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정년이' 서이레 작가와의 만남 [드라마/예능]

정년이의 국극에 대한 정열은 작가의 열정에서 나온다
글 입력 2024.11.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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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정년이 웃는모습.jpg

 

 

"지는 떨어질 땐 떨어지더라도 오디숀 보는 과정도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그 경험도 못하게 막아 버리는 것은 불공평한 거 같은디요."

 

- '정년이 2화' 中 대사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부터 방영 시작하여, 매회 연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는 드라마 '정년이'는 '서이레' 글작가와 '나몬' 그림작가의 동명 웹툰 '정년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회차인 8회에서는 12.8%의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 번째 요인은 탄탄한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요인은 배우들이 직접 소리, 무대, 극을 소화해내면서 이질감이 없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 요인은 최초의 여성 주연 및 조연들로만 이루어진 드라마라는 점입니다. 이 세 가지 이유들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합니다. 또한, 직접 '정년이'의 '서이레' 글작가 강연을 듣고 배운 점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I. 탄탄한 스토리


 

'정년이'의 지금까지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목표에서 어머니, 언니와 살던 정년이는, 어느날 목포 시장에서 소리를 하던 중, 순회 공연을 온 국극 스타 문옥경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정년이의 소리 실력을 알아본 문옥경은 정년이에게 국극을 과외해주며 오디션을 권합니다.

 

 

[크기변환]정년이와 문옥경 첫만남.jpg

 

 

그러나 정년이의 어머니는 정년이가 소리하는 것을 크게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밝혀지는데, 정년이의 어머니 채봉선은 어릴 적 소리를 잘 해서 유명해졌으나, 너무 열심히 연습을 한 나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더이상 소리를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죠.

 

 

[크기변환]정년이 언니.jpg

 

[크기변환]정년이 언니와 이별.jpg

 

 

정년이는 어머니 채봉선을 끊임없이 설득하지만, 결국 어머니에 의해 곳간에 갇혀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문옥경의 노력과 정년이의 열정을 본 언니 정자는 정년이가 소리를 할 수 있도록 곳간의 문을 열어주게 됩니다.

 

문옥경이 소개한 '매란국극단'에서의 생활은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문옥경의 뒷배로 들어왔다는 소문이 정년이를 괴롭혔고, 정년이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만 했습니다. 또한, 정년이의 같은 방을 쓰는 영서는 엘리트 실력자 학부생이지만, 갑작스럽게 재능으로 발탁되어 온 정년이를 반기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점차 정년이는 매란 국극단 학부생으로서의 생활에 적응해나갑니다.

 

 

[크기변환]정년이를 영서가 뺨 때림.jpg

 

 

그러던 어느날 정년이는 자신의 친구 주란이가 아픈 언니의 약값을 버느라 외부에서 일하던 것을 알게 되었고, 주란이가 다치자 정년이가 일을 돕다가 카페에서 노래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매란 국극단에서는 국극단 이름을 팔아 노래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정년이는 잠시 쫓겨나게 됩니다. 갈 곳이 없게 된 정년이는 어쩔 수 없이 방송국 PD와 계약을 합니다.

 

 

[크기변환]정년이 방송음악쇼.jpg

 

 

처음엔 방송을 통해 이름을 떨치는 듯 했으나, 방송PD가 정년이를 이용해, 정년이의 어머니인 채봉선을 방송으로 끌어들일 계획이었고 계약서도 불공정하게 썼던 사실이 밝혀집니다. 결국 정년이의 친구 주란이가, 실은 자신이 카페에서 일하던 것이었으며 정년이는 잘못이 없다고 해명하며, 매란 국극단 단장이 정년이를 다시 매란국극단에 받아주게 됩니다.

 

 

[크기변환]정년이 방자.jpg

 

 

정년이는 처음 맡는 방자로서의 역할도 잘 해내고, 정식 공연인 '자명고'에서 군졸 역할도 맡게 됩니다. 극 공연 초반에는 정년이 자신의 소리 실력을 뽐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후에는 극 전체의 흐름에 대해 이해하면서, 공연의 일부로 잘 녹아들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정년이는 영서와도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갔습니다.

 

 

[크기변환]정년이 동굴.jpg

 

 

그러던 중 매란 국극단의 사업 부장이 국극 자금을 도둑질하게 됩니다. 사업 부장과 연류되어 있던 서해랑은, 정년이 같은 실력있는 후배가 미래에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 두려워 덫을 놓게 됩니다. 바로 초조한 정년이의 마음에 부채질 하여, 동굴에서 무리하게 소리를 연습하도록 부추긴 것입니다. 아픈데도 동굴에서 과도하게 연습하던 정년이를, 영서가 말리러 가보지만 정년이는 불안감에 휩싸여 계속 동굴에서 소리를 연습하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그렇게 '온달과 평강공주' 오디션 당일, 정년이는 초록이와 파트너로서 오디션에 참가하지만 무리한 연습으로 목에서 피가 나오며 쓰러지게 됩니다.

 

지금까지 1~8화의 내용을 요약적으로 설명드렸습니다. 정년이가 시시각각 위기와 기회를 마주하여 각 회차를 챙겨보게 만드는 힘, 이것이 바로 탄탄한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위기와 기회가 있을지,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면, 토일 저녁 21:20 tvN 드라마 '정년이'를 시청하시는 것 추천드려요.

 

 

 

II. 배우의 노력


 

 

어떤 새로운 환경에 던져져도 나름대로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도태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요. 배우 아닌 다른 직업을 가졌어도 그 분야에서 나름대로 살길을 찾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요.

