻게 파킨슨병 증상 완화를 돕는지 연구에 들어갔다...몸의 떨림이 감소했고, 파킨슨병으로 굳어졌던 얼굴 표정도 나아졌다고 말했다."

 

 

책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에서는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탱고춤을 교육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때 뇌과학적으로 탱고춤이 효과가 있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먼저, 균형과 무게중심 이동에 고도로 집중해야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파트너와 다음 박자에 어디로 갈지 인지절 결정을 빠르게 내려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신경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탱고춤은 혈행과 뇌파 활동을 촉진하는 기제와 기분 좋아지는 신경화학물질(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엔도르핀)을 촉진하는 기제를 매핑한다고 합니다. 또한, 춤은 장기 기억 분야의 뇌와 공간 인지 분야의 뇌 사이에 연결 신경 회로를 만들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춤이 신경학적으로 인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신경과학자들에 의해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앓고 있는 환자에게 춤을 가르친다거나 음악을 들려준다고 하면 비웃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당 병 앓고 있는 환자들을 돌보던 간병인들은, 음악을 들려주는 등의 시도를 했고, 효과가 있는 것이 보이자 과학자들도 이를 연구했고, 지금은 아예 병원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해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대목이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하면 '그 방법이 들었으면 진작에 했겠지'라며 무시하곤 합니다. 그러나 작은 의견도 귀기울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꼭 위 사례처럼 병원이 아니어도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론, 소외된 의견 등도 존중해줘야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결론과 미래 예술



[크기변환]뇌구조 사진.png

 

 

책에서는 결론 부분에 '미래의 예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점차 '감각해석력'이 중요해진다고 하였습니다. 감각 해석력이란, 우리가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를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으로,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의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같은 환경이라도 풍부한 자극이 있는 환경은, 우리의 뇌에 감각자극을 제공하고 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감각 자극이 단순히 '자극'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뇌에 저장하고 다양한 감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의미 부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표지판을 보고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군'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이 표지판은 화장실을 의미하는 군. 이 쪽으로 가면 화장실이 있겠군. 화장실 표지판의 디자인이 장소마다 다르군. 전에 갔던 화장실은 ~~'처럼 하나의 자극이 해석을 거쳐 뇌의 여러 분야 (기억, 시각 자극, 공간 자극 등)로 뻗어나갈 수록 뇌는 활성화됩니다.

 

미래 예술이 질병에 도움이 되려면, 일차적으로는 예술을 많이 향유하되, 동시에 그 예술 속 의미를 보는 노력도 해야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에 치여 살아가곤 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미술관이나 오케스트라도 가보고, 그에 담긴 의미를 듣는 도슨트 등도 들어보면서, 우리 뇌를 활성화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각종 질병을 앓는 사람들도, 겉으로는 아무 반응이 없는 것 같아도 뇌에서 자극들이 활성화될 수 있고, 질병 없는 건강한 사람들도 예술을 향유하며 질병을 미리 예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개해드린 '4장 | 몸을 치유하기' 외에도 책에서는 교육,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도 깊이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자세히 적혀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던 책이라 추천드립니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