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아이유 가사 필사집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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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가사 필사집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아이유는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 가사에 녹여내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에 지난달 25일, 삼호ETM에서 '아이유 가사 필사집'이 출판되었고, 하루만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여성 솔로 스타 가수 아이유의 영향도 있겠으나, 해당 도서가 그렇게 잘 판매가 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었습니다. 아이유의 팬 의견을 적극 반영해 제작되었던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입니다. '사랑히 적어둔 글씨' 챕터에서는 아이유의 팬덤인 '유애나'들이 아이유에게 보내는 편지를 수록하였습니다. 또한, 책 안에는 아이유의 곡을 피아노로 연주한 커버 음원을 QR코드로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심한 디테일이 더욱 '아이유 가사 필사집'의 흥행에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때 '아이유 가사 필사집'에 수록된 63곡의 가사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를 통해 정식 승인됐으며 저작권료는 모두 저작권자인 아이유에게 지급됩니다. 노래 가사에도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노래 가사를 저작권자 허락 없이 공유하거나 임의변경하여 공유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유가 직접 작사한 노래들을,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의 승인을 사전에 받아, 법적인 문제가 없도록 사전에 조치한 것 또한 '아이유 가사 필사집'의 인기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효리네민박애서 책을 읽는 '이지은'
사람 '이지은'의 이야기
1) 잠이 들지 못하는 새벽에
해가 뜨면 흔적없이
모두 잊혀지겠지
조금 무거워진 머리엔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
일렁이는 자동차들
불빛을 세어봐도
세상엔 나뿐인듯해
4AM Never end
시곗바늘만 바라보네
연락할 누군가도 없이
- 4AM 中
아이유는 힐링캠프 예능에서 다음과 같은 인터뷰 대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가세가 기울면서 집없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어요. 그때는 내가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그러니까 다른 애들이 하는 것처럼 놀거나 삐뚤어지면 그러면 난 끝이겠구나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돌아갈 집이 없으니까요. 제 친구들 중에서도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에 재밌게 놀고 공부안 한 친구들도 집이 있는 애들은 결국 자기 자리를 찾아가요. 근데 돌아갈 집이 없는 친구들은 계속 방황해요. 그런 걸 보면서 나는 어쨌든 지금 집이 없는 상황이니까 내가 여기서 정신줄 놓으면 영영 돌아갈 곳이 없겠구나 라고 생각을 해서 그거는 놓지 말자고 생각했었어요. (중략) 그때 당시에는 음악을 듣고 노래를 듣고 연습실에 처박혀 있는게 힐링이고 안식처이고 이런 걸 다 떠나서 그냥 현실도피였던 거예요.'
이처럼 스타 아이유가 되기 이전, '이지은'의 어린 시절에는 갈 곳이 마땅치 않으니 연습실에서 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고민이 많은 날에는 잠에 못드는 날들이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노래 4AM의 가사 속에서 '조금 무거워진 머리엔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은 많은 잠 못 드는 이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2)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떠오를 때
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 무릎 中
아이유는 예능 '아이유의 사전' 코너에서 '할머니'라는 단어는 '항상 내 옆에 계신 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바쁘셨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와 살았던 경험을 언급합니다. 만약 할머니가 없었다면 지금과는 자신의 모습이 많이 달랐을 것이라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할머니와의 애정을 드러내며,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노래 '무릎'도 할머니를 떠올리며 만든 곡으로, 가사 중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라는 부분은 따뜻한 할머니의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3) 나 자신을 사랑해주는 방법
안녕 나의 주인공 그래
너를 만나러 나
짜잔 우아하게 등장!
바로 이 하루 이 지금 우리
눈부셔 아름다워
나는 확실히 알아
오늘의 불꽃놀이는
끝나지 않을 거야
우우우 우우우
우우우 우우우
더 놀라운 건 지금부터야
- 이 지금 中
아이유의 유튜브 채널 이름은 '이지금[IU Official]'입니다. 여기에 담긴 의미는 대략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이지은'이라는 본명에서 '은'을 silver로 보아, 더 좋은 '금' gold로 설정을 하여 '이지금'이라 한 바 있습니다. 둘째, '지금' now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바 있습니다. 노래 '이 지금'도 비슷한 맥락으로, '바로 이 하루 이 지금 우리 눈부셔 아름다워'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노래는 자기 자신을 만나러 온 미래에서 온 '나'를 화자로 설정하고 있으며, '지금부터가 더 놀랍다'며 앞으로의 삶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4) 가끔은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기를 쓰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냐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럼에도 역시 완벽하군 나의 여인 um
여전히 무수한 빈칸들이 있지
- unlucky 中
어느 날은 행복하지 않은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인생이 불행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한 삶의 여러 날 중에 몇몇 날은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전히 무수한 빈칸들이 있지'처럼 삶에서 변수가 있을 지라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5) 혼란스러운 나일지라도, 그냥 나야
뭐든 한 쪽을 골라
색안경 안에 비춰지는 거 뭐 이제 익숙하거든
Check it out
겁나는 게 없어요
엉망으로 굴어도
사람들은 내게 매일 친절해요
인사하는 저 여자
모퉁이를 돌고도 아직 웃고 있을까
늘 불안해요
난,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요
아니, 아니 물기 있는 여자가 될래요
아 정했어요 난 죽은 듯이 살래요
아냐, 다 뒤집어 볼래
맞혀봐
어느 쪽이게?
