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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근디 혼혈도 무당 할 수 있나? - 월남보살 [영화]

참외건 망고건 둘 다 노랗고 동그란 거 아니겠습니까

by 조유진 에디터
2026.08.01 12:47

다른 국적을 가진 부모님 밑에서 자라난 혼혈 2세대가 신내림을 받게 된다면, 어느 국적의 신을 받아야 할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문제임에도 듣자마자 '그러게? 정말 어느 쪽의 신을 받아야 하지?'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는 영화, 월남보살은 내림굿을 받는 주인공 수연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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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며


 

2026년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제22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품행제로’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월남보살은 김근호 감독이 만든 24분짜리 단편 영화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지방 소도시에 살고있는 한국-베트남 혼혈아인 수연은 신병을 앓게 되고, 해결 방안으로 내림굿을 받게 된다. 그러나 굿판 도중 수연에게 베트남의 신이 강신하게 되고, 수연은 그 일을 계기로 혼란을 겪게 된다. 한국에 사는 한-베 혼혈아가 내림굿을 받을 수 있는가부터 한국에서 베트남 신을 모셔도 되는지를 두고 공판이 벌어지게 되고. 수연은 친구들과 함께 한국 국적의 신을 직접 불러들이는 ‘셀프 내림굿’을 치르기로 결심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디아스포라란


 

월남보살은 드라마, 오컬트 장르에 속하는 작품이다. 동시에 디아스포라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때 디아스포라란 무엇일까. 디아스포라(Diaspora)는 ‘씨앗을 뿌리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민족이나 집단이 고향을 떠나 타지로 흩어져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렇게 형성되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본래 디아스포라는 바빌론 유수와 로마 제국의 탄압으로 인해 고향 팔레스타인을 떠나 곳곳으로 퍼져 나가게 된 유대인들을 가리킨다. 타지에 뿌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와 문화적인 정체성을 간직했던 것이 바로 디아스포라의 시초가 되었다.

 

그러나 태어난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당연했던 과거의 씨족 사회와 달리, 오늘날 교통과 언어는 발달하고 발전하여 이젠 우리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렵지 않게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집을 찾아 머나먼 곳으로, 심지어는 다른 나라로 떠나기가 한결 쉬워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대의 디아스포라는 확장되고 변화하여 다양한 이유로 고향을 떠나게 되는 민족과 집단을 의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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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보살 속 베트남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수연도 이러한 디아스포라 적인 삶을 살게 된다. 신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는 무당의 말에 내림굿을 받게 되지만, 막상 수연의 몸에 내려앉은 것은 “Xin chào (신짜오)”라고 인사를 건네는 베트남 신이다. 그 장면을 목격한 마을 사람들은 기함을 감추지 못하고, 내림굿을 하던 무당 또한 혀를 끌끌 차며 “딱한 것, 네가 가지고 태어난 네 피를 탓해.”라는 욕설을 내뱉는다.

 

그런 딸의 모습을 마주한 부모님은 결국 수연을 위해 한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가고자 하는 계획을 세운다. 자신의 신병으로 인해 생이별을 마주한 부모님을 보며 수연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아버지의 고향 한국에서 계속 살아도 될지, 언어도 통하지 않지만, 어머니가 나고 자라온 베트남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지,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은 과연 어느 쪽에 속하는지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단순하게 국적으로 이름 지을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탐구하고 고민하는 동안 수연은 세계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스스로 정의한다.

 

 

 

내면 속의 태풍을 받아들이는 통쾌한 방법


 

여기서 영화는 수연이 가지는 혼돈에 대해 유쾌하게 묘사한다. 수연의 국적이 어떻든 간에, 어디서 자랐고, 모국어가 무엇이든 간에 그녀는 고등학생이다. 낙엽이 굴러가기만 해도 깔깔댄다는 청소년 말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를 좋아하며 어른과 아이의 중간에 위치하는 청소년은 전 세계의 지구인들이 모두 겪어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런 청소년의 눈앞에 다가오는 현실에 대하여 영화는 무겁고 외롭다기보다는 유머러스하게 대처한다. 


내림굿을 받는 과정에서 수연은 망고와 참외를 동시에 든다. 노란색이고 타원형이라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두 과일은 한국과 베트남을 상징하는 토속적인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나라의 피를 모두 이어받았으며 부정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수연의 운명에 대해 작품은 두 가지 과일로 재치 있게 은유한다. 


덧붙여 주목해 볼 점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해석이다. 신병을 고치려면 베트남 신 대신 한국 신을 받아들이는 내림굿이 필요하지만, 이를 맡아줄 무당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이때 수연과 친구들이 자문을 요청하는 곳은 다름 아닌 Chat GPT이다. 내림굿을 행하는 장소는 한적한 독서실로, 모셔 올 신들의 모습은 모두 아이패드에 띄워진다. 상에 올려놓는 제물은 아이들이 용돈을 살 수 있을 만한 간식들이며 굿판의 흥을 돋우는 악기 소리는 핸드폰 영상 재생음으로 대체된다. 마지막으로 신을 받아들였음을 증명하는 ‘부채 찾기’ 과정에서는 부채 대신 손 선풍기를 활용한다. 내림굿의 고전적 형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10대답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발칙한 굿판은 끝내 수연의 바람을 이루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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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수연은 결국 베트남 신과 한국 신을 모두 불러오게 된다. 두 신 모두 자신을 택하라며 수연을 부추기고,그 사이에서 이토록 고민해 왔던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단을 내린다.

 

국적이 다른 부모님 사이에서 나고 자란 수연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어떤 결말을 내릴까? 남이 무엇이라 떠들든 간에,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니 말이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나는 어디에 위치하는 존재인지에 관한 생각의 마침표를 결정지은 수연의 판단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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