 

- 2016년 10월 marie claire BIFF 특별판 인터뷰 中 김태리

 

 

드라마 '정년이'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김태리'는 노력파로 유명합니다. 어린 시절 가난했으나 고등학생 때부터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경희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게 됩니다. 이후 연극에 흥미를 느껴 1년 간 설거지를 하면서 연극 단원이 될 기회를 기다립니다. 연극 배우로 뽑히지 못했을 때에도 연습실에서 혼자 연습을 하다가 실무진의 눈에 띄기도 합니다.

 

주변인의 권유로 영화 '아가씨' 오디션을 보게 되면서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그 외에도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임용 시험에 떨어져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자 고향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최초로 우주 쓰레기 문제를 고발한 영화 '승리호', 펜싱 선수의 꿈을 이루어나가는 청춘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 등에 출연하면서 '노력하는 배우', '캐릭터를 가장 실감나게 구현하는 배우'의 별명을 얻습니다.

 

특히 '스물다섯 스물하나' 찍을 당시를 회상하며 '저는 정말 펜싱을 잘 하고 싶었어요. 불어는 마침 전부터 관심이 있어 배우고 있었는데, 이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더 열심히 배웠죠'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번 드라마 '정년이' 또한 3년간 직접 판소리를 배우며 준비를 했으며, 드라마에서 나오는 국극 공연 소리를 다 직접 했음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배우 '김태리' 외에도 다른 배우들도 모두 직접 소리 및 노래를 했다는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각자의 맡은 역할을 소화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문옥경 역을 맡은 배우 '정은채' 또한 남성적인 느낌을 위해 어깨 운동을 하였으며 판소리 연습을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배우 '신예은'도 이전 웹드라마 '에이틴',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인정받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판소리까지 열심히 연습하며 드라마 '정년이' 속 허영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III. 여성들로 이루어진 드라마


 

[크기변환]정년이 등장인물.jpg

 

 

드라마 '정년이'는 여성 단원으로만 이루어진 '매란국극단'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 동시에, 실제로 주연과 조연들도 여성으로 채워져있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여성이 주연과 조연, 심지어 악역까지도 여성이 맡은 경우는 극히 드물어 더욱 관심이 쏠리는 것 같습니다.

 

 

 

IV. '서이레' 작가와의 만남


 

원작 웹툰 '정년이'는 '서이레' 글 작가와 '나몬' 그림 작가의 협업으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마침 '서이레' 작가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해당 강연에서 들었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요약적으로 정리해드리고자 합니다.


 

Q. '서이레' 작가님은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하시나요?

 

A. 이야기는 '일상 공간'에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모험 공간'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일상 공간'으로 돌아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결핍과 그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열망을 가져야 합니다. 그 결핍이 이야기 속 갈등과 이어지고,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게 됩니다.

 

Q. 기획서를 쓸 때 고려해야할 점은 무엇인가요?

 

A. 시놉시스 및 트리트먼트는 1-3쪽 이내로 완결까지 정리되도록, 핵심 인물과 핵심 에피소드 위주로 중요한 부분만 정리해야합니다. 이를 포함한 최종 기획서는 총 30쪽으로, '제목, 장르, 시기/배경, 로그라인, 주제 및 스토리 배경, 기획의도, 등장인물, 시놉시스, 트리트먼트'를 포함해야 합니다. 최종 기획서를 통해 웹툰의 뼈대를 세우는 일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Q. '서이레' 작가님은 이야기를 담당하셨는데, 그림을 협업할 그림 작가는 어떻게 구하셨나요?

 

A. 저는 사실 그림은 전혀 그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림 작가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그림을 잘 그려서 함께 협업하게 되었습니다. 협업 시에는 싸우지 않기 위해, 저는 글 영역을, 친구는 그림 영역을 담당하기로 하고 서로의 영역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저처럼 친구와 협업을 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에이전시에 기획서 등을 투고해서 그림 작가를 구하기도 하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구인하거나, 평소 마음에 들었던 그림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글과 그림을 동시에 작업하는 웹툰 작가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글과 그림을 분업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Q. 웹툰 '정년이'는 이야기가 탄탄하기로 유명한데 나름의 비법이 있나요?

 

A. 웹툰 한 편 정도에는 2-3번의 장소 또는 인물의 변화가 나타납니다. 이때 이에 대해 마치 드라마 대본처럼 작성해두면 저는 이야기 흐름을 보기에 편리하고, 그림 작가의 연출 자유도는 커져서 좋습니다. 물론 이것은 협업할 때 글작가와 그림작가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잘 맞았습니다. 특히 대본처럼 작성 후 지시문을 꼼꼼히 작성했으며, 다음주까지 독자가 웹툰을 기다리게 만드는 '훅'을 넣었습니다. '훅'이란 기-승-전-결 중 결말을 보여주기 직전에 장면을 끊어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방법입니다.

 

Q. 웹툰의 연재처는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

 

A. 연재처를 찾기 전에 먼저 최종 기획서 1부와 원고 작업 3화 이상을 준비해야합니다. 이후 '공모전'에 도전하거나, 웹툰 연재를 도와줄 에이전시를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혹은 플랫폼에 직접 투고를 하다가 정식 연재 제의를 받기도 하고, SNS와 같은 인터넷 게시판에 연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네이버 베스트 도전에 연재하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다만 이처럼 연재처를 찾을 때에는 나의 작품이 어울리는 장르의 플랫폼인지,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유입되는지, 작가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수익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서이레' 작가의 강연에서 들었던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서이레' 작가는 정말 밥 먹는 시간 제외하고 스토리 개발에 몰두하였었는데, 이제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글을 쓰고 어느 정도의 루틴을 지키며 생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서이레' 작가에게, 좋은 이야기로 저를 포함한 여러 독자 및 시청자들에게 행복을 주어서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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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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