얼굴만 보면 몰라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는 일
아주 간단하거든
- 스물셋 中
아이유는 데뷔 초, 실제로는 배우 수지와 친구여서 예능 승승장구에서 같이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팬들 사이에서는 은근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이에 수지 팬과 아이유 팬이 나뉘어지면서, 몇몇 수지 팬 중 아이유의 안티 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후 안티팬이 사그라드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미니 4집 챗셔'라는 앨범 속 '제제'라는 곡에서 아이유의 의도와 다르게 가사와 앨범 커버 작업이 해석되면서 논란이 있었고, '미니 4집 챗셔'의 타이틀곡 '스물 셋'의 뮤비에서는 기존 아이유의 귀여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여성스러운 모습을 담고 있어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이때가 두 번째로 안티 팬이 생기기도 했던 시기입니다.
사실 '미니 4집 챗셔'는 아이유가 프로듀싱에 참여 영역을 확대한 의미있는 앨범이었습니다. 그 중 타이틀곡 '스물셋'은 23세에 느낄 수 있는 혼란스러움을 잘 표현함으로써, 당시에는 이전 아이유의 흥행곡에 비해 비교적 성적이 저조한 듯 보였으나, '매년 23세가 되면 듣게 된다'는 평을 들으며 역주행을 한 곡입니다.
6) 먼저 떠난 친구에 대한 그리움
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 봐
숨죽여 쓴 사랑시가
낮게 들리는 듯해
너에게로 선명히 날아가
늦지 않게 자리에 닿기를
I'll be there 홀로 걷는 너의 뒤에
Singing till the end 그치지 않을 이 노래
아주 잠시만 귀 기울여 봐
유난히 긴 밤을 걷는 널 위해 부를게
- love poem 中
아이유는 연예인의 자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느꼈습니다. 이때 love poem 곡은 미니 5집 앨범을 준비하던 중, 친구 설리의 죽음으로 뒤늦게 추가한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추모의 의미를 담았기에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피아노 연주로 음악이 시작됩니다. 노래 가사 속에서 '유난히 긴 밤을 걷는 널 위해 부를게'라는 구절은 그리운 마음과 친구가 이제는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이 함축적으로 담겨있습니다.
7) 자기 혐오를 어떻게 수용해나갈 것인가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
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밤이 되면 서둘러 내일로 가고 싶어
수많은 소원 아래 매일 다른 꿈을 꾸던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중략)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더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두 번 다시 날 모른 척 하지 않아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매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 아이와 나의 바다 中
때때로 거울을 보기 싫을 정도로 내 자신이 미워질 때가 있습니다. '왜 이것밖에는 하지 못할까', '나는 남들보다 너무 못난 것 같아'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스타 아이유는 화면에서 밝게 웃고 있지만 때때로 사람 이지은은 가끔 '자기 혐오'로 고통 받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노래 가사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더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또다시 헤매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처럼, 방황을 해도 다시 중심을 잡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사람 이지은은 '일기'를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그 일기가 또 노래 가사가 되기도 한다고 한 바 있습니다.
8) 선은 잘 지켜주세요
쟤는 대체 왜 저런 옷을 좋아한담?
기분을 알 수 없는 저 표정은 뭐람?
태가 달라진 건 아마 스트레스 때문인가?
걱정이야 쟤도 참
Yellow C A R D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beep
매너는 여기까지 it's ma ma ma mine
Please keep the la la la line
- 삐삐 中
재미있는 박자와 말장난이 섞인 노래 '삐삐'는 사실 남들의 지나친 간섭에 선을 긋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쟤는 대체 왜 저런 옷을 좋아한담? 기분을 알 수 없는 저 표정은 뭐람? 태가 달라진 건 아마 스트레스 때문인가? 걱정이야 쟤도 참'이라는, 근거 없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들에 대해 아이유는 경고 카드(yellow card)를 꺼냅니다. '옐로 카드'가 아닌 '옐로 씨C 에이A 알R 디D'라고 발음하며 재미있는 박자를 만들어 내어 많은 이들이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던 노래입니다.
*
지금까지 아이유의 가사들을 살펴보면서, 스타 아이유의 내면 속에 자리잡은 사람 이지은의 이야기를 알아보았습니다. 평소 싱어송라이터 아이유의 팬이었기에, '아이유 가사 필사집'이 나온다는 소식이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가수 아이유가 좋은 가사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지